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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진찰료 개편 시급…진찰시간·진료 난이도 고려해야
진찰료 개편 시급…진찰시간·진료 난이도 고려해야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12.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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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찰시범사업·만성질환관리제 대상 질환 외과계 확대
일차의료기관 교육상담 수가 개발…소아·임산부 가산 필요
진찰시간 증가할수록 의사 진료만족도 높아지고 번아웃 감소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의사 절대 다수(94.5%)가 진찰료 개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진찰시간에 대한 고려가 없으며, 진료 난이도 역시 감안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다. 

진찰료 개편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할까. 

단기 방안으로는 ▲심층진찰시범사업 확대 ▲의원급·중소병원 대상 교육·상담 수가 개발 ▲만성질환관리제 대상 질환 외과계까지 확대 ▲소아·임산부·노인·장애인 등 가산 등이 제시됐다. 중·장기적으로는 진찰시간에 따른 진찰료 차등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의사의 진찰시간 현황 분석> 연구보고서를 펴냈다.  

이 연구는 OECD 통계와 선행연구들을 이용해 진찰시간과 다양한 의료현상과의 상관성을 비교·분석했다. 또 <2020 전국의사조사>(KPS)에 나타난 의사의 진찰시간 현황과 이와 관련된 요인들을 실증적으로 살폈다.

■ OECD 국가의 의사 1인당 연간 진료환자 수(진찰 횟수)
■ OECD 국가의 의사 1인당 연간 진료환자 수(진찰 횟수)

OECD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의 연간 의사 방문횟수는 17.2회(OECD 평균 6.8회)로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며, 연간 환자 수도 6989명(OECD 평균 2122명)으로 가장 많다.  

OECD 국가의 진찰시간과 국민 1인당 연간 의사 방문횟수, 의사 1인당 연간 진료환자 수, 의료수가 등과의 상관관계도 분석했다. 

그 결과 진찰시간이 짧을수록 국민 1인당 연간 의사 방문횟수, 의사 1인당 연간 진료환자 수가 많았으며, 의료수가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국내 의사들의 평균 진찰시간은 초진 11.81분, 재진 6.43분으로 나타났다. 세계 67개국 의사들의 진찰시간은 최소 48초부터 최대 22.5분까지 다양했다. 

초진 진찰시간은 문진(39.4%), 신체검진(23.2%), 상담·교육(23.7%), 진료기록·처방전 작성(13.7%) 등에 할애했으며, 재진은 문진(35.1%), 신체검진(22.5%), 상담·교육(27.2%), 진료기록·처방전 작성(15.2%) 등이었다.

초진·재진 모두 의사의 성별·연령·직역·근무기관·전문과목에 따라 진찰시간 평균의 차이를 보였으며, 재진의 경우 근무기관 설립 형태와 근무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 국가별 진찰시간에 대한 환자 만족 비율
■ 국가별 진찰시간에 대한 환자 만족 비율

일주일 평균 환자수는 초진 39.7명, 재진 125.3명이었다. 직역별로는 개원의가 초진·재진 모두 환자수가 가장 많았다. 근무기관별로는 의원-병원-종합병원-상급종합병 순이었다.

진찰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분석 결과, 환자수가 증가할수록 진찰시간은 감소했으며, '기록·처방전 작성'보다 '상담·교육'에 시간을 더 할애할수록 진찰시간은 유의하게 증가했다. 

초진 시에는 문진, 재진 시에는 신체검진에 비중을 둘수록 진찰시간이 늘었다. 

의사의 진료만족도와 소진(번아웃)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 진찰시간이 증가할수록 의사의 진료만족도는 높아지고 소진은 감소했다. 또 진찰시간 중 '상담·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수록 진료만족도가 높아졌으며, 소진은 줄었다.

진찰시간 증가에 따른 환자 수 감소가 의사의 소진을 감소시킨다는 분석이다.  

저수가 영향으로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수익이 보전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빚어진 짧은 진찰시간을 개선하기 위한 진찰료 개편안도 제안했다.

먼저 단기 방안으로는 현재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심층진찰시범사업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을 현실화하고, 현행 만성관리제 대상 질환을 외과계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일차의료기관의 교육·상담 기능을 활성화해 수가를 개발하고, 상대적으로 의사 집중도와 진찰시간이 더 소요되는 소아·임산부·노인·장애인 등에 대한 가산 적용을 요청했다.

■ OECD 국가의 상대적 수가 수준과 의사 1인당 연간 진료환자 수의 관계
■ OECD 국가의 상대적 수가 수준과 의사 1인당 연간 진료환자 수의 관계

장기적으로는 진찰시간에 따른 진찰료 차등 보상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민은 충분한 진찰시간(10.2분)이 보장된다면 2013.7원을 추가 지불향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의사와 환자 모두 충분한 진찰시간을 갖고 진찰료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진찰료 차등 보상은 진료과, 의료기관 종별 등에 따라 고려할 사항이 많아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또 늘어난 진찰시간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 증빙 과정에서 행정부담이 늘 수도 있다.

연구보고서는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 내에서 투입시간에 따라 진찰료를 정상화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수반된다"라며 "진찰시간에 따른 진찰료 차등제는 정부, 의료계, 국민 모두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가능하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지난 9월 열린 필수의료 강화 국회 토론회에서 지적된 것처럼 건강보험 수가는 검사료, 영상진단 및 치료료 이외는 전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진찰료의 경우 원가보전율은 49%에 불과하다"라며 "진찰은 진료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의료행위임에도 낮은 진찰료를 많은 양의 진료로 커버하는 박리다매식 3분 진료문화가 고착돼 의료체계 왜곡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의사와 환자의 불신이 심화되고 그 결과 진료실 폭력 등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봉식 소장은 "의사가 충분한 진찰시간을 갖고 진료하면서 환자의 마음까지 살필 수 있도록 그에 상응하는 적정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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