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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통증의학회, 환자안전·필수의료 위해 나선다
마취통증의학회, 환자안전·필수의료 위해 나선다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3.01.1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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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47.9% 마취전문의 없어…회복실 없는 전문병원 44.6%
새로운 표준마취안전기준 제정…'마취안전병원' 인증 부여
'마취통증의학' 필수의료 지원 대책 포함해야…환자 안전 '필수'

 

대한마취통증의학회가 지난 12일에 열린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 기자간담회에서 학회의 도약과 환자 안전을 위해 '한국표준마취안전기준'을 제정하고 인증시스템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가 개선과 필수의료 정책에 대해서도 정부와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박상진 대한마취통증의학회 홍보이사는 표준적인 마취안전기준 마련과 수가 개선이 필요한 이유로 "다수의 마취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의료인에 의해 시행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홍보이사는 "마취는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의료 행위로, 다년간의 임상경험이 필요한 고도의 의료 행위"라고 강조했다. 마취된 환자가 의식 소실로 인해 기도관리가 되지 않는다거나 수술 중 변하는 활력징후를 조절하지 못하면 뇌 등 주요 장기에 치명적인 손상을 초래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09~2018년까지 의뢰된 마취 관련 의료사고를 분석한 결과, 내시경·성형·피부시술 등에서 보편화된 정맥마취에서 사망·영구장애 등이 초래된 의료사고의 경우 92.3%가 비마취통증의학과 의사에 의해 시행됐다"고 밝힌 박 홍보이사는 "그중 43%는 표준적인 마취 관리를 통해 예방할 수 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2013년 통계에 따르면 마취통증의학과 의사가 시행하지 않은 연간 마취 건수는 전신마취에서 3%, 부위마취에서 19%, 정맥마취에서 47%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의협신문
박상진 대한마취통증의학회 홍보이사가 1월 1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마취 기반 실태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마취전문의 및 의료행위와 관련해 한국 의료기관의 현실도 짚었다.

박 홍보이사는 "2013년 통계에 따르면 병원급 의료기관 47.9%에서 마취를 담당하는 전문의가 없다"며 "2021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시행한 2차 마취 적정성 평가에 따르면, 회복실 운영 비율이 상급종합병원이 100%인 데 비해 종합병원 67.8%, 전문병원 55.4%에 불과했다. 마취관련 약물 안전 관리 활동 역시 상급종합병원은 100%였으나 종합병원은 65.7%, 전문병원은 62.5%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양질의 마취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에 기반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마취통증의학회는 환자에게 보다 안전한 마취의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한국표준마취안전기준'을 제정하고, 학회 차원에서 정기적 인증시스템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마취의료서비스에 대한 평가는 보건복지부 산하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4년, 심평원에서 2년을 주기로 이루어지고 있다. 마취통증의학회는 ▲특정 전문병원을 대상으로 하기에 실제로 환자들이 많이 찾는 일반 종합병원·개인병원이 평가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고 ▲조사 항목과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급성기 병원인증 기준을 살펴보면 항목이 3개에 불과할뿐더러, '누가'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퇴실 기준을 결정하는지, 환자의 '어떤' 상태를 모니터링하는지, '퇴실 기준'은 무엇인지 등을 알 수 없다. 

보건복지부 산하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급성기 병원인증 기준 ⓒ의협신문
보건복지부 산하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급성기 병원인증 기준. ⓒ의협신문

마취통증의학회는 '환자안전위원회'를 구성하고 환자 안전을 위해 갖춰야 할 시설·약제·인력·교육과정 등 세부 항목에 대해 의료기관 규모에 맞는 기준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의료기관평가와 같이 학회 차원에서 '마취안전병원' 인증을 부여하고 2~3년 주기로 재인증 절차를 시행할 계획이다. 

마취통증의학회는 국내 마취 인프라가 열악한 요인으로 '수가 체계'를 꼽았다. 특히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의 마취행위에 가산 수가를 지급하며,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마취 부문을 포함해야 한다"며 정책 개선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연준흠 대한마취통증의학회장은 "논문에 따라 다르지만, 마취료의 원가보전율은 보통 50~70% 정도로 알려져 있다. 현 수가의 최소 30%는 가산이 돼야 원가의 80~90%에 도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마취가 연 150만 건 이뤄지다 보니 예산상 가산이 쉽지 않은 것이라 이해하지만, 건수가 많다는 이유로 가산이 이뤄지지 않는 것 또한 비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박상진 홍보이사도 "집계가 불가능한 병원의 인적·물적 투입을 고려한다면 실제 마취 수가는 원가 대비 50%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의협신문
연준흠 대한마취통증의학회장.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특히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고용에 따른 의료 행위는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짚었다. 수술 집도의가 마취의를 고용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동시에 마취를 시행하는 경우와, 환자의 안전을 위해 마취의를 고용해 개별적 마취의를 시행하는 경우 모두 동일한 마취 수가가 지급된다는 것이다. 

박 홍보이사는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수술을 진행하면서 실시간으로 환자의 활력징후를 확인하고 다양한 관리를 시행해야 하는 마취를 동시에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투입되는 인력과 안전성에 현저한 차이가 있음에도 동일한 수가가 지급되는 것은 커다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포괄수가제에서 마취료를 별도로 산정하지 않아, 마취의와 회복실 담당 간호사 등 마취분야 인력 고용 및 관련시설 투자는 더욱 위축돼 환자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취통증의학회는 대리마취 등 불법행위를 막고 환자의 안전한 마취관리를 위한 일환으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마취를 전담할 경우 '마취 수가 차등급여'를 적용하는 것과, 의무기록과 보험청구 시 마취를 시행한 의사의 의사면허번호를 기입하는 '마취실명제' 등의 방안을 제안했다.

또 필수의료 지원 대책에 마취 영역을 포함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마취통증의학회는 "정부의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며 "검사 후 중증·응급 환자의 최종 수술까지 신속히 진행되기 위해서는 마취 부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응급상황이 빈번히 발생하는 분만에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의 존재가 필수적임에도 분만병원이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인력난에 시달리며 수술에 난항, 분만 인프라가 붕괴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마취통증의학회는 "중증의 응급수술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강도가 높은 의료행위인 만큼, 필수의료 서비스를 담당하는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의 충분한 충원 및 근무 여건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중증·응급·고난도 수술 및 소아·분만 분야의 마취수가 또한 반드시 정상화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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