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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외과 위기' 사명감만으로 버틸 수 없다"

인터뷰 "'외과 위기' 사명감만으로 버틸 수 없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3.01.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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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량 수술건수 급증하는데 젊은 의사 갈수록 줄어
의료진 최소 4명 투입되는 맹장수술 '수술비 29만원'
외과계 수가 정상화·상대적 박탈감 해소책 마련 시급
인터뷰 - 신응진 대한외과학회 이사장(순천향대부천병원장)

신응진 대한외과학회 이사장
신응진 대한외과학회 이사장

"외과의 위기는 미래에 마주할 문제가 아니라 맞닥뜨린 현실입니다. 예전처럼 의업에 대한 사명감만으로는 이젠 버틸 수 없습니다.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외과계 수가 정상화가 절실합니다."

그야말로 위기다. 인구 고령화와 치료 세분화로 외과 영역의 진료량과 수술 건수는 급증하는데 이를 맡을 젊은 외과의사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활동하는 외과 의사들의 평균 연령은 높아지는 상황이다. 야간에 응급수술할 곳을 찾아 전국을 떠도는 현실은 낯익다. 정년을 앞둔 교수들의 당직근무도 이젠 익숙하다. 소아외과 의사 부족으로 인한 아이 부모들의 애타는 이야기도 끊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은 충분히 예견됐다. 대한외과학회는 10여년 전부터 정부에 대책마련을 호소했지만 응답없는 메아리일 뿐이었다. 젊은의사들의 기피 대상이 되고, 처우는 더욱 열악해졌다. 

대안은 없을까.

신응진 대한외과학회 이사장(순천향대부천병원장)은 필수의료 분야인 외과에 대한 홀대와 상대적 박탈감을 토로했다. 의학적 도움이 없으면 사망에 이르는 외과 영역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지적이다.  

"필수의료는 어떤 대가가 들더라도 투자해서 유지해야 하는 생명과 직결된 의료임에도 정부는 그동안 의사들이 사명감으로 당연히 해야 하는 것처럼 안이하게 인식해 왔습니다. 수가 이야기를 하면 마치 돈만 밝히는 이기적 집단으로 매도했습니다. 이런 인식과 정책의 결과가 바로 현재의 필수의료 저수가 정책입니다. 이제 더 이상의 희생은 안 됩니다."

필수의료 홀대는 외과계 기피현상의 주요 요인이 됐다.

"최근 제가 속한 대학의 전공의 지원 상황을 보면 성적 1, 2, 3등이 모두 피부과를 선택했습니다. 필수의료에 대한 푸대접은 외과계 기피현상의 단초가 됐습니다. 고생스럽게 전공의 과정을 거치고 전문의가 된 후에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합니다. 게다가 위험까지 감당해야 합니다. 무과실 의료분쟁에 대한 형사 면책 등 지원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고착화된 낮은 수가는 외과 의사들의 박탈감을 더한다.

"쌍꺼풀 수술은 난이도에 따라 100∼200만원 정도인데, 포괄수가로 묶여 있는 맹장수술에서 수술비는 29만원으로 책정돼 있습니다. 최소 4명의 의료진이 투입되는 수술에 대한 보상 수준입니다. 아무리 자신의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것과 아파서 병원에 가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다르다고 하지만 상대적 박탈감이 큽니다. 외과계의 암울한 현실을 방증합니다."

최근 공개된 정부의 필수의료 대책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심뇌혈관 질환 등에 중점을 둔 지향점에는 공감합니다. 그러나 아쉬움도 남습니다. 검사료 등을 줄여서 행위료를 늘리겠다는 방식은 재원 총량이 증가하는 게 아니라 분배를 달리하겠다는 것으로 읽힙니다. 이런 식으로는 왜곡된 의료체계를 바로잡지 못합니다. 응급의학과 진료 여건 개선에는 교통 범칙금 일부를 재원으로 활용한 영향이 큽니다. 질환 예방 차원에서 술·담배 등에 분담금을 부과해 필수의료 지원 재정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중증은 아니지만 당장 급한 수술이 있다. 그러나 정부의 필수의료 대책에 이 부분에 대한 지원은 빠져 있다. 

