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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06:00 (금)
한국형 '현명한 선택'…해야 할 것과 권장하지 않는 것?
한국형 '현명한 선택'…해야 할 것과 권장하지 않는 것?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12.1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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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한림원, '현명한 선택 심포지엄' 8개 학회 리스트 공개
의료공급자 자발적 검증…주요 권고 항목 인쇄물 제작 홍보
"의사-환자 더 많은 대화 필요"…건강검진 권고안 10개항 제안

한국형 '현명한 선택' 리스트에는 어떤 게 포함될까.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12월 15일 '현명한 선택 심포지엄 2022'를 열고, 대한가정의학회·대한응급의학회·대한신경과학회·대한간학회·대한고혈압학회·대한중환자의학회·대한통증학회·대한혈관외과학회 등 8개 전문과학회의 현명한 선택 리스트를 공개했다. 

최근 현명한 선택 캠페인 일환으로 '과잉 건강검진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2차례 토론회를 진행한 의학한림원은 건강검진 관련 권고문을 함께 발표했다. 

왕규창 의학한림원장은 "의료공급자들이 자발적으로 수행하는 현명한 선택 캠페인은 그동안 면밀한 과학적 성찰없이 관행적으로 시행해 왔거나, 새로운 지견에 따라 변화가 필요한 사안들에 대해 새로운 진료 권고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건강한 진료 행태를 추구해 왔다"라며 "이를 통해 안전하고 효율적인 환자의 질병 치료와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한편 의료진이 과도하게 방어진료를 하지 않도록 보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학한림원이 6년전 국내에 소개한 현명한 선택 캠페인에는 사업 첫 해인 2020년 대학내과학회 등 5개 학회, 2021년 대한가정의학회 등 10개 학회, 올해는 8개 학회가 참여했다. 

각 전문과 학회에서는 5개 안팎으로 개발한 권고 항목들을 의료진과 환자·보호자들이 쉽게 이해할수 있도록 간략한 설명을 곁들여 인쇄물로 제작해 알리고 있다.

■ 해외 Choosing Wisely 운영 현황
해외 Choosing Wisely 운영 현황

'현명한 선택 캠페인(Choosing Wisely Campaign)'은 지난 2012년 미국내과의사재단(ABIMF), <컨슈머 리포트>, 의학 분야 9개 전문학회가 함께 시작했다. 의료전문인 스스로 한정된 의료자원의 효율적인 활용 및 불필요·과잉 의료행위로 인한 위해 감소를 목표로 적정진료 목록을 작성·보급함으로써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 캠페인의 취지는 진료나 검사 과정에서 환자와 의료인간에 더 많은 대화를 권장하는 데 있다. 의사들은 환자 진료과정에서 ▲근거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지 ▲검사나 수술이 반복되지 않는지 ▲위험은 없는지 ▲정말로 필요한지 등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인식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80개 이상 전문학회가 진료목록을 개발해 공개하고 있으며, 영국·캐나다·호주·일본 등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현명한 선택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에 현명한 선택 리스트를 공개한 8개 학회는 국내외 가이드라인과 기존 권고 목록을 참고해 리스트 초안을 만들고 여러 차례 전 회원 설문조사를 거쳐 주요 항목을 개발한 후 근거문헌 확인과 이사회 등을 거쳐 최종 권고안을 제정했다. 

대한가정의학회는 7개 항의 권고안을 확정했다. 

7개 항은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성 감염에 항생제를 일상적으로 쓰지 않는다 ▲임상적 근거가 확실치 않은 건강기능식품을 권하지 않는다 ▲무증상 환자에서 암 선별검사 목적으로 양전자방출단층촬영/전산화단층촬영(PET/CT)를 권하지 않는다 ▲무증상 성인에서 뇌동맥류, 뇌종양, 치매 등의 선별검사 목적으로 뇌MRI 검사를 권하지 않는다 ▲무증상 성인에서 암 선별검사 목적으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권하지 않는다 ▲적응증이 아닌 경우 포도당, 생리식염수, 아미노산 및 비타민 등을 함유한 수액제제를 주사하지 않는다 ▲외래에서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 등 생활습관병을 처음 진단했을 때(약물처방이 즉시 필요한 경우 제외) 우선적으로 수주 내지 수 개월 동안 생활습관 개선을 시행한다.

