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서동원, "축구는 내 삶의 에너지원"
의사 서동원, "축구는 내 삶의 에너지원"
  • 김강현 의협신문 명예기자(울산의대 의학과 2년) kevin1709@naver.com
  • 승인 2022.12.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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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 숨은 공로자 대한축구협회 의무위원장을 만나다

한 달여 전 세계 축구팬들을 들썩이게 했던 카타르 월드컵이 12월 19일 아르헨티나가 32년만에 우승컵을 거머쥐며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유난히 이변이 많았던 이번 대회에서 대한민국 역시 12년 만에 16강 진출의 기적을 이뤄냈다. 도하의 기적, 16강 진출의 저력을 보여 준 한국 축구 대표팀의 활약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심장을 뛰게 했다. 하지만 선수 뿐 아니라 이런 기적의 이면엔 숨은 공로자들이 많다. 
선수들의 경기 90분을 단단히 할 수 있었던 이유중 하나는 이들의 부상을 방지하고 컨디션 관리와 치료를 담당하는 의무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의무팀을 이끄는 스포츠손상 전문가인 서동원 대한축구협회 의무위원장(경기 분당·바른세상병원장)도 그중 하나다. "축구는 제 에너지원이에요. 축구 선수를 잘 치료하는 의사가 되고 싶었고,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나아갔다"는 그는 드물게도 재활의학과와 정형외과학 두 개의 전문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스포츠 의학에 헌신해왔다. 16강 진출의 감동이 가시지 않은 지난 12월 15일(한국 대표팀은 7일 귀국했다) 그를 만나 스포츠손상 전문가로서 커리어를 쌓아온 이야기를 들어봤다.

ⓒ의협신문
축구 선수를 잘 치료하고 싶어 재활의학과 전문의에 이어 정형외과 전문의 자격증까지 획득한 서동원 바른세상병원장. ⓒ의협신문

Q. 스포츠 의학은 병원에서 행해지는 일반적인 진료와는 다를 것 같습니다. 스포츠의학의 특성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스포츠 의학의 특징은 크게 둘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단기적 성과와 관련된 판단입니다. 부상 정도에 따라 경기에 다시 투입할 수 있는 상황인지 판단하고, 그에 따른 응급 처치를 결정해야 합니다. (경기 중에는) 정밀 검사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정해진 프로토콜보다도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경험이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됩니다. 두 번째는 장기적인 경과 관찰과 관리입니다. 해당 부상이 앞으로의 선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평가하는 것입니다. 이 때는 정밀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수술적 치료, 재활치료 등을 결정합니다.

Q. 전방 십자 인대 재건술의 최고 권위자로 알고 있습니다. 무릎 관절의 대표적인 스포츠 손상인 십자인대 손상은 실제로 어떻게 치료가 이뤄지고 있나요?
전방십자인대 손상의 경우 애초에 수술이 잘못됐다면 재활을 아무리 잘 해도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수술 술기에 부족한 점이 있었음에도 오히려 재활 과정의 문제가 나쁜 예후의 원인으로 지목되곤 했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수술 술기가 많이 발전해서 반대로 재활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덜 강조되고 있습니다. 물론, 완벽한 수술 후 충분한 재활을 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결국 치료의 핵심은 정확한 수술입니다. 

Q. 흔치 않게도 정형외과와 재활의학 두 개의 전문의 자격증을 갖고 있습니다. 전문의 수련과정이 한 번도 어려운데 어떤 비전을 갖고 시작했는지?
축구에 원래 관심이 많았기에, 어떤 의사가 될 것인가 생각해봤을 때 자연스럽게 스포츠 손상을 치료하는 의료인이 되고 싶었죠. 그래서 대표적 스포츠 손상인 관절손상에 대해 비수술적 치료에 관심을 갖고 재활의학과를 공부했습니다. 비수술적 치료로 근골격계 스포츠 손상을 다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에서 2년간 스포츠의학을 배우면서 정형외과 수술을 참관할 기회가 있었고, 그 때 비수술적 치료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느꼈습니다. 스포츠 손상 환자를 더 잘 치료하기 위해서는 수술적 치료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국내에 돌아와 정형외과에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저의 목표이자 에너지원이 되었던 것은 축구입니다. 축구 선수들을 잘 치료하고 싶었고, 스스로 발전하기 위해 전문의 과정도 두 번 했죠. 진료를 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선수들을 더 잘 치료할 수 있을지 늘 고민했어요.

