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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환자중심의 의료전달체계는 무엇일까?
특집 환자중심의 의료전달체계는 무엇일까?
  • 윤명 (사)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12.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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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 (사)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특집] 의료전달체계의 현황과 외국의 경험(2)

올해는 새정부의 출범과 미래 신종감염병 대응체계 논의 등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보건의료 분야의 거버넌스 개선과 더불어, 해묵은 난제의 해결방안 모색이 활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계간 의료정책포럼> 2022년 연중 특집 세션의 주제로 '의료전달체계'를 선정했다. [의협신문]은 의료계를 중심으로 각계각층의 다양한 입장과 의견을 살펴봄으로써, 종합적인 시각에서 국민건강을 위한 최선의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계간 의료정책포험>에 실린 특집 원고를 게재한다.
[의협신문]은 첫 번째 '현행 의료전달체계, 의료기과 기능의 현황 및 문제점' 세션에 이어 '의료전달체계의 현황과 외국의 경험' 두 번째 세션을 소개한다.

<글싣는 순서>
1. 의료전달체계 이슈에서 좀 더 고려돼야 할 문제들
- 옥민수 울산의대 교수(울산대병원 예방의학과)
2. 환자중심의 의료전달체계는 무엇일까?
- 윤명 (사)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3.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대만의 정책사례
- 김계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부장
4. 일본의 의료·개호 전달체계 현황 및 시사점
- 강주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원

* 원고는 필자 개인의 견해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의협신문
윤명(사단법인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 들어가며

우리나라의 의료전달체계 및 의료정책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그동안 우리는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끊임없이 논의해오고 있다. 

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만성질환이나 중증질환과 같은 질병이 증가함에 따라 의료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 되고 있다. 인구 감소, 대도시화, 1인 가구의 증가, 비대면 디지털 사회 등 다양한 사회의 변화 속에서 그동안 우리의 의료정책은 현안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중심으로 추진해온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지난 2년여 넘은 시간 동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포스트 코로나 이후의 우리의 보건의료 정책과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논의는 분명 과거와는 다른 변화와 개선이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 

그동안 우리나라 의료정책의 문제로 대형병원 중심의 환자 쏠림 현상 등 의료전달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들어 왔고, 이 문제에 대해서 의료계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사회 각계에서 끊임없이 지적해왔다. 

의료인 입장에서 본 의료전달체계의 문제와 환자 입장에서 본 의료전달체계의 문제점이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는 이 문제를 놓고 해결점을 마련하지 못했다. 

현재 우리의 의료전달체계는 1차 의료기관이 중심이 되는 진료체계라기보다 3차 의료기관 중심의 의료체계가 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수도권에 모여 있는 대형병원 중심으로 환자가 몰리고 수도권 대형병원 중심의 환자 집중 문제는 더욱 의료전달체계를 붕괴시키고 있다. 동네 의원에서는 비급여 중심의 의료기관이 주를 이루고 있다. 

현재의 의료전달체계는 환자 쏠림 현상이 심해 응급한 환자가 병실을 찾아다니다 되어 목숨을 잃게 되는 문제도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의 의료전달체계를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시스템이라고 말하기에는 매우 회의적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직전인 2019년 12월 전국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의료기관 이용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치료를 위해 주변의 가까운 의료기관을 이용한다는 응답은 25.8%로 나타났고, 의료기관을 방문하려고 할 때 주변의 의료기관 중에서 진료에 적합한 의료기관을 찾기 어렵다는 응답이 48.9%로 나타났다. 또 의료기관을 방문했을 때 적절한 치료나 진료가 이루어지지 않아 불만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66.5%로 나타났다.

대형병원을 찾게 되는 이유 중에는 치료에 적합한 의료기관을 찾기 어렵거나 치료에 불만이 있어서 더 큰 병원을 찾게 되고, 특히 지방 소도시에 거주하는 경우 더욱이 적절한 의료기관을 찾기 어려워 차라리 대도시 대형병원을 방문하게 된다는 응답이 있었다. 

결국 환자의 입장에서, 환자가 이용하는 실태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말로만 환자중심이 아닌 의료 정책이나 시스템이 환자중심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일차의료 강화 정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실제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국민과의 괴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사진=pixabay] ⓒ의협신문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일차의료 강화 정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실제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국민과의 괴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사진=pixabay] ⓒ의협신문

■ 국민건강 위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선택' 아닌 '필수'

의료전달체계의 개념은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필요한 때에 적절한 장소에서 제공함으로써, 건강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체계이다.

그러나 과연 지금의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적정인에 의해, 적소에서 적정진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인지 반문하게 된다. 따라서 의료전달체계의 개선은 미룰 수 없는 당면한 과제이다. 의료전달체계의 개편에 있어서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사항에 대해 그동안 우리는 지금까지 나타난 문제에 대한 해결을 중심으로 제도를 개편하려고 해왔다. 

코로나19와 급속도로 변화하는 사회환경 속에서 미래지향적인 의료전달체계로의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의료비가 증가하면서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를 포함한 보건의료체계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의료전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의료전달체계의 개편에 대한 논의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논의되어왔지만, 이해관계집단의 이해충돌로 번번이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통해 보건의료자원의 낭비를 방지하고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비용·효과적인 의료체계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전달체계 개선은 매우 중요하다. 

