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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법조계엔 의료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많아요"
"법조계엔 의료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많아요"
  • 김민혜 의협신문 명예기자(가톨릭의대 본과3학년) a06124@naver.com
  • 승인 2022.12.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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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달인' 이선미 공인전문 검사를 만나다

 

 

"저도 무척 두려웠어요. 그렇지만 이 일을 하면 사회에 도움이 되겠다. 나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겠다는 생각으로 나아갔어요." 보건, 의약 분야 블루벨트 인증 전문 이선미 검사(의정부지방검찰청)의 말이다. 이선미 검사는 2009년 EBS '공부의 달인-목표, 공부 열정을 만든다'에 출연해 전국의 화제가 됐다. 경기 과학고등학교 조기 졸업에 이어 서울의대 최연소 졸업, 국내 최연소 개원의. 그것도 모자라 로스쿨에 도전해 당당히 합격한 그녀의 모습은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줬다. 검사가 된 후에도 이선미 검사의 활약은 멈추지 않았다.

의사출신 검사로서, 의료 지식을 활용해 진료 기록을 꼼꼼히 살펴, 2013년에는 수상 놀이 중에 발생한 급성 흉통으로 인해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의사의 과실을 밝혔다. 2015년에는 안검하수 수술 후 실명한 환자의 사건에서 항생제 거부 반응을 포착해 사건을 해결하기도 했다. 이런 전문성 덕분에 그녀는 의약 분야에서 국가 송무 분야 공인전문검사 2급(블루벨트) 인증을 받게 됐다. 어떤 마음으로 이 모든 일을 이룰 수 있었는지 [의협신문] 명예기자로서 그녀를 만났다.

Q. 검사로서 하는 일이 궁금합니다. 의료 관련 사건을 주로 담당하시는지? 
전체 사건 중에서 의료 사건이 건수만 보면 많지는 않아요. 그런데 하나하나 사건이 대부분 사망 사고가 많다 보니 피해가 중한 경우가 많아요. 건수로는 적지만 사람 생명과 관련이 있다 보니 (의료 사건)의 비중이 좀 큰 편입니다.

Q. 맡았던 의료 사건 중 기억에 특별히 남는 사건이 있나요.
모든 사건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골라 말해보자면, 최근 맡은 사건인데 혈관 조영술 중 혈관 파열로 인한 사망 사고에서, 의사의 과실 여부를 따져야 했어요. 해당 시술 영상을 확보해 감정을 보내야 했는데, 이때 의학 지식을 활용해 과실을 판단하는 증거가 되는 질문과 함께 사건을 의뢰했던 기억이 나네요.  사건을 맡을 때마다 의료 지식 공부를 해야 해요. 그리고 각 분야의 전문의 선생님들, 그리고 교수님들의 의견을 들어요. 사건 할 때마다 그분들을 법률적인 상황으로 전달하는 중간자의 역할을 하는 거죠.

ⓒ의협신문
서울의대 졸업후 최연소 개원의에 이어 로스쿨에 도전해 자신의 꿈을 이룬 이선미 검사. <사진 제공: 서울대총동창신문>ⓒ의협신문

Q. 의료 소송을 맡게 되면 의사의 과실을 지적해야 하는 일도 있을 것이고, 이럴 때 기존에 속해 있던 (동료)집단을 공격하는 위치에 놓일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런 점 때문에 힘들지는 않으셨나요?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하고 싶어요. 검사는 맡은 일의 결과에 따라 돈을 더 많이 받는 직업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사건을 볼 때 더 객관적일 수 있는 면도 있어요. 어떤 사건을 맡았을 때 의사가 정말 잘못했다면 그걸 잘못했다고 말 할 수 있어야 검사입니다. 잘못했는데 '이걸 어떻게 덮어야 하나?' 또는 '이걸 지적하면 내가 이 사람으로부터, 의사 집단에서 나쁜 평가를 받을까'를 전혀 고민할 게 없어요. 그게 소신이라고 생각해요. 