대한응급의학회는 5개 항의 리스트를 공개했다.

5개 항은 ▲세균에 의한 인후염, 혹은 바이러스 감염 이후 이차적인 세균감염이 의심되는 경우를 제외한 단순 상기도감염에서 항생제 사용을 최소화한다 ▲유효한 의사결정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단순 외상성 목 통증 환자에서 경추 CT검사를 지양한다 ▲환자의 임상 증상과 경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 소변검사 처방은 최소화한다 ▲임상경과를 확인하거나 진단 및 치료 목적을 제외하고 불필요한 도뇨관 삽입을 지양한다 ▲단순 복통 환자에서 임상적 검사를 위한 복부 X-ray 처방을 최소화한다 등이다. 

대한신경과학회는 8개 항의 리스트를 내놨다.

8개 항은 ▲허혈뇌졸중 환자에서 예방적 항경련제 사용은 권고하지 않는다 ▲편두통 환자에게 마약성, 바이탈 약제를 가능한 사용하지 않는다 ▲다른 효과적인 항경련제가 있는 경우 가임기 여성에게 발프로산을 사용하지 않는다 ▲증상이 없는 경동맥협착 환자에게 경동맥내막절제술이나 스텐트삽입술을 일반적으로 권고하지 않는다 ▲약물과용 두통의 위험을 고려해 편두통 급성기치료제를 월 10일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뇌졸중이나 심혈관질환의 병력이 없는 성인에게 예방목적의 일상적인 아스피린 사용은 권고하지 않는다 ▲금단발작 환자에서 항경련제를 장기간 사용하지 않는다 ▲인지기능 및 부작용에 대한 정기적인 평가 없이 치매 환자에게 일상적으로 콜린에스테라제 억제제 처방을 권고하지 않는다 등이다. 

대한간학회는 3개 항의 권고안을 마련했다.

3개 항은 ▲말기 간암 환자에게 적절한 시기에 완화의료·호스피스 이용을 권유한다 ▲만성 C형간염 완치 이후 C형간염 재감염의 위험인자가 없거나 간수치 이상이 동반되지 않은 경우에는 반복적인 혈중 HCV RNA 검사는 권고하지 않는다 ▲간경변증 환자에서 복수천자, 내시경적 정맥류 결찰술 및 저위험의 침습적 시술에 앞서 응고장애의 교정을 위해 fresh frozen plasma, 비타민 K, 혈소판제를 일상적으로 투여하지 않는다 등이다. 

대한고혈압학회는 5개 항의 권고안을 개발했다.

5개 항은 ▲여러 동반 질병이 있고 기대 여명이 제한된 노쇠 노인에서 적극적인 강압치료는 피한다 ▲혈압강하와 심혈관위험도 감소에 도움이 되는 생활요법을 권고해 주는 것을 간과하지 않는다 ▲환자에게 가정혈압 측정을 권고하고, 진료실혈압 수치만으로 혈압조절 상태를 평가하지 않는다 ▲혈압이 잘 조절되던 환자에서 혈압이 오르는 경우 혈압이 상승하는 상황·조건이 있는지를 고려치 않고 단지 약 처방만을 변경하는 일은 피한다 ▲혈압이 잘 조절되고 있는 환자에서라도 진료지침에서 권장한 기본검사를 매 1년마다 시행하지 않고 단지 약 처방만을 반복하는 일은 피한다 등이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5개 항의 리스트를 발표했다.

5개 항은 ▲임상적 근거가 없다면 인공호흡기 이탈(weaning)을 지연시키지 않는다 ▲배양 결과나 임상 증상이 없는 경우 광범위 항생제를 장기간 지속하지 않는다 ▲자발 호흡(SBT)과 각성(SAT)에 대한 매일의 평가 없이 기계환기 치료를 지속하지 않는다 ▲패혈증 환자에서 원인병소 제거를 지연시키지 않는다 ▲혈관 및 요로 카테터와 같은 침습적 장치는 가능한 빨리 제거한다 등이다. 

