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를 터는 여자
골목이 환하다
여자가 빗자루를
내리칠 때마다
한 움쿰씩
어두워지는 골목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진지하다
주먹만 한 꽃송이들은
시멘트 바닥에
난데없다
자지러지고
7월 땡볕에 지친 해거름
떨어지는 꽃만큼
그 걸음이 빨라진다
▶2003년 <리토피아>로 등단/시집 <어떤 우울감의 정체> <세상은 내게 꼭 한 모금씩 모자란다> <역> <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산문집<어른들의 사춘기><우울하면 좀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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