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9 14:11 (금)
법률칼럼 진료계약 민법 편입의 법적 의미
법률칼럼 진료계약 민법 편입의 법적 의미
  • 이은빈 변호사(하모니 법률사무소)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12.22 06:0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간 급여 진료비 심사건수 13.6억건…'전형계약' 움직임 본격화
의사 설명의무·정보제공 및 증명책임 완화 쟁점 부각
이은빈 변호사(하모니 법률사무소)
이은빈 변호사(하모니 법률사무소)

찬바람이 쌩쌩하고 거리는 얼어붙었다. 한파 주의보가 나올 정도다. 그래서인지 주위에 코로나인지 독감인지 모를 독한 감기 증세를 호소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아프면 주변 병·의원을 찾는다. 통상적으로는 해당 증상에 필요한 진료과의 전문의를 오래 기다리지 않고도 만날 수 있다. 이럴 때면 의료접근성이 뛰어난 한국에 살고 있음에 새삼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환자가 의사를 만나 진료를 받고 본인부담금 형태의 진료비를 내는 일련의 과정을 법적으로 설명하면, '의료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겠다'는 당사자간 의사의 합치에 따른 행위로 풀이된다. 

이처럼 우리네 일상생활에서 가장 빈번하게 체결하는 계약 중의 하나가 진료계약임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밝힌 심사실적에 의하면 지난해 급여 진료비에 대한 심사건수만 13.6억 건에 달한다.

그렇다면 진료계약을 일반법인 민법에 포함시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를 주제로 최근 국회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나온 민법 개정안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의사 또한 환자와 더불어 진료계약의 한 축을 이루는 당사자로서 해당 개정안의 취지를 이해하고, 증명책임 등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는 쟁점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어서다. 

※ 이하 개정안 소개 내용은 '진료계약의 민법 편입 개정을 위한 심포지엄' 자료집 발제와 토론 내용, 필자의 개인 의견을 부연한 것임을 밝힙니다. 

현행법 체계에서 진료계약은 비전형계약, 특수무명계약 등으로 분류된다. 

한마디로 전형적이지 않은 계약이라는 뜻인데, 반대로 법률로 정한 계약이 있는 경우 그 계약은 전형계약이 된다. 증여부터 시작해 매매·교환·소비대차·사용대차·임대차·고용·도급·여행·현상광고·위임·임치·조합·종신정기금·화해가 그것이다. 

위 전형계약들은 원래부터 확정돼 있던 것이 아니고 시대 흐름에 따라 유동적이다. 최근 법무부 주도로 입법예고된 민법 개정안에 따르면 '디지털제품 제공 계약'이 조만간 편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2015년 여행이 전형계약에 합류한 이래 16번째 편입이 된다. 

진료계약을 민법전에 편입하려는 시도 또한 위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쉽다. 그동안 진료계약은 주로 민사사건에서 불법행위 또는 계약책임을 청구원인으로 구성해왔다. 

그런데 앞서본 바와 같은 진료계약의 체결 빈도나 계약의 목적을 고려하면, 생명과 건강을 다룬다는 특수성에 비춰 일반적인 법률관계 보다 강도 높은 보호와 법적 안정성이 필요한 분야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온 것이다. 

심포지엄에서 공개된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표 참조)

우선 진료계약을 민법 채권각론편에 편입하는 작업은 네덜란드, 독일 등의 민법전에서도 이미 편입돼 있는 국제적 추세와 일상생활에서의 체결 빈도, 의료행위의 중요성와 특수성을 감안할 때 환영할만하다. 

확립된 법리를 명문화한다는 측면에서 법적 안정성에 기여하며, 의료인 입장에서도 진료계약이 전형계약에 포섭되면 의료사고를 더 이상 불법행위나 형사 범죄가 아닌 계약의 이행 여부를 다투는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어 유리한 측면이 있다. 

다음으로 위 개정안에서 명시한 정보제공의무, 설명의무, 손해배상의무의 경우 그 범위를 정하는 데 있어서는 기존 축적된 판례와 유관단체 등의 의견을 종합해 의료인과 환자 양쪽 모두를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균형을 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 의료행위의 특수성으로 인해 어느 쪽을 입증하는 자체가 매우 어려운 점에 비춰보면, 과실에 대한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규정은 민법의 3대 기본원리인 과실책임의 원칙에 어긋날 소지가 크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같은 취지에서 설명의무의 경우에도 환자 권리를 보호하는 측면뿐만 아니라 의사의 무제한적인 책임을 지양하기 위한 측면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