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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일본의 의료·개호 전달체계 현황 및 시사점
특집 일본의 의료·개호 전달체계 현황 및 시사점
  • 강주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원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12.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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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원

[특집] 의료전달체계의 현황과 외국의 경험(2)

올해는 새정부의 출범과 미래 신종감염병 대응체계 논의 등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보건의료 분야의 거버넌스 개선과 더불어, 해묵은 난제의 해결방안 모색이 활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계간 의료정책포럼> 2022년 연중 특집 세션의 주제로 '의료전달체계'를 선정했다. [의협신문]은 의료계를 중심으로 각계각층의 다양한 입장과 의견을 살펴봄으로써, 종합적인 시각에서 국민건강을 위한 최선의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계간 의료정책포험>에 실린 특집 원고를 게재한다.
[의협신문]은 첫 번째 '현행 의료전달체계, 의료기과 기능의 현황 및 문제점' 세션에 이어 '의료전달체계의 현황과 외국의 경험' 두 번째 세션을 소개한다.

<글싣는 순서>
1. 의료전달체계 이슈에서 좀 더 고려돼야 할 문제들
- 옥민수 울산의대 교수(울산대병원 예방의학과)
2. 환자중심의 의료전달체계는 무엇일까?
- 윤명 (사)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3.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대만의 정책사례
- 김계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부장
4. 일본의 의료·개호 전달체계 현황 및 시사점
- 강주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원

* 원고는 필자 개인의 견해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의협신문
강주현 연구원(의협 의료정책연구소)

■ 들어가며

우리나라는 1989년 7월 1일 전 국민 의료보험 시행과 함께 행정구역에 따른 진료권을 설정하였으며 1, 2, 3차 의료기관 간의 기능 분담을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1998년 지역 간 공급 불균형에 따른 불평등 해소를 위해 규제 개혁 차원에서 진료권 개념이 사실상 폐지되었으며, 현재는 건강보험 적용 환자의 요양급여는 2단계 요양급여 이용 절차를 거치도록 되어 있지만 의료법 상 의료전달체계에 관한 근거가 없는 상태이다. 

게다가 대학병원 환자 쏠림 현상으로 인해 의료전달체계가 사실상 붕괴되어 가고 있으며, 1단계 요양급여 대상 의료기관들의 운영 상태는 점점 악화되어 가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의료기관 접근성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와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어 이른바 'Free Access'가 가능한 형태이다. 

그러나 일본은 의료전달체계 관련 법 규정이 54개조에 이르며, 전국의 각 지역별로 인구 대비 필요한 병상 수 등을 매년 감안하기 위해 병상 기능 신고제를 시행 중에 있다. 또한, 각 지역별로 필요한 병상 수의 제한을 두는 이른바 '병상총량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으며 인구 고령화 추이에 따라 필요한 병상의 기능을 선제적으로 가늠하여 병상 수를 조절해오고 있다.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과 일본의 의료기관 이용 프로세스는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이지만 일본의 의료전달체계는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정교한 시스템이다. 

이에 본 고에서는 일본의 의료전달체계가 어떠한 형태로 구축되어 있는지, 이에 대한 관련 법률 및 정책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 서술해보고자 한다.

■ 일본의 의료 개혁 관련 법률

일본은 2011년,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인 의료비의 급격한 증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에 해당하는 단카이세대가 75세 이상 후기고령자에 대거 진입하는 2025년을 대비하기 위한 '2025 모델'을 마련하였다. 

