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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기생충학 역설(Paradox)-우리 주변에서 기생충 톺아보기(1)
기생충학 역설(Paradox)-우리 주변에서 기생충 톺아보기(1)
  • 이동민 충북대학교 기생생물세계은행 상임이사(의학박사)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12.1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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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기생충 Toxocara 어린이 건강 위협…감염 여부 몰라
기생충 활용한 환경지표 연구 필요…원격 감지·수학적 모델링 주목
충북대 기생생물연구소·기생생물세계은행, 시민교육 전시관 내년 개관
ⓒ의협신문
이동민 충북대학교 기생생물세계은행 상임이사(의학박사) ⓒ의협신문

도시화된 문명에 사는 사람들에게 주변에서 함께 사는 기생충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낯설게 느껴질까? 

코로나19처럼 강하게 불어오는 전염성 병원체가 질병학적인 임상증상을 동반하게 된다면 쉽게 인식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들, 기생충의 존재는 너무 은밀해서 긴 시간을 통해서 관찰해야만 서서히 인식하게 되는지 모른다. 

환경 유해지표 기생충과 '위생기생충학'
필자는 임상 기생충 외에도 다학제 접근을 통해 동물·식물·환경에 생존하는 기생충을 연구하고 있다. 2017년부터 충북대학교 기생생물연구소는 원 헬스 접근을 전략으로 다양한 출처에서 기생충을 발견하고, 그들의 분류와 생활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각 지역마다 어린이 활동공간의 안전을 위해서 토양 내 기생충충란을 환경 유해인자로서 검사한다는 사실을 알게된 것이 이때부터이다. 

다양한 토양검사의 한 종목으로 기생충 오염을 조사하는 것은 환경보건법 제23조에 의거한다. 어린이 활동공간 환경에 대한 인증이 법으로 개정된 해인 2012년부터 유해인자로서 기생충 조사가 실시된 것으로 보인다. 

일찍이 법으로 환경을 감시하는 정부의 판단은 옳았다고 생각한다. 미국이나 가까운 일본은 기생충에 의한 감염병 확산을 경험하였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발생하지 않은 것을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환경 기생충 감시에 관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했지만 각 시도보건환경연구원들은 토양 내 기생충 검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환경부서에 근무하는 연구원 대부분이 환경공학에 전문성을 두고 있어 생물학적인 유해인자를 감시하고 조사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필자는 올해 두 차례(3월과 11월)에 걸쳐 담당 연구원들을 위한 토양 기생충 워크숍을 진행하였다.

인체기생충 학자는 그동안 인체에 질병을 일으키는 소수의 기생충만 다루었다. 

어린이 활동공간에서 가장 위협적인 기생충은 인체기생충이 아닌 인수공통감염을 일으키는 동물기생충이다. 특히 도시 속에 함께 살고 있는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 회충(Toxocara sp.)에 의해 어린이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사진=pixabay] ⓒ의협신문
어린이 활동공간에서 가장 위협적인 기생충은 인체기생충이 아닌 인수공통감염을 일으키는 동물기생충이다. 특히 도시 속에 함께 살고 있는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 회충(Toxocara sp.)에 의해 어린이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사진=pixabay] ⓒ의협신문

하지만 어린이 활동공간에서 가장 위협적인 기생충은 인체기생충이 아닌 인수공통감염을 일으키는 동물기생충이다. 특히 도시 속에 함께 살고 있는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 회충(Toxocara sp.)에 의해 어린이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관련 연구를 살펴보면 미국 인구의 약 5%가 Toxocara 항체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Toxocara 기생충에 노출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며 자신이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모른다.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Toxocara에 의한 임상사례 보고는 12건이 전부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고 있어 미국처럼 감염 여부를 모르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아직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기타 야생동물 기생충은 잠재적인 인수공통감염증을 야기할 수 있다. 

개회충(Toxocara canis)과 고양이회충(Toxocara cati)이 어린이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사진은 자충포자란으로부터 부화하는 유충의 모습이다. 사람의 위장관으로 들어온 유충은 소장벽을 뚫고 림프관과 간문맥을 통해 간으로 침투, 간비대·간농양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폐·뇌·심장·중추신경계에 침범해 병변을 일으킬 수 있다. 유충이 눈으로 침투하면 눈 톡소플라즈마증이나 눈 톡소카라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사진=충북대학교 기생생물세계은행] ⓒ의협신문
개회충(Toxocara canis)과 고양이회충(Toxocara cati)이 어린이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사진은 자충포자란으로부터 부화하는 유충의 모습이다. 사람의 위장관으로 들어온 유충은 소장벽을 뚫고 림프관과 간문맥을 통해 간으로 침투, 간비대·간농양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폐·뇌·심장·중추신경계에 침범해 병변을 일으킬 수 있다. 유충이 눈으로 침투하면 눈 톡소플라즈마증이나 눈 톡소카라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사진=충북대학교 기생생물세계은행] ⓒ의협신문

필자는 탄자니아나·방글라데시와 같은 개발도상국의 기생충 감염관리를 위해 원 헬스 접근을 연구하였다. 연구 결과는 개발국가에서도 적용해야 할 것이다. 환경 유해인자로서 동물과 식물에 감염된 기생충이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공중보건학적 문제를 다루는 학문과 연구 및 사업 영역을 필자와 동료 연구진은 '위생기생충학'이라 부르고 있다. 

