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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7→A9 확대 결국 무산? 약가참조국 '호주 제외' 가닥

A7→A9 확대 결국 무산? 약가참조국 '호주 제외' 가닥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2.12.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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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값 떨어질라" 제약계 반발에, 정부 '캐나다만 포함' 입장 정리
시민사회 "고가약 속출·약제비 증가율 뛰는데...재정관리 괜찮나"

ⓒ의협신문
ⓒ의협신문

정부가 약가참조국 확대 대상에서 결국 '호주'를 제외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상대적으로 약가가 낮은 호주가 참조국에 포함될 경우, 국내 급여 약가 저평가, 약가협상 난항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제약계의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다. 

다만 고가 신약의 잇단 출현으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협상의 무기를 너무 쉽게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12월 21일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최근 약가참조국 확대 방안과 관련해 이 같이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약가참조국이란 약제 급여 적정성 평가 과정에서 사용하는 일종의 참고 자료다. 약을 건강보험에 들여오려면 적당한 가격을 매겨야할텐데, 적정 가격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보니 외국에서는 해당 약을 얼마에 쓰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형태다. 

현재 공식적인 약가참조국은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일본 등 7곳(A7)인데, 지난달 정부는 여기에 캐나다와 호주 등 2개국을 추가해 A9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기존 A7 기준이 너무 오래된데다, 참조국가의 적정성을 두고도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그 숫자를 늘려 참조약가의 투명성을 제고해 나가겠다는 취지다.

특히 올해 '킴리아'가 3억 6000만원, '졸겐스마'가 19억 8000만원에 건강보험 급여권에 진입하는 등 초고가 약제들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기준을 정비할 필요성이 더욱 컸다. 

한국의 약제급여 결정 시스템(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자료)
한국의 약제급여 결정 시스템(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자료)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계획은 제약계의 즉각적인 반발에 부딪히며 난항을 겪었다. 호주를 참조국에 포함시키는 것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표면적으로는 호주와 국내의 약가제도가 다르고 호주의 신약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는데, 약가가 낮은 호주가 참조국에 포함되면 국내 급여약가가 낮아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컸다. 

글로벌의약산업협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낸 의견서에서 "현재도 국내 약가가 낮아 국내 보험등재가 후순위로 밀리고, 출시를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호주를 (약가참조국에) 추가한다면 글로벌제약사 본사가 약가참조 우려로 (신약의) 한국 출시시기를 늦출 것이며, 이는 국내 환자의 치료기회 박탈로 이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조국가의 숫자를 늘리는 것은 규제"이며 "중증·희귀질환을 위한 혁신 신약을 국내에 도입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제약계는 지난 12월 16일 마련된 보건복지부 2차관과의 간담회에서도 이 문제를 집중 거론한 것으로 전해진다. 

제약계 관계자는 "약가참조국에 호주를 포함할 경우 환자들의 신약접근성이 저해되고, 제약기업의 연구개발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지적들이 많았다"며 "이에 보건복지부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후 제약계의 의견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사실상 정부 내 의사결정이 마무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호주 추가 방안을 없던 일로 하고, 캐나다 한 곳만을 넣어 'A7→A9'이 아닌 'A7→A8'로 약가참조국의 숫자를 조정키로 했다.

심평원은 이 같은 내용으로 '약제의 요양급여대상여부 등의 평가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수정해, 조만간 행정예고한다는 계획이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도 글로벌제약사들이 사실상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제도개선 의지가 너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시민사회 관계자는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 지출은 1.2% 증가한 반면, 약제비는 3.2%나 늘었다"며 "초고가 약제의 출현이 잇따르고 있는 만큼 약제비 증가율은 앞으로도 큰 폭으로 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적정한 약가를 매기는 일은 건강보험 재정운용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짚은 이 관계자는 "약가참조국 확대 계획의 후퇴는 신약에 대한 적정 가치를 찾고,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배치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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