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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06:00 (금)
무증상 성인에 대한 과잉 건강검진 필요한가?
무증상 성인에 대한 과잉 건강검진 필요한가?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11.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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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CT·췌장암·PET-CT·갑상선 초음파·기대여명 10년 이하 암 검진 권장 안 해
의학적 특성·기대 정도·과학적 정보·가치 평가·비용 문제 등 수진자 공유
과잉진단·과잉치료·의료 서비스 분절화 부작용…검진기관 역할 정립 과제

폐암 위험이 낮은 사람 대상의 저선량 흉부전산화단층촬영(LDCT), 무증상 성인에 대한 갑상선 초음파검사, 췌장암 검진, PET-CT, 기대여명 10년 이하 고령층에 대한 암 검진은 과연 필요할까. 근거가 불확실한 검진 항목, 건강에 위해가 미칠 수 있는 검진 항목에 대한 홍보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최근 개최한 '과잉 건강검진 이대로 좋은가' 주제의 제20회 보건의료포럼에서는 국내 건강검진 항목의 적절성 여부와 함께 국내 건강검진의 문제점 전반을 살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왕규창 대한민국의학한림원장은 "의료보험 체계 밖에서 시행되는 건강검진은 질병의 조기 발견과 예방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과도한 검사로 불필요한 진료와 이에 따른 장단기 합병증, 자원 낭비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라며 "질병의 조기 발견을 위한 노력은 매우 의미있고 중요한 일이지만 100% 완벽한 발견을 위해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많은 검사를 자주 시행하는 것은 곤란하다. 방사선 노출 신체 손상 등 검사에 따른 유해가 있고 자원의 소모가 동반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왕규창 원장은 "건강검진의 범위는 수진자의 가족력과 과거력 등을 포함한 의학적 특성, 수진자가 갖고 있는 건강 검진에 대한 기대 정도, 해당 검사의 동반되는 위해와 자원의 소모가 반영돼야 하기 때문에 수진자에 따라 다르고 국가별 의료 환경에 따라 다르다. 몇몇 문헌과 주장에 따라 옳고 그름을 쉽게 판단할 수는 없다"라며 "적어도 공급자의 기관 경영 측면의 의도에 경도되지 않은 올바른 과학적 정보와 가치 평가가 수진자에게 제공된 후에 수진자의 결정이 이뤄져야 하고, 특히 무한하지 않은 사회 의료자원을 필요로 하는 만큼 질환이 중하지 않은 경우에는 검사 권유를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규창 대한민국의학한림원장이 최근 열린 '과잉 건강검진 이대로 좋은가' 주제 제20회 보건의료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왕규창 대한민국의학한림원장이 최근 열린 '과잉 건강검진 이대로 좋은가' 주제 제20회 보건의료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첫 발제에 나선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가정의학과)는 폐암 위험이 낮은 사람을 대상으로 폐암 선별검사 목적의 LDCT 시행과 무증상 성인에서 암 선별검사 목적의 갑상선 초음파 검사 등은 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명승권 교수는 "LDCT를 이용한 폐암선별검사는 폐암사망률과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이득이 있으나, 이는 30갑년 이상 흡연력이 있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흉부 X-ray 대조군과 비교한 수치"라며 "그 이상으로 대상을 확대했을 때 이득이 있다는 근거는 아직 없다. 일부 개인검진에서 고위험군이 아님에도 LDCT를 통한 폐암 검진이 이뤄지고 있어 선별검사에 의한 위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USPSTF)는 폐암 검진 대상을 20갑년 이상의 흡연력이 있으면서, 현재 흡연자이거나 금연한지 15년 이내인 50∼80세 성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가종합암네트워크(NCCN) 지침도 55∼74세에서 30갑년 이상 흡연력이 있으면서 금연한지 15년 미만인자 또는 연령이 50세 이상이면서 20갑년 이상 흡연력을 갖고 폐암 위험이 1.3%이상인 위험요인을 갖고 있는 고 위험군을 대상으로 매년 LDCT 시행을 권고하고 있다. 

국내 역시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이 있는(금연 후 15년이 경과한 과거 흡연자 제외) 55∼74세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매년 LDCT를 이용한 폐암선별검사 시행을 권고하고 있다. 

명승권 교수는 "국내에서는 국립암센터를 중심으로 미국에서 시행된 National Lung Screening Trial(NLST)의 결과에 근거해 55∼74세, 30갑년 이상 흡연력의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LDCT 시행을 권고했으며, 전국 단위 시범사업을 거쳐 2019년부터 국가폐암검진사업이 시작됐다"라며 "그러나 일부 개인 검진에서 고위험군이 아님에도 LDCT를 통한 폐암검진이 이뤄지고 있어 선별검사에 따른 위해가 우려된다"고 짚었다.

갑상선암 선별검사 역시 근거가 매우 빈약하다는 판단이다.