더욱이 저는 의사라는 집단이 의사의 잘못된 걸 지적한다고 해서 그걸 감싸는 집단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잘은 모르겠지만 어떤 걸 잘못이라고 지적받았는데 그걸 수긍할 수 없을 때 거기에 대해서 반발을 하는 거로 생각합니다. 당사자가 승복할 수 있는 판단을 내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편으로는 제가 봤을 때 이 정도는 의료계에서 인정될 수 있는 범위 내인데 피해자들의 유족들이 과하게 주장하는 경우도 있어요. 제가 판단하기에 의사가 최선을 다한 건데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면 이런 부분은 피해자 측을 설득해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해요. 이러한 판단을 내리는 기준이 상당히 미묘하기 때문에, 올바른 판단을 내리려면 더 명확한 증거를 찾고, 양쪽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제 역할이고, 이 직업의 매력입니다. 그래서 좋은 거죠. 

의학은 내 몸과 내 가족과 건강을 챙기고 주변의 이웃들을 도와줄 수 있는 점에서 너무 좋다면, 법이라는 학문은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학문이에요. 세상의 모든 우리의 행동이 설명돼요. 법은 어떻게 보면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을 넓게 해주는 하나의 방법이에요.  

Q. 최연소 서울의대 합격에 최연소 개원의, 이어 로스쿨 진학으로 검사까지 '공부의 달인'이란 호칭까지 얻으셨는데 공부가 힘들진 않았나요?
원래 낙천적인 성격이에요. 그리고 꿈이 확실했어요. '정말 내가 사회에서 필요한 사람이 돼야 하겠다'는 그런 목표 의식, 그런 게 있었기 때문에 힘들 때도 많고 너무 졸릴 때도 많고,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희망이 있으니까 버텼던 것 같아요. 앞으로 시대가 변하면서 점점 학문의 융합이 필요하다고 하잖아요. 저는 의학도 공부하고 법도 공부해서 일하면 나중에 '뭔가 남들이 못하는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거든요.

스트레스를 받는 것에 대한 해결 방법으로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권유로 꾸준히 운동을 했어요. 로스쿨 다닐 때까지 계속 아침에 테니스를 쳤는데, 이게 체력을 뒷받침해주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는데도 도움을 줬던 것 같아요. 동아리 활동도 많이 했어요. 의대 때 테니스 동아리를 했고, 로스쿨 가서는 제가 테니스 동호회를 만들기도 했어요. 인간관계를 잘 만들어놓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사람은 혼자서는 외롭거든요. 

Q. 의과대학이나 로스쿨이나 학습량이 상당히 많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두 분야의 공부가 차이점이 있나요? 
양 자체는 의대가 훨씬 많을 것 같아요. 관련된 과목도 정말 많고, 의대는 정말 단시간에 많은 양을 시험 봐야 하잖아요. 그런데 법 공부는 책을 많이 읽어야 되는 게 아니라 정해진 분량을 완전히 계속 다독해서 내 걸로 소화해 내 글로 풀어내는 작업을 거쳐야 해요. 또한 법 공부에는 가치 판단이 들어가야 해요. 여러 가지 의견이 있는데, 그중에서 본인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사례를 줬을 때 어떠한 의견을 적용해야 할지를 정해 글로 풀어낼 수 있어야 해요. 

Q. 학문의 융합을 할 때 꼭 법학이 아니더라도, 다른 분야가 있었을 텐데 로스쿨을 선택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우리 몸을 의학이 다 지배하고 있다고 한다면, 우리 사회는 모두 법이 지배해요. 어떤 거 하나라도 내가 살아가는 모든 게 다 법이에요. 우리가 슈퍼에서 물건을 하나 사는 것도 계약이고 우리가 집을 사는 것도 계약이고, 관련해서 다툼이 일어나도 다 법적인 분쟁이에요. 우리가 느끼지 못하지만 내 의료 행위에서도 모든 걸 규율하는 건 법이에요. 의학은 내 몸과 내 가족과 건강을 챙기고 주변의 이웃들을 도와줄 수 있는 점에서 너무 좋다면, 법이라는 학문은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학문이에요. 세상의 모든 우리의 행동이 설명돼요. 법은 어떻게 보면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을 넓게 해주는 하나의 방법이에요. 그래서 법 공부가 너무 해보고 싶었고 실제로 해보니까 너무 필요해요. 