Q. 그 과정에서 엄청난 학습량 등 어려움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힘들었거나 가장 기억에 남는게 있는지?
학업에서는 재활의학과에서 공부한 신경 해부학적 지식이 정형외과적 지식과 시너지를 내어 재밌게 공부했습니다. 그렇기에 지식의 습득 속도도 매우 빨랐고, 다른 정형외과 의사들보다 더 정확하게 병태생리를 이해하고 치료에 적용할 수 있었습니다. 학업외에는 재활의학교실에서 교수로 있을 때 가르쳤던 학생들이 정형외과학 교실에 공부하러 갔더니 나보다 선배가 돼 있어 서로 낯설었던 것이 기억나네요. 저에게 배웠던 학생들 입장에서도 선배이자 스승에게 오더를 내는 것이 어색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굳이 어려운 점을 꼽자니 인간 관계에서 느꼈던 이런 것들이 떠오르는 것이지, 이는 적응하면 해결되는 일입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기에, 이런 잠깐의 불편함은 사소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Q. 두 개의 전문의를 갖고 있는 것이 실제 스포츠손상을 치료하는 임상 현장에서 상당한 강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어떻습니까? .
앞서 밝힌 것처럼, 두 개의 전문의를 모두 공부한 것이 질병의 이해와 치료 방향 결정에 있어서 큰 시너지 효과를 냅니다. 특히 말초신경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은 정형외과적 수술 방향성을 결정하는 데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전방십자인대 손상에서 얘기했듯이 기능 회복을 위해서는 정확한 수술이 핵심이고, 이를 위해 수술 전후로 재활의학적 지식을 활용해 치료 성과를 많이 향상시킬 수 있었습니다. 

ⓒ의협신문
벤투 감독과 함께 한 서동원 대한축구협회 의무위원장. ⓒ의협신문

Q. 대한민국 국민에게 큰 감동을 안긴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의무위원장으로 활약하셨습니다. 축구협회 의무위원장이란 자리가 흔히 맡을 수 있는 직책은 아닌데,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합니다.
끊임없이 추구했습니다. 팀 닥터가 되기 위해 스포츠의학을 공부했고, 공부를 마친 뒤 대한축구협회의 문을 계속해서 두드렸습니다. 축구협회에서도 제 이력을 보고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한 명의 의사가 재활의학, 정형외과학 두 분야를 볼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축구협회 팀닥터로서 3주간 U-20 월드컵에 참여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이후에는 대한체육회에 찾아갔고, 런던올림픽에도 팀닥터로 참여했죠. 이렇게 체육계에서 경력이 점차 쌓이고 인정을 받으면서 감사하게도 의무위원장 자리까지 오게 됐습니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Q. 마지막으로 후배인 의과대학 학생들에게 특별히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떤 의사가 될 것인지 고민해보고, 자신이 정한 그 분야에서는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목표이자 에너지원이 되었던 것은 축구입니다. 축구 선수들을 잘 치료하고 싶었고, 스스로 발전하기 위해 전문의 과정도 두 번 했죠. 진료를 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선수들을 더 잘 치료할 수 있을지 늘 고민했어요. 그런 고민과 연구 끝에 지금은 전방십자인대 재건술에 있어서는 제가 국내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만약 돈만 쫓았다면, 한 분야에 일관성 있게 매진하지 못했을 것이고, 지금의 성과를 이루지 못했을 것입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자신이 목표한 것을 성실히 쫓으면, 어느새 그 목표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돈이나 명예 등 부수적인 것들 또한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의과대학 학생들도 자신이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지, 어떻게 우리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을지 꼭 고민해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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