대한통증학회는 검사·약물·치료 관련 5개 항의 리스트를 확정했다.

5개 항은 ▲(검사)방사통이 없는 축성의 요통·흉추통·경부통 등에 대해서는 근전도와 신경전도 검사를 시행하지 않는다 ▲(검사)회전근개 손상 평가 시에 초음파 검사 전에 MRI를 우선적으로 시행하지 않는다 ▲(약물)비암성의 급만성 통증 환자들에게 일차적으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하지 않는다 ▲(치료)충분한 다른 보존적 치료없이 유착박리술이나 신경성형술 등과 같은 침습적 시술을 일차적으로 시행하지 않는다 ▲(치료)이전 시술의 효과에 대한 평가없이 반복적인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사는 시행하지 않는다 등이다.

대한혈관외과학회는 질환별 7개 항의 현명한 선택 권고안을 공개했다.

7개 항은 ▲말초동맥질환 - 중증하지 허혈이 아닌 대부분의 혈관성 파행환자에게 일차적으로 침습적 처치(수술적 우회수술/동맥조영검사/내혈관 풍선확장술 또는 스텐트)를 사용하지 않는다. ABI 등 비침습적 검사와 약물치료를 먼저 시행한다 ▲복부대동맥류 - 증상이 없는 대부분의 작은 복부대동맥류(직경 5㎝ 미만)에 대해 내혈관 처치를 포함한 침습적 치료를 하지 않는다 ▲경동맥협착 - 증상이 없는 중증도 미만(60% 미만)의 편측 경동맥협착환자에서 침습적 치료(경동맥 내막절제술/경동맥스텐트)를 약물치료보다 우선하지 않는다 ▲하지정맥류 - 증상이 없거나 대복제정맥 또는 소복제정맥의 역류가 확인되지 않는 하지정맥류 환자에게 침습적 치료(대복제정맥 또는 소복제정맥에 대한 발거술, 혈관내 치료를 이용한 패쇄술)를 일차치료로 권하지 않는다 ▲심부정맥혈전증 - 항응고치료가 불가하거나 반복적인 폐동맥색전증의 위험이 없는 항응고치료 중인 다리의 속정맥혈증 환자에게 폐동맥색전증의 일차 예방을 위해 대정맥필터를 사용하지 않는다 ▲혈관 접근 - 투석에 문제가 없는 혈관 접근에 대해 정기검사로 초음파나 혈관조영술을 사용하지 않는다 ▲말초동맥질환 - 중증하지 허혈이 아닌 대부분의 혈관성 파행 환자에 대해 일차적으로 침습적 처치(수술적 우회수술/동맥조영검사/내혈관 풍선확장술 또는 스텐트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 ABI 등 비침습적 검사와 약물치료를 먼저 시행한다 등이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의학한림원은 두 차례 진행한 '과잉 건강검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 주제를 중심으로 암과 비암 분야 10개항의 건강검진 권고안을 제안했다.

10개 항은 ▲암 건강검진 목적으로 갑상선 초음파 검사 받는 것을 권고하지 않는다 ▲폐암 위험도가 낮은 사람이 건강검진 목적으로 저선량 흉부 CT검사 받는 것을 권고하지 않는다 ▲췌장암 건강검진 목적으로 종양표지자, 초음파 또는 CT 검사 받는 것을 권고하지 않는다 ▲암 건강검진 목적으로 PET-CT 검사 받는 것을 권고하지 않는다 ▲향후 기대여명이 10년 이하인 경우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등 암 건강검진 받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건강검진을 목적으로 비타민 D 검사 받는 것을 권고하지 않는다 ▲건강검진 목적으로 뇌 MRI 검사 받는 것을 권고하지 않는다 ▲증상이 없는 노인이 일상적으로 치매 건강검진 받는 것을 권고하지 않는다 ▲위험도가 낮은 성인이 건강검진 목적으로 관상동맥 CT 검사 받는 것을 권고하지 않는다 ▲건강한 성인이 건강검진을 연례적으로 받는 것을 권고하지 않는다 등이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을 비롯한 28개 학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진행한 '현명한 선택'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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