토양에는 다양한 기생충이 살고 있다. 그들은 농작물과 산림을 병들게 하기도 하고, 야생동물들이 감염되므로 토양은 가장 큰 감염원 중 하나이다. 하천 주변의 흙과 환경 슬러지 등에는 더욱 다양한 기생 생물이 생존하고 있다. 아메바·람블편모충은 대표적인 기생충성 설사 질환이며, 소와 같은 반추동물에 많이 발견되는 와포자충은 HIV 환자들에게 치명적인 2차 감염체가 될 수 있다.

비둘기는 세계 여러 도시 환경에 적응한 동물로서 평화의 상징이면서 혐오의 대상으로 새롭게 공중보건학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학계에서는 많은 오염물질을 다른 가금류나 들새에게 퍼트리는 매개체로서 연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둘기 기생충을 조사한 바 없지만 2018년 리비아 트리폴리 조사결과를 보면 내부기생충이 57%, 외부기생충이 89%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장내원충류 중에는 톡소포자충과 와포자충 등 인수공통감염증을 초래할 수 있는 종류도 있다. 

환경 건강지표 기생충과 환경기생충학
흥미롭게도 기생충의 생태학적 특징을 활용하여 환경 건강지표로 평가하는 연구도 있다. 전통적으로 감염 인자로 간주하는 기생충의 긍정적인 역할을 장려하는 새로운 학제 간 분야가 시작된 것이다.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은 1980년대 생명공학이 모든 분야를 선도하고, 기생충학은 혁신이 없는 하찮은 분야로 여긴 시대에 시작되었다. 생태학자들이 생태 평가를 위해 새로운 생물학적 파수꾼을 찾고 있을 때 기생충의 존재에 주목했다. 

논문 수가 늘어남에 따라 '환경기생충학'에 관한 관심도 35년 동안 꾸준히 증가했다. 주로 수중생태계의 건강지표로 연구하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에는 다양한 오염 물질에 관한 숙주와 기생충의 복합적인 접근을 통해 환경 악화 지표를 연구하고 있다. 

기생충 단독으로 평가하는 것보다 기생충과 다른 유기체를 함께 평가하는 모델이 더 나은 결과를 제공한다는 것이 최근 트랜드이다. 생태계에서 여러 연결 고리를 보여주는 기생충은 독특한 생태학적 파수꾼이지만 일부 회의론자들은 실제로 얼마나 객관적인 관련성을 보이는지에 관해 의문을 제기한다. 

지난 30년간은 기생충이 변경된 환경 품질을 평가하기 위한 생물학적 도구로서 큰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지만 미래에는 보다 전체론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도 냉정한 사실이다. 더 많은 객관적인 지표로 입증된 영향 평가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기생충을 활용한 환경지표 개발 연구를 시도한 바 없다. 필자가 여러 차례 연구계획서를 제안하였으나 충분히 동료 연구자들을 설득하는 능력이 부족한 탓이다. 환경건강지표로서 기생충 평가법이 선도하려면 환경 파괴와 관련하여 기생충과 숙주 모두의 분자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고급 모델링 접근 방식, 특히 원격 감지 및 수학적 모델링은 다양한 환경 조건에서 기생충의 잠재력을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충북대 내년 1월 기생생물자원 교육 전시관 개관

충북대학교 기생생물연구소와 기생생물세계은행은 시민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내년 1월을 목표로 기생생물 교육 전시관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교육 전시관 평면도. [사진=충북대 기생생물세계은행] ⓒ의협신문
충북대학교 기생생물연구소와 기생생물세계은행은 시민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내년 1월을 목표로 기생생물 교육 전시관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교육 전시관 평면도. [사진=충북대 기생생물세계은행] ⓒ의협신문

기생충학자 조차 어떤 기생충이 우리 주변 가까이에서 직간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잘 알지 못한다. 분명한 것은 어떤 기생충은 우리에게 질병 부담을 야기하고 있으며, 농축수산물에 경제 부담을 주고 있다. 

한편으로는 환경 건강 척도를 알려주는 지표종으로 활용되고 있다. 

국민에게 우리 주변에 공존하고 있는 기생충에 관해 알 권리를 제공하는 것도 학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시민과학을 실천하는 기생충 학자를 꼽는다면 먼저 서민 단국의대  교수(기생충학교실)가 있다. 그리고 SNS를 통해 구독자들과 소통하는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도 과학자가 할 수 있는 적극적인 시민교육을 실천하는 모범사례다. 

충북대학교 기생생물연구소와 기생생물세계은행은 시민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내년 1월을 목표로 교육 전시관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기생충이 무엇이고, 기생충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우리는 그들과 어떻게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는 장소를 마련함으로써 과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시민과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또 다른 사례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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