Q. 그렇다면 이 검사님 처럼 법조인을 진로로 삼고 싶어하는 의과대학 후배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저는 누구에게나, 의과대학 학생이 아니더라도 세상 사람들 모두가 법을 공부하는 것을 추천해 드려요. 굳이 법조인이 되지 않더라도요. 법은 어느 분야에서나 활용될 수 있는 학문이에요. 세상을 보는 눈을 확장한다는 점에서 좋고, 소송으로 가기 전에 서로와 서로의 위치와 지켜야 할 선을 알고 행동할 수 있게 도와주지요. 법을 모르고 행동하는 것과 알고 행동하는 거는 다르거든요. 알아야 더 조심하게 되고,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어요.

의과대학 후배들이 법조인이 되고 싶고, 법 공부가 하고 싶다면, 두 가지 정도의 두려움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먼저는 '이게 해볼 만한 가'라는 것에 의문을 가질수가 있고 대다수가 전문의 과정을 밟아서 전문의가 되는데 그걸 포기하고 가는 것이 약간 두려울 수 있어요. 우리는 보통 대다수가 따라가는 길을 하는 게 안정적이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게 더 안정적일 수 있거든요. 그러나 법조계에 의료 전문가가 필요한 건 사실이에요. 수요가 많아요. 저는 충분히 본인이 할 생각만 있다면 와서 역량을 펼칠 기회가 많다고 생각해요. 

세상을 다양하게 봤으면 좋겠어요. 생각보다 의사 중에서 의사 일을 안 하는 사람도 꽤 많거든요. 그들은 의사 일을 포기한 게 아니라 의학을 활용해서 사회에 다른 방식으로 보탬이 되는 일들을 하는 분들이고, 의학에 대한 공부가 필요한 분야들이 많아요. 주변에 다양한 경험을 하신 분들을 찾아가봤으면 좋겠어요.

두 번째는 공부에 관련된 고민을 할 수 있어요. 법 공부와 의과대학의 공부가 다르다 보니 생기는 문제인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직접 해보니 방법을 터득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1년 정도 지나고 나니 사고의 전환이 이뤄졌고 그 후에는 오히려 제가 의과대학을 다니면서 가졌던 학습 역량이 장점이 됐어요. 

ⓒ의협신문
연합뉴스 TV는 2018년 12월 의사를 접고 검사의 길에 들어선 이선미 검사의 사연을 전했다. <사진은 연합뉴스 TV 갈무리>ⓒ의협신문

Q. 의과대학을 일찍 졸업한 선배로서, 모든 의과대학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세상을 다양하게 봤으면 좋겠어요. 생각보다 의사 중에서 의사 일을 안 하는 사람도 꽤 많거든요. 그들은 의사 일을 포기한 게 아니라 의학을 활용해서 사회에 다른 방식으로 보탬이 되는 일들을 하는 분들이고, 의학에 대한 공부가 필요한 분야들이 많아요. 주변에 다양한 경험을 하신 분들을 찾아가봤으면 좋겠어요. 찾아가서 만나고 얘기 듣다 보면 뭔가 내가 이걸 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 있어요. 그러면 주저하지 말고, 너무 나쁜 점만 보지 말고 장점을 보고 나아가면 좋겠어요. 저도 많이 두려웠어요. 그런데 로스쿨을 예를 들어 보자면, 3년인데 인생의 3년은 긴 시간이 아니거든요. 가서 공부한 후에 꼭 검사를 떠나서 변호사도 좋고, 판사도 좋고, 또 그게 아니라 보건복지부 같은 데 가서 의료 정책 같은 걸 해야 되요. 로스쿨 졸업하고 나서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도 돼요. 자신감을 가졌으면 합니다.

Q. 장시간 좋은 말씀 해주셨는데 아직도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또 있을까요? 
사람 인생이라는 게 무한하지 안잖아요. 또 제가 평생 검사를 할 것도 아니니까, 언젠가는 이 일도 끝이 있겠죠. 그때 제가 이런 일을 하면서 갖게 됐던 저만의 경험을 나눠줄 기회가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지금도 후배 검사들에게 제 노하우를 알려주기도 하고, 그러한 활동을 즐거워하거든요. 예전에 의료법 교수가 되고 싶기도 했는데, 이 직업은 정말 매력 있다고 생각해요. 가진 걸 전해주고 나눠줄 수 있잖아요. 특히 우리나라도 지금 의료법이나 의료소송 같은 분야는 아직 서구보다는 사건 수도 많지 않고 점점 쌓아가야 하는 측면이 있는데, 그런 점에서 제가 로스쿨 1기로서, 검사로서 후배들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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