동 모델은 '의료 및 개호 서비스의 종합적인 제공체제 확보'를 위해 지역포괄케어시스템 정책 추진 방향을 제시하는 내용을 주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2014년 6월 25일 공표된 '의료·개호 종합 확보 추진법' 시행과 관련하여 총 19가지 관련 법률을 한꺼번에 개정하였는데, 세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지역사회 공적 개호시설 등의 계획적인 정비 등 촉진에 관한 법률(의료·개호 종합 확보 추진법 제1조 관련)
2. 진료방사선기사법(의료·개호 종합 확보 추진법 제24조 관련)
3. 사회복지사 및 개호복지사법(의료·개호 종합 확보 추진법 부칙 제3조 제1항 관련) 
4. 지역사회 공적 개호시설 등의 계획적 정비 등의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9년 정령 제205호의 일부 개정-정비 정령 제1조 관련)
5. 사회복지사 및 개호복지사법 시행령(2008년 정령 제84호) 
6. 지역사회 공적 개호시설 등의 계획적 정비 등의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2019년 후생노동성령 제34호의 일부 개정-정비성령 제1조 관련)
7. 개호보험법 시행규칙(1999년 후생노동성령 제36호의 일부 개정-정비성령 제2조 관련) 
8. 진료방사선기사법 시행규칙(1951년 후생성령 제33호 일부개정-정비성령 제4조 관련) 
9. 사회복지사 및 개호복지사법 시행규칙(2011년 후생노동성령 제132호 등의 일부 개정(정비성령 제9조 관련) 
10. 의료법(의료·개호 종합 확보 추진법 제3조 및 4조 관련) 
11. 개호보험법(의료·개호 종합 확보 추진법 제5조 및 제6조 관련)
12. 보건사·조산사·간호사법(1948년 법률 제203호)
13. 치과위생사법(1948년 법률 제204호) 
14. 진료방사선기사법(1951년 법률 제226호) 
15. 치과기공사법(1955년 법률 제168호) 
16. 임상검사기사법(1958년 법률 제76호) 
17. 외국인 의사 등이 시행하는 임상 수련에 관한 의사법 제17조 등의 특례 등에 관한 법률(1987년 법률 제29호의 일부 개정-의료·개호 종합 확보 추진법 제20조 관련) 
18. 간호사 등의 인재 확보 촉진에 관한 법률(1992년 법률 제84호 일부 개정-의료·개호 종합 확보 추진법 제23호 관련)  
19. 양질의 의료 제공 체제 확립을 도모하기 위한 의료법 등의 일부 개정 법률(2006년 법률 제84호 일부 개정-의료·개호 종합 확보 추진법 제23호 관련) 

또한, 일본 의료법 제5장 '의료제공체제의 확보' 부분에서는 의료제공체제 관련 법 조항이 30개 조에 걸쳐 규정되어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지역의료계획 및 병상 기능 분화 및 연계 추진, 의료기관 종사자 확보 및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의료법 제 7장 '지역의료연계추진법인' 부분에서는 병원과 진료소, 개호노인보건시설, 개호의료원 등의 연계 추진 방침 및 관련 법인 운영 등에 관한 조항을 24개조에 걸쳐 규정하고 있다. 

■ 병상 기능에 따른 의료기능 분화 계획  

2014년 6월 25일 공표된 '의료·개호 종합 확보 추진법' 시행 이후, 같은 해 10월 1일부터 지역의료구상 작업이 전국 도도부현에서 시행되었다. 이것은 일본 내에서 2025년 필요 병상 수를 추계하기 위한 시도였으며 지역 의료 제공 계획의 일환으로써 시행되고 있다.

일본은 전 지역을 응급 의료를 포함한 일반적인 입원 치료가 완결될 수 있도록 구역을 세분화 하였는데 이것을 1, 2, 3차 의료권이라고 한다. 

3차 의료권은 타 지역에 비해 지역 면적이 가장 큰 홋카이도를 제외한 46개 도도부현 각 지역 전체를 의미하며, 2차 의료권은 다수의 시구정촌으로 구성되며 하나의 현 단위의 지역을 지역 면적에 따라 몇 개의 구역으로 세분화 한 구역을 의미한다. 1차 의료권은 외래를 중심으로 하는 일상적인 의료를 제공하는 지역 구분 형태로써 원칙적으로 시구정촌이 중심이 되며, 이 중에서 2차 의료권은 일본 내 각 지역 의료기능 분화 계획을 위한 기본 단위가 된다. 도쿄 인근 치바(千葉)현의 경우, 2차 의료권을 9개 구역으로 구분하여 지역 의료 제공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그림 1]의 치바현 2차 의료권 가운데 ①번 영역에 해당하는 토카츠(東葛)북부 지역의 경우, 53개 병원과 21개의 유상진료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2020년 7월 기준 치바현청에 신고된 병원급 의료기관의 총 병상 기능은 고도급성기 2044병상, 급성기 4364병상, 회복기 1274병상, 만성기 1962병상이었다. 

