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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의사 초음파 사용 어떻게 막을 것인가?
기획 한의사 초음파 사용 어떻게 막을 것인가?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3.01.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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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탄] 대법원 판결문, 그런데 허점이 너무 많아
헌재 결정 취사선택? 판결문 무죄 근거 분석해보니…
A 신경과 의료기관에서 경동맥 초음파를 이용해 혈관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경동맥 초음파 검사는 혈관 내 혈전 유무, 혈액 순환, 혈관 상태 등을 관찰해 심뇌혈관질환 위험을 살펴볼 수 있다. 복잡한 신경 및 혈관 구조를 비롯해 혈류 속도, 혈유 역학적인 생리적 지표를 이해해야 하므로 표준화된 수련과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의협신문
A 신경과 의료기관에서 경동맥 초음파를 이용해 혈관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경동맥 초음파 검사는 혈관 내 혈전 유무, 혈액 순환, 혈관 상태 등을 관찰해 심뇌혈관질환 위험을 살펴볼 수 있다. 복잡한 신경 및 혈관 구조를 비롯해 혈류 속도, 혈유 역학적인 생리적 지표를 이해해야 하므로 표준화된 수련과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의협신문

한의사 초음파 사용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무죄'였다. 판단의 타당성 미흡이나 의료계의 분노와는 별개로, 한의계는 다음 단계를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최종이 아닌 '파기 환송'. 이에 미약하게나마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다. 의료계는 판결 무효를 목표로 1인 시위, 삭발, 대국민 홍보, 대표자 회의, 규탄 기자회견 등 쉼 없는 반발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법조인들은 전체 파기 환송 사건 대비 그 확률을 따진다면 1%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Next Step. 의료계가 대비해야 할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의협신문]은 파장이 커지고 있는 한의사 초음파 사용 판결과 관련, 판결문의 한계와 기소 단계의 아쉬움을 짚고 실질적인 향후 대응 방안 등을 예측해 봤다. 

[기획] 한의사 초음파 사용 어떻게 막을 것인가?

▶1탄. 대법원 판결문, 그런데 허점이 너무 많아
2탄.  왜 암 진단 지연시킨 한의사 죄 안 물었나?
3탄. 대법원 판결은 한의사 초음파 '허용'이 아니다!

대법원 판결문, 그런데 허점이 너무 많아

대법원의 판결문에는 이해할 수 없는 모순이 다수 포함돼 있다. 허점을 파고 든다면, 1%도 안 된다는 그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을 터.

의료계 시각에서는 한의사에 초음파 사용을 허용했다는 점이 가장 큰 '오류'일 것이다. 하지만 판결문에는 이외에도 많은 허점들이 숨어있었다. 

■ 2012년도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상황이 변했다? 사건은 2010년부터 일어났는데…

대법원 판결문에서는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에 대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적은 뒤 그 이유에 대해 나열하고 있다.

여기에는 2012년과 2013년도 헌번재판소 결정을 인용했다. 당시 헌재는 '한의사가 초음파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해 진료한 것이 한의사로서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헌법재판소 결정 당시와 최근 한의과 교육과정과 한의사 국가시험에서 영상의학 관련 문제가 출제돼 온 점을 비교했다.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던 2012, 2013년도와 비교해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된 의료행위의 전문성 제고 기초가 되는 교육제도·과정이 지속적 보완·강화돼 왔다'는 것.

기본적으로 교육과정이나 시험문제 여부만으로 '면허 범위' 문제를 논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도 있지만, 판결문 자체에서도 모순을 보이고 있다. 

바로 해당 사건이 2010년부터 진행됐다는 점. 한의사는 2010년 3월부터 2012년 6월까지 68회의 초음파 촬영을 진행했다. 

정작 사건의 장본인인 한의사의 경우, 대법원이 말한 보강된 '전문성 제고의 기초가 되는 교육제도·과정'을 수료하지 않았다.

■ 헌법재판소 결정은 2020년도에도 있었는데, 의도적으로 숨겼나?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의 2012년도와 2013년도 결정을 존중한다는 듯, 헌재의 결정 당시와 달라진 상황을 비교했다. 하지만 여기서 또다른 문제가 나온다. 

바로 2020년도에도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었다는 점이다.

헌법재판소는 2020년 한의사의 초음파 골밀도 측정기 사용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불과 3년도 채 지나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이런 사실을 배제하고 있다. 판결에 맞는 헌재 결정을 취사선택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교육과정 개설이나 시험 출제로 자격 갖췄다?...한의사 국가고시 문제 보니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가 11월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한의사 국가시험 문제 중 하나다. 한특위는 최근 5년간 시행된 한의사 국가시험 필기문제를 분석했다. 여기에는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한방치료가 '답'으로 명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이정환 기자]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가 지난해 11월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한의사 국가시험 문제 중 하나다. 한특위는 최근 5년간 시행된 한의사 국가시험 필기문제를 분석했다. 여기에는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한방치료가 '답'으로 명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이정환 기자] ⓒ의협신문

대법원에서는 한의사 의과 교육과 한의사 국가고시에서 현대의료기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을 들며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 전문성 제고의 기초가 되는 교육제도·과정이 지속적 보완·강화돼 왔다'고 판단했다.

과연 그럴까?

최근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가 밝힌 '한의사 국가고시 문제' 경향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의과의료기기 포함 문제는 2018년 35개, 2019년 27개, 2020년 60개, 2021년 53개, 2022년 66개 등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하지만 문제를 자세히 뜯어보면, 문제 내용과 상관 없는 의과의료기기 검사 결과가 언급되는 경우나 한방치료가 불가능한 경우 등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2021년도 제79회 한의사 국가시험 1교시 문제에서는 '재생불량빈혈 환자'의 골수 검사 사진을 명시, 치료법에 대해 '대보진양'이라는 한의학적 처방을 답으로 정했다.

생불량빈혈 환자는 호르몬제, 면역억제 치료, 동종조혈모세포 이식 등이 주된 치료다. 난치병의 영역에 한방 치법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교육의 제도적 발전이 아닌 의료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해당 문제는 골수검사 소견이 없더라도 한방처방이 달라지지 않는다. 굳이 골수검사 사진을 명시한 것은 '의과검사를 사용하기 위한' 의도적 작업이었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은 문제나 과목의 횟수 등 양적 평가만을 기준으로, 교육제도·과정이 보완·강화됐다고 판단했다.

■ 한의사 초음파 사용을 부정적으로 볼만한 유의미한 통계적 근거가 없다?

판결문에서는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제외할 경우, 초음파 진단기기의 사용에 관한 전문성 또는 오진 가능성과 관련해 사용으로 인한 숙련도와 무관하게 유독 한의사에만 이를 부정적으로 볼 만한 유의미한 통계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정리했다.

판결문에서 짚은 '통계적 근거'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먼저 의료기관들의 의료기기 보유 현황이 모여야 한다. 여기서 문제가 제기된다. 

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장은 이와 관련해 "사건 당시인 2012년에는 초음파 보유를 신고한 한의원이 하나도 없었다"며 "현재는 공식적으로 총 5대가 신고된 것이 전부다. 진료 활용 목적이 아닌 연구 목적으로 신고된 기계"라고 지적했다.

통계적 근거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애초에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 여기에 한방치료 부작용이나 사고를 국가에서 체계적으로 조사하거나 발표하지 않는다는 점도 한계다. 

강석하 원장은 "초음파기기로 진단하던 한의사는 극소수"라면서 통계 집계가 불가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를 오히려 무죄 근거로 활용한 데 대해 비판적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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