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는
저 프사가
마지막 대문을 지키고 있구나
한여름에 국화가 만발하다니
대단한 축제로구나
일렬로 늘어선 조화 속에
아는 이름은 보이지 않는구나
얼굴은 본체만체하고
상주들하고만 인사하는 걸 보니
나만 빼고 모두 호상이구나
간소하게 치루라는 말은 언제 들었는지
마지막 효도는 제대로 하고 있구나
웃음꽃이 흥건한데
간혹 눈물 훔치는 자도 있구나
방명록 구석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저 인간은
어떻게 부음을 접했을까
줄기차게 나를 험담하던 저 작자는
무엇을 또 캐내어 인터넷에 퍼뜨리려는 걸까
내 비밀과 허물까지 모조리 알고 있는 저놈을
어떡하든 쫓아내야 할 텐데
아니, 구석에서 혼자 훌쩍이다가
아내에게 귓속말 하는 저 여자
여기가 어디라고 발걸음 했을까
아직도 감정의 물기가 남아 있을까
아니면 감정의 앙금이라도?
죽어서도 죽지 못한 근심거리가
여기까지 따라오다니
디지털 장례사를 불러
영정사진을 다시 찍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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