유상진료소의 병상 기능은 고도급성기 0병상, 급성기 151병상, 회복기 70병상, 만성기 38병상 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기반으로 인구 추이 및 환자의 각 질환별 입·퇴원 현황 등을 고려하여 2025년 7월 기준 동 지역에 필요할 것으로 추계한 각 기능별 병상 수는 <표 1>과 같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 병상 기능 보고 제도

위와 같이 지역의료구상을 위한 병상 수 추계를 하기 위해 전국의 각 의료기관은 허가 병상 수 및 가동 병상 수, 병상의 종류, 병상 운영 기능에 대해 각 도도부현에 보고하도록 되어있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일본 의료법 제7조 제2항 제1∼5조에 명시된 병상의 종류는 정신병상, 감염증병상, 결핵병상, 요양병상, 일반병상으로 구분되며, 의료법 시행규칙 제4장의 2-2 병상기능의 구분 제30조의 33-2에서 규정하는 병상의 운영 기능은 고도급성기, 급성기, 회복기, 만성기로 구분된다. 

병상 기능은 매년 보고하도록 의무화 되어 있으며, 신고 방식은 예를 들어, 치바현 내에서 160병상을 운영 중인 도쿄연안재활병원의 경우, 총 병상 수는 200병상, 병상의 종류는 일반병상, 병상 운영 기능은 회복기로 신고하는 방식이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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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기능 신고 시, 해당 의료기관 운영에 필요한 시설 및 인력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2015년 후생노동성은 각 도도부현에 신고된 병상 기능 보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2025년 일본 내에 필요한 의료 기능별 병상 수를 추계하였다. 

고도급성기는 20%, 급성기는 30%, 만성기 20%를 줄이고 회복기 병상은 약 3배 더 확충해야하는 것으로 추계하고 있으며 만성기 병상의 경우, 병상 수 감축 및 개호시설, 재택의료제공 시설 등으로의 전환에 따른 수요가 약 3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 지역포괄케어시스템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의 커뮤니티케어 시스템에 해당하는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마련된 이 시스템은 의료와 개호의 연계를 통해 지역사회 주민들이 종합적인 케어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환자가 병에 걸리면 급성기, 회복기, 만성기 의료를 제공받고 퇴원하여 재택 복귀를 하게 되는데, 여기서 재택 복귀율은 무조건 집으로 퇴원하는 것이 아니라 타 병원으로의 전원 및 각종 개호시설로 입소하게 되는 경우도 포함하여 계산된다. 

환자의 재택 복귀에 관한 업무는 각 병원의 '지역의료연계실'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의료와 개호 시스템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재택의료 제공을 위해 24시간 방문 진료 대응이 가능한 재택요양지원진료소 및 재택요양지원병원도 운영되고 있으며, 각종 개호시설에서는 방문 간호 및 방문 재활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고령자는 자택이나 서비스 제공 고령자 주택 등에 거주하며 방문 개호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다소 건강한 고령자들은 지역사회 내 노인정에 해당하는 카요이노바(通いの場) 등에서 각종 동호회 활동을 하거나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며 건강증진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 시사점  

일본은 2025년이 되면 65세 이상 인구가 30% 이상이 되며,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는 18%가 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의료 기능별 병상 기능을 4가지로 구분하여 병상 기능을 보고 받고 전국적으로 필요한 병상 수를 매년 추계하여 조절하고 있으며, 지역포괄케어시스템 하에서 의료와 개호의 유기적인 연계를 도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급종합병원 분원 설립 등 병상 수 증설을 통해 1차 의료기관의 운영을 어렵게 하는데 일조하고 있으며, 의료와 요양 시스템을 연계하기 위한 효율적인 시스템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일본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의 의료전달체계 개선 방안을 몇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무분별한 병상 증설을 막기 위한 '병상총량제' 도입이 필요하다. 전국적으로 필요한 병상 수를 매년 파악하여 병상 과잉 지역은 병상 증설을 억제하고 병상 부족 지역에 병상 신설을 허가하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둘째, 기능 중심의 의료전달체계 개편이 필요하다. 중증 진료는 상급종합병원에서 담당하도록 하여 급성기 의료를 제공하고, 병원급 의료기관 중에서 회복병원이 회복기 의료를, 요양병원이 만성기 의료를 담당하도록 기능 중심의 의료제공체제로 개편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민간 중심의 커뮤니티케어 시스템 구축 및 관련 법률 제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초고령 사회 진입이 3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준비가 덜 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제라도 효율적인 정책 추진 및 관련 법률 제정이 속히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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