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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7-20 12:02 (토)
전 국민 인체 실험 시대

전 국민 인체 실험 시대

  •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인문사회의학교실)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1.0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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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인정
환자 상대로 제한 없는 인체실험 허용과 같아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인문사회의학교실)ⓒ의협신문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인문사회의학교실)ⓒ의협신문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무고하게 죽어갈까?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불구 등 중상해를 입게 될까? 한의사의 초음파 관련 대법원 판결을 읽고 든 생각이다. 좋은 말과 화려한 단어로 포장돼 있지만 보고 싶은 것만 보고 판결하면 그런 판결이 나온다.

법원이 여당의원에게만 법치주의를 요구하면서 야당의원에게는 그 행위가 명백히 법치주의에 어긋나지 않는 한 허용된다고 판결한다면 그것은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다.

법원이 의사에게는 과학적으로 근거 있는 진료를 요구하면서 한의사에게는 그 진료가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는 한 허용된다고 판결한다면 그것은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무고한 환자의 생명을 희생시키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에는 구구절절 놀라운 아이디어와 표현이 보인다. 판결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허용된다고 쓰고 있다. 정말 그럴까? 의료법 제77조 제1항 및 동법 시행령 제32조 제1항 제1호는 의료인이 '학문적으로 인정되지 아니하는 진료행위'를 시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의료법 제53조 제1항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은 국민건강을 보호하고 의료기술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하여 신의료기술의 안전성ㆍ유효성 등에 관한 평가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동법 제56조 제2항 제1호는 의료인에게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지 아니한 신의료기술의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의료법이 특정 진료행위를 허용한다거나 금지한다고 규정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매우 다양한 질환이 있고 매우 다양한 진료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료법령은 의료인이 '학문적으로 인정되지 아니하는 진료행위를 금지한다'고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의사가 사용하는 치료기기를 한의사가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도 없다. 금지하는 규정이 없어 허용된다는 대법원의 논리에 따른다면 의사가 사용하는 치료기기를 한의사가 사용하는 것을 금지할 근거도 없고 의사와 한의사의 업무를 구별한 의료법 규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 된다.

대법원은 진단기기와 치료기기를 구별하고 있지만 이런 구별이야말로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자의적인 판단이다. 법원이 법을 해석하는 것을 넘어 법을 만들어 내는 것은 입법부의 역할을 하는 것이며 이는 삼권분립에 어긋난다.

판결에 따르면 초음파 진단기기의 개발·제작 원리는 초음파가 특정 물체에 송신됐다가 반사돼 오는 시간과 양을 물리적으로 측정하는 순수한 물리학적 원리에 기초한 것이어서 이를 두고 서양의학적 원리에 전적으로 기초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한다. 

대법원은 서양의학적 원리라는 말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 법령에 서양의학이라는 말이 있는가? 자동차에도 동양차가 있고 서양차가 있는가? 동양우주선이 있고 서양우주선이 있는가? 그렇지 않다.

현대의학과 전통의학 혹은 근거 있는 의학과 근거 없는 의학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현대의학의 원리가 있고 전통의학적 원리의 구별이 있을 뿐이다. 

대법원은 서양의학의 원리, 현대의학의 원리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있다. 현대의학은 해부학과 병리학을 기초로 하고 있다.

인체의 정확한 구조에서 시작하는 해부학과 병리학이 없으면 현대의학은 존재할 수 없다. 초음파는 해부학과 병리학에 기초한 병변을 찾아내는 현대의학의 원리에 기초해 있다. 

반면 전통의학의 원리, 한의학의 원리는 인체의 정확한 구조에 큰 관심이 없다. 그래서 증상 위주로 진단을 하는 것이 한의학의 원리이며 그것이 판결문에도 나와 있는 변증이다.

초음파가 전통의학적 원리, 변증에 도달하는 음·양·표·리·한·열·허·실의 팔강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대법원은 아는가? 전혀 모를 것이다.

왜냐하면, 소수의견에도 나와 있듯이 초음파 영상과 한의학적 변증 사이에 논리적 상관관계가 연구돼 검증된 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음파는 전혀 한의학적 원리에 기초한 의료기기가 아니다. 

한의학의 과학화, 과학적 한의학에 반대할 사람은 전혀 없다. 당연히 한의학이 과학화되고 전통의학에서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귀중한 경험이 과학적으로 규명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그것은 진료의 영역이 아니라 실험 혹은 연구의 영역에 속한다. 현대의학은 실험 혹은 연구와 환자 진료를 구별한다. 실험 혹은 연구는 환자에 대한 설명과 동의가 훨씬 더 강조된다. 연구대상자인 환자의 생명을 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료법 제53조 제1항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은 신의료기술평가를 하게 돼 있다. 그리고 신의료기술평가는 체계적 문헌고찰이라는 엄격한 과학적 방법론에 따라 진행된다.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하기 전 엄격히 검증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신의료기술은 명백히 검증되지 않았으면 환자 진료에 함부로 적용하지 말라는 의미다. 치료기기를 이용한 의료행위만 그런 것이 아니라 진단기기를 사용한 의료행위도 그러하다. 

초음파 영상과 한의학적 변증 사이에 논리적 상관관계를 모른다면 한의사가 초음파를 사용하는 것은 신의료기술 평가의 영역이며 검증되지 않은 의료라는 것을 의미한다.

대법원은 의사에게 신의료기술은 명백히 검증되지 않으면 환자 진료에 함부로 적용하지 말라고 요구한다. 

심지어 대법원은 신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 평가나 신의료기술의 시술로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지에 관한 판단은 고도의 의료·보건상의 전문성을 요하므로, 행정청이 이에 대해 전문적인 판단을 했다면,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거나 판단이 객관적으로 불합리하거나 부당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돼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러던 대법원이 신의료기술 평가 영역에 해당하는 한의사의 초음파 행위에 대해 명백히 검증되지 않아도 환자 진료에 전면적으로 사용해도 된다고 한다.

의사는 환자를 상대로 제한 없이 인체실험을 하면 안 되고 한의사는 제한 없이 인체실험을 해도 되는가? 연구의 영역과 진료의 영역을 혼동한 대법원은 한의사에 의한 제한 없는 전 국민 인체실험을 허용했다. "명백히 입증되지 않는 한 허용된다"는 취지를 남발하면서. 많은 환자의 생명이 희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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