■ 일차의료 강화 위해 의료기관 기능 정립

수도권 대형병원 중심의 환자 쏠림현상을 해결하고 위해서는 지역 중심의 일차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먼저 의료기관의 기능 및 역할의 정립을 해야 한다. 의료소비자에게 '합리적 의료 이용', '지역 일차의료 이용'을 강요하지 말고 그 이전에 의료 이용체계를 환자, 국민의 관점에서 재정립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별 의료 수요와 공급현황의 파악을 통해 지역의 특성에 맞는 장기적이고 합리적인 의료자원 배분이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실제 환자들이 왜 경증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또, 상급종합병원에서의 진료를 위해 응급실을 우회로로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왜 지방 중소 병·의원에 대한 선호가 낮은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일차의료 강화 정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실제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국민과의 괴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의 의료기관 종별 구분 방법이나 의료전달체계의 병상 규모에 따른 구분에서 벗어나, 의료의 기능에 따른 구분으로 전환하고 이에 따른 의료기관의 정비가 필요하다.

■ 의료기관 기능 정립 위한 보건의료인력 확충·의료자원 관리체계 구축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공공의료에 대한 중요성이 강화되었다. 다시 말해, 의료자원의 수급 불균형의 해결을 위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경증환자라면 거주지역에서 가까운 병·의원에서 신속하게 진료를 받고, 지속적으로 질병에 대한 관리를 받고, 중증환자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적기에 충분히 치료받도록 보장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역 중심의 안심하고 질 높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확립되기 위해서는 보건의료 인력 문제, 의료자원의 배분 문제 등을 해소할 수 있는 구조적 시스템이 확충되어야 한다. 또한 의료기관의 기능 정립 및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구조적 시스템 구축은 향후 우리 국민의 인구분포, 가족 구성원, 온라인 중심의 사회 변화, 건강보험재정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의 계획 수립과 동반되어야 하며, 일차의료 강화 및 환자중심 의료를 위해서는 의료기관 간 협력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4차산업 시대의 주요 특징을 융·복합이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는 모든 정책수립에 있어 다각적이고 융·복합적인 관점의 정책 수립은 부족하다. 보건의료 분야 역시 다양한 산업과의 연계 속에서 정책의 방향이 마련되길 바란다. 

■ 의료기관·의료인 정보 공개...소통 강구

의료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의료기관을 선택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의료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대형병원 쏠림 현상의 원인 중 하나는 의료기관을 이용해야 할 때 의료소비자는 의료기관이나 의료인, 질병치료에 적합한 의료기관을 선택하기 위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형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을 찾게 된다. 

소비자단체에서는 항상 의료 정보제공을 요구해 오고 있다. 과거에 비하면 많은 정보가 제공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실제 환자나 국민이 의료기관을 선택하기 위한 정보는 아직도 매우 부족하다. 의료환경의 변화와 산업의 변화를 고려해 IT/ICT 등 신기술의 활용을 통한 의료정보 제공과 올바른 의료 이용에 대한 의료 소비자 교육 홍보가 이루어져야 한다. 

의료인과 환자, 보호자가 소통하고 다양한 ICT기술을 활용해 치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환경의 변화와 정보제공을 통한 소통을 더욱 강구해야 한다. 

■ 커뮤니티케어·돌봄, 일차의료 역할 강조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치료의 개념에서 건강한 생활의 개념으로 의료의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의료정책에서 돌봄, 커뮤니티케어가 필요함을 더욱 느낄 수 있었다. 만성질환을 비롯한 고령층의 의료제공은 치료의 개념보다는 좀 더 관리의 개념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러한 커뮤니티케어, 돌봄에 있어서 일차의료기관의 역할이 더욱 강조된다. 치료를 위한 진료가 아닌 관리를 위한 진료에 대해 우리 의료기관이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을까 생각해보면 아직은 의료기관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한 역할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국민 모두는 건강한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고, 국가는 이를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 의료의 역할 역시 치료뿐만 아닌 관리의 노력을 소홀하게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회 각 단위와의 다각적인 협력과 소통은 지역 돌봄, 커뮤니티케어에서 매우 중요하다.

의료인, 의료기관이 조금은 다각적 관점에서 의료기관과 의료인의 역할과 활동의 범위를 확대해 나가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료인 의료기관 스스로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국민건강과 보건의료를 위한 역할 강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교육도 함께 뒷받침 되어야 한다.   

■ 나가며

의료이용체계 개선은 변화하는 의료 환경과 의료이용자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해와 소통을 통해 마련되어야 한다.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비롯한 새 정부의 의료정책이 국민건강과 지속가능한 의료환경의 관점에서 수립되길 희망한다. 

또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의료 환경 속에서 합리적이며 투명한 의료이용 체계를 위한 의료전달체계 개선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수없이 논의해 온 의료전달체계 개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당면한 과제이다. 이러한 논의에 있어 환자 중심으로 국민 요구에 근거함과 동시에 새로운 의료환경을 고려한 중장기적 목표를 세워 정책을 수립하길 바란다.

지금 우리는 국민건강과 지속가능 한 의료 환경 구축을 위해 매우 중요한 시기에 와 있다. 이 시기를 잘 대비하여 보다 국민의 건강과 의료계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의료이용자인 국민과 함께 지속적인 논의와 소통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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