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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한의사 초음파기기 사용, 의료법 위반 아냐"

대법 "한의사 초음파기기 사용, 의료법 위반 아냐"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2.12.2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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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심 "한의사 초음파기기 사용 의료법 위반"…대법원은 원심 '파기환송'
"한의사가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보건위생상 위해 발생 단정 못해" 판단
박수현 의협 대변인 "대법 판결 유감...비상식적 일 모든 수단 동원 막을 것"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해 진료를 하더라도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2월 22일 초음파 검사를 실시한 P 한의사에게 의료법 위반죄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검찰 조사 결과, S 대학병원에서 자궁내막증식증 진단을 받은 C 환자는 OO한의원이 낸 자궁난소 치료 전문병원이라는 인터넷 광고를 보고 P 한의사를 찾았다.

P 한의사는 2010년 3월 2일부터 2012년 6월 18일까지 총 68회에 걸쳐 C 환자에게 초음파 기기로 진단하면서 침 치료와 한약을 처방했다.

C 씨는 2년이 넘도록 P 한의사의 한방 치료에 매달렸으나 진전이 없자 산부인과병원을 찼았다. 초음파 검사에서 이상소견을 발견,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라'는 권유를 받았다. C 씨는 B 종합병원에서 실시한 조직검사에서 자궁내막암 2기 진단을 받았다.

검찰은 P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해 진료행위를 한 것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며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P 한의사는 "초음파기기의 경우 비침습적 진단기기로 사용에 따른 위험성이 없고 안전하며, 한의학 교육과정에서도 초음파기기 진단 교육이 이뤄지고 있고, 초음파기기를 사용한 진단은 한의학적 원리에 따른 치료를 위해 필요하다"면서 "한의과대학에 초음파 과목이 개설돼 있고, 장부형상학회를 통해 교육을 받고 있으므로 한의사도 사용할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는 "초음파는 2등급 의료기기로 사용 자체는 위험성이 크지 않지만, 실시간으로 영상을 확인하면서 인체의 정확한 구조·병변을 확인하고, 어떤 이상이 있거나 의심이 들 경우 검사자가 즉각적으로 결정해 추가적으로 검사를 시행하면서 정확히 판독하지 않으면 진단과 치료 방법에 오류가 생겨 환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초음파 진단기를 통해 얻어진 정보를 기초로 진단을 내리는 것은 영상의학과 전문의 또는 의과대학에서 영상의학과 관련 이론 및 실습을 거친 의사의 업무영역이고, 종합적인 평가를 내리기 위해서는 풍부한 전문지식을 갖춰야 한다"면서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은 면허 외 의료행위라고 판단, 의료법 위반죄를 적용해 P 한의사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P 한의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도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해 환자의 신체 내부를 촬영해 초음파 화면에 나타난 모습을 보고 진단하는 방법으로 진료행위를 한 것은 한의사의 면허범위 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충분히 인정된다"며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초음파 진단기나 기복기의 사용은 한의학의 고유 영역과 무관하고, 한의학적 의료 질 향상과는 관련이 없는 반면에 진료영역 확대를 위해 이와 같은 의료행위를 무분별하게 허용할 경우 국민 보건의료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므로 관련 의료법의 기본 원칙에 따라 허용할 수 없다"면서 P 한의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2심 판결에 불복한 P 한의사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한의사가 진단 보조수단으로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하는 것은 보건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킨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한의사가 한방의료행위를 하면서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 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해당한다고 반증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어 "과거 헌법재판소는 수 차례에 걸쳐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 것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결정한 바 있지만,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났고, 한의과대학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 관련 교육 과정이 지속적으로 보완, 강화돼 왔다"고 부연했다.

대법원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은 의료법 제 1조에서 정한 의료법의 목적인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데 기여할 뿐 아니라, 헌법 제10조 근거한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선택권을 합리적인 범위에서 보장하는 것이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계에서 초음파 진단기기는 인체 내부를 보는 소위 '제2의 청진기'로 인식될 만큼 범용성·대중성·기술적 안전성이 담보된다"라며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사에게 진단 보조도구로서의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의료법 제1조에서 정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헌법 제10조에 근거한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선택권을 합리적인 범위에서 보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를 적용 또는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히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힌 대법원은 "현대의 진단용 의료기기는 과학기술을 통해 발명 및 제작된 것이므로, 그 과학기술의 원리와 성과를 한의사가 아닌 의사만이 독점적으로 의료행위에 사용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은 한의사로 하여금 침습정도를 불문하고 모든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취지는 아니다. 새로운 판단기준에 따라 한의사가 의료법 등 관련 법령이 한의사에게 명시적으로 사용을 금지하지 않은 것이면서 동시에 본질이 진단용인 의료기기에 한정해 한의사가 이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더라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미다"라고 선을 그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은 의료행위의 가변성, 과학기술의 발전, 교육과정·국가시험의 변화, 의료소비자의 합리적 선택가능성 등을 감안해,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무면허 의료행위 해당 여부에 관해 '새로운 판단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 "의료법상 자격을 갖춘 한의사가 진단의 정확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현대 과학기술 발전의 산물인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 행위에 대해 의료법 위반죄의 형사책임을 지울 수 없음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판결을 의료법에 규정된 이원적 의료체계를 부정하는 취지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 또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허용된다고 해서 곧바로 한의원의 초음파 검사료가 국민건강보험의 대상이 된다는 취지도 아니다"라고 짚었다.

즉,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 대상에 해당하는지는 국가의 보건의료정책 및 재정의 영역으로, 그 진료방법이 의료법 위반인지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

대법원 판결에 관해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매우 유감스럽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판결"이라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초음파기기는 물리학을 비롯한 과학적 원리 원칙을 바탕으로 현대의학에서의 활용을 상정해 개발·제작됐다. 영상을 보는데 있어서도 검사를 하는 사람의 숙련도와 전문성에 따라 판독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의사들 중에서도 모든 의사가 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영상의학과 등 별도 진료과가 있는 상황인데, 이를 배경지식이 전혀 다른 동양철학을 바탕으로 교육과 경험이 부재한 이에게 허용하는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박 대변인은 "검사 자체의 위험도가 낮다 해도 검사 결과가 중요한 것이다. 이번 사건 처럼 환자에게 오진하거나 이 초음파를 근거로 잘못된 처치가 들어갈 경우 피해를 받게 되는 것은 환자들"이라고 우려했다.

또 "이 사건은 자궁내막암을 놓치고 치료가 늦어진 명백한 환자 피해 사건이다. 그럼에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의협은 이러한 비상식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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