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받고
일정한 보폭으로 하루를 견딘 우체부
매번 다를 것 없는 누런 봉투
고맙다는 인사가 출입문 지날 때
익숙하고 무뎌진 하루는 문틈에 끼인다
반복된 패턴으로 벗겨낸 포장지에
도로명마다 하릴없는 인사,
대문을 열면 마주하는 얼굴
아는 체 하거나 알 수도 없는 인사를 하고
두세 번 손깍지 끼어 보다가
여백에 줄을 긋고
넘길 때마다 숫자를 세고
마지막 페이지 강박을 덮고 나서야
푸른 나무의 노고
각진 등 몇 번 쓰다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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