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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보고 "보건복지부 명분 어불성설, 실상은 통제 의지"
비급여 보고 "보건복지부 명분 어불성설, 실상은 통제 의지"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2.12.28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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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의료연구소 "비급여 통제·실손보험 심평원 위탁으로 이어질 것"
"비급여는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합헌 근거…마지막 남은 자유"

지난 12월 15일 보건복지부는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보고 및 공개에 관한 기준' 고시를 12월 16일부터 1월 25일까지 행정예고 한다고 밝혔다. 이에 바른의료연구소는 12월 28일 비급여 보고제도의 부당성과 파급을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비급여 보고제도의 목적을 △근거에 기반한 비급여 관리 정책 수립을 지원하고 △의료소비자에 대한 비급여 정보 제공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밝히며, 비급여 의료에 대한 본격적인 통제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비급여 보고제도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의료계는 제도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지속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에 불참했고, 해당 개정안이 "의료소비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의사의 양심의 자유 및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바른의료연구소는 "헌법소원에서 위헌으로 판결되면 법 개정안 자체를 폐기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보건복지부가 행정예고를 한 것은 무리해서라도 비급여 통제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며 "이번에 발표된 비급여 보고의무 고시 개정안 내용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비급여 보고제에 대해 ▲비급여 축소·통제 수단으로 악용 ▲심평원의 실손보험 위탁심사 사전작업으로 의심 ▲요양기관 강제지정제의 위헌 가능성 심화 등을 우려했다.

■ 비급여 통제와 보고, 의료기관에 '폭력적' 공권력 행사

보건복지부가 비급여 보고의무의 취지를 소비자에 대한 비급여 정보 제공 강화라고 밝혔으나, 바른의료연구소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구실이다. 이미 대부분 공개되어 있어 환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각 병원의 비급여 진료비용을 알아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비급여 관리 정책을 효과적으로 수립하기 위함이라는 명분도 "매년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비급여 총액을 관리한다는 것은, 결국 비급여 통제를 통해 진료 비용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세우겠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통제 정책을 위해 정확한 비급여 관련 정보를 요한다는 것이다.

공정한 심사를 위한 청구 내역이라기엔 요구 정보가 지나치게 상세하게 방대하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보고의무 대상이 되는 비급여 항목은 2023년에 672개, 2024년에는 1212개로 확대돼 비급여 항목의 대부분을 포함한다.

바른의료연구소는 "보고 내용과 정보 양이 청구와 비등한 수준으로 지나친 양이다. 의료기관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의료기관별로 비급여 가격을 비교 공개하는 것은 낙인 효과를 유발, 의료기관에서 자발적으로 비급여 비용을 줄이도록 유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기관에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도 합당한 보상책 언급이 전혀 없다. 정부가 공권력을 앞세워 의료기관에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나 다름 없다"며 "이번 비급여 보고의무 고시를 이용해 정부의 관할권이 없음에도 비급여 규모·가격을 축소시키고 통제권을 강화해 나가려는 저의가 있다"고 비판했다.

■ 건보공단·심평원에 보고 위탁, 실손보험도 위탁될 것

보건복지부는 비급여 보고의무 고시를 통해 해당 업무를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위탁한다고 발표했다. 비급여 항목 보고도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시스템을 따르게 된 것이다.

이에 바른의료연구소는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급여 항목 통제와 같은 방식으로 비급여 항목도 관리된다면, 결국 비급여 항목에 대한 심평원 심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된다면 심평원의 실손보험 위탁심사도 곧 표면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급여 보고의무 고시가 시행되면 내년부터는 급여항목뿐 아니라 비급여 항목도 심평원이나 건보공단에 1년에 1~2회 보고해야 한다. 여기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까지 시행되면 의료기관은 제3의 중개기관에 급여 및 비급여 자료를 모두 다시 보내야 한다. 추가적 고시 개정으로 보고 횟수는 점점 늘어난다면 의료기관의 행정부담이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정부는 의료기관 행정부담을 줄여준다는 명분으로 보고체계 일원화를 추구한다. 실손보험 관련 자료도 실손보험으로 보내도록 할 것이다. 즉 심평원의 실손보험 위탁심사로 이어질 것"이라며 "실손보험의 심평원 위탁심사는 건강보험·자동차보험처럼 빈번한 삭감으로 이어져 환자들의 민원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위헌·의료체계 혼란으로 이어질 것

우리나라는 민간의료기관이 90%가 넘는 국가임에도 건강보험 전국민 강제가입제와 전체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를 법으로 정하고, 이를 통제하는 단일공보험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높은 의료 수준과 의료 접근성을 갖추고 있음에도 저렴한 의료비로 외국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런 시스템을 외국에서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요양기관 강제지정제가 외국에서는 위헌이기 때문이다. 사유재산 영역에 해당되는 민간의료기관을 법으로 국가가 통제하는 것이 개인의 자유와 사유재산을 침해한다는 근거에서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양기관 강제지정제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된 바 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2014년 강제지정제 위헌 소송 판결이 기각된 근거로는 '의료소비자·의료기관이 비급여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사용하므로 소비자의 자기결정권과 의료기관의 자유·평등권이 침해받지 않는다'는 것이 있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헌법을 침해하는 민간의료기관 강제지정제에서 사법부는 비급여라는 아주 작은 부분의 자유를 허용했음에도, 의료계는 이 시스템이 유지되도록 도왔다"고 짚었다.

이어 "비급여 보고제도를 통해 국가가 비급여를 통제하기 시작해 마지막 남은 작은 자유마저 뺏는다면, 의료소비자와 의료기관들의 자유가 제한돼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위헌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강제지정제 위헌 결정이 난다면 대한민국 의료제도와 시스템은 기초부터 완전히 새로 시작해야 해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번 비급여 보고의무 고시를 통해서 무리하게 비급여 통제에 나서기보다는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해, 근본적인 의료 시스템의 개혁을 추진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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