"통계를 보면 휴일·야간 수술의 70%가 외과수술입니다. 국민이 체감하는 수술은 외과수술입니다. 이번 정부 지원 대책에는 심뇌혈관 질환 관련만 포함됐습니다. 땜질식 처방이 아쉽습니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야간이나 휴일에 수술을 담당하는 외과 의사들이 각 지역에 빠짐없이 배치될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후속 대책 논의과정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

외과학회도 필수의료 후속대책을 위해 다각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최근 학회 내에 필수의료 대책 전반을 아우를 정책위원회를 신설했습니다. 필수의료를 담당한 분과위원회도 만들었습니다. 위원회에서는 정부가 추진 중인 필수의료 지원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외과계의 입장을 정리할 계획입니다. 급변하는 의료 상황에 발빠르게 대응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강영 연세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외과)가 위원장을 맡아 위원회를 이끕니다."

제대로 된 필수의료 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다른 전문과와 함께 지혜를 모은다. 

"필수의료 대책 마련을 위해 사안 별로 내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관련 전문과 학회 이사장들과 가져오던 회동을 정기 모임으로 추진 중입니다. 서로의 지혜를 공유하고 대안을 찾겠습니다."

외과 전공의 지원율은 늘 화두다. 급감하지는 않지만 늘지도 않는다. 절대 숫자가 부족하다.  

"올해 외과 전공의 지원자는 130명대입니다. 지난해와도 비슷합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필요인원은 180명은 돼야 합니다. 지원율 78%는 숫자가 일견 높아보이지만 착시효과입니다. 학회가 지속적으로 정원을 줄여온 까닭입니다. 전공의들이 마음놓고 혹은 과감하게 외과를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합니다. 정부 지원이 절실한 이유입니다."

수술 대란이 현실화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비쳤다.

"병원급은 환자가 있지만 외과 의사를 고용해서 수익을 내지 못합니다. 고용을 안 하니 외과의사가 갈 데가 없습니다. 현재 활동하는 외과의사 평균 나이는 53세입니다. 10년 후엔 60대가 넘습니다. 수술 대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중소병원에서는 외과 수술을 하지 못하는 상황과 마주할 수 있습니다."  

외과계 중소병원 살리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해결책은 수가 정상화 뿐이다.

"몇몇 외과 전문병원에서도 젊은 의사들을 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형병원 환자 쏠림은 한정된 의료자원을 낭비하는 부작용을 낳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경험했지만 중증 환자가 대학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중소병원이 자리잡을 수 있는 정책 도입이 절실합니다."

지난해 전공의 수련과정을 3년으로 조정한 이후 첫 전문의가 배출됐다. 어떤 평가가 내려질까. 

"수련기간 단축이 지원율에는 큰 영향일 미치지 않은 것으로 분석합니다. 수련기간이 짧아지면서 교육과정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지만, 자신의 진로 방향을 빨리 결정하게 하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제도가 바뀐만큼 연착륙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10년 정도 현 제도를 시행한 이후 재평가를 통해 개선점을 모색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여성 전공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여성 전공의 비율이 40%에 이를 정도로 높아졌습니다. 학회도 변해야 합니다. 이번에 남성 위주의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성위원회를 새로 구성했습니다. 미래지향적인 새 틀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박인자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외과)가 위원장을 맡았습니다."

불합리한 의료 현실 개선을 위한 의견 개진과 적극적인 회무 참여를 당부했다.

"외과의사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오직 환자만을 생각하며 묵묵히 진료현장을 지켜왔습니다. 언제가는 우리의 헌신과 희생을 알아주리라는 막연한 기대로 상대적 박탈감을 감수하며 참아 왔습니다. 그러나 인내의 결과는 필수의료 푸대접이라는 결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진료실, 수술실뿐만 아니라 행정적·대외적으로 왜곡된 의료 현실을 알려야 합니다. 정책 입안에 적극 참여해 우리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해야 합니다. 불합리한 제도 개선을 위해 외과학회 회무에 적극 참여해 의견을 개진해 주시고, 학회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길 바랍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