명승권 교수는 "2019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남녀를 합해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갑상선암이었다. 2010년부터 발생자 수 1위를 지키다 2015년 이후 감소 추세였지만 2019년에 다시 1위가 됐다. 과도한 갑상선암 검진, 초음파를 통해 초기의 작은 크기 암을 많이 발견한 것이 주된 이유"라며 "무증상 성인에서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암 검진이 갑상선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근거는 불충분하다. 무증상 성인에서는 암 선별검사 목적으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권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 역시 다르지 않다. 

영국감상선협회(BTA)·미국임상내분비전문가협회(AACE)·미국내분비학회(ACE)·내분비의학연합(AME)·미국질병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USPSTF)·미국암협회(ACS) 등은 무증상 성인에서 감상선암 검진을 권장하고 있지 않다.

특히 미국암연구소(NCI)는 올해 지침에서 갑상선암 선별검사는 갑상선암 사망률을 낮추지 못한다고 적시했다. 오히려 과도한 진단과 치료를 통해 위양성, 불필요한 진단 검사, 장기적 후유증과 같은 위해를 끼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무증상 성인에 대한 췌장암 검진과 PET-CT 검진에 대한 효용성도 짚었다. 

차재명 경희의대 교수(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는 "최근 췌장암 진료 가이드라인 개발위원회의 '한국 췌장암 진료 가이드라인 2021'에 따르면, 췌장암이 의심되는 환자에서 선별검사로 췌장 CT를 권고했지만, CT는 방사선노출, 조영제 부작용 및 비용 등으로 인해 일반인 대상 선별검사로는 부적합하다"라며 "많은 전문가들은 건강한 일반인 대상 췌장암 선별검사는 비용-효과적이지 않으며 고위험군에서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증상이 없는 건강한 성인에 대한 췌장암 건강검진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증상이 없는 성인 대상 PET-CT의 유용성 문제도 제기했다.

차재명 교수는 "전신 양전자단층촬영술(PET)은 악성종양의 병기 결정, 재발종양의 감별 진단, 치료후 추적관찰 및 예후 결정에 도움이 되지만, 증상이 없는 성인에서 암 조기검진 목적의 PET-CT는 역할이나 유용성에 관한 근거가 충분치 않다"라며 "PET-CT는 방사선 조사량이 높고, 검사비용이 고가이며, 일부 비뇨생식기계 종양이나 저대사성 종양, 크기가 작은 종양을 발견하는 데 한계가 있다. PET-CT 검사로 모든 암을 발견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기대여명이 10년 이하인 경우에 대한 암 검진의 적절성도 살폈다. 

최윤정 국립암센터대학원 교수(예방의학·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암의 경우 사망 감소라는 선별검사 이득이 발생하기까지 대개 10년 이상 걸린다. 기대여명이 이보다 적은 경우에는 이득보다는 검사와 치료 합병증 등 위해 가능성이 더 크다"라며 "2020년 생명표에 따른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5세(남성 80.5세·여성 86.5세)이다. 하지만 2019년 국가 암 검진 수검 대상자 중 75세 이상의 38%(101만 2215명)가 검진을 받았다. 기대여명을 고려한 건강검진 종료 연령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최윤정 교수는 "70대 중반이 넘는 고령 환자에서는 암 진행 속도가 더딜뿐만 아니라 암 발견 후 치료로 사망에 이르는 것까지 고려했을 때, 1년 또는 2년 마다 검진 유무에 따른 유병률, 사망률 감소 차이가 없고, 암 조기발견을 통한 사망률 감소는 수술·항암·방사선 등 치료를 감내할 수 있는 건강상태가 뒷받침 됐을 때 기대할 수 있다"라며 "개인의 건강 상태, 기저 질환, 기능 등을 고려해 수진자와 의사결정의 함께 해야 한다. 이 때 고령에서는 검진의 이득이 크거나, 오히려 위해가 크다는 정보를 수진자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호 가톨릭의대 교수가 '한국 건강검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이재호 가톨릭의대 교수가 '한국 건강검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한국 건강검진제도 전반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한 고언도 이어졌다. 

건겅검진제도의 문제점으로는 ▲이미 진단 받고 관리 중인 질환 보유자를 검사 ▲근거에 기반을 두지 못함 ▲소득 수준에 따른 건강검진 불평등 ▲민간건강검진 오남용에 대한 관리 ▲건강검진기관의 역할 정립 ▲검진결과 상담 강화 ▲정보 통합 기반 마련 ▲건강검진 결과 통보 과정서 의료체계 훼손 또는 의료서비스 분절화 초래 등이 제시됐다. 

이재호 가톨릭의대 교수(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는 "국내 보건의료체계에서 건강검진은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규모가 크고 활성화돼 있지만, 자신이 신뢰하는 일차의료 의사로부터 개인 건강위험도에 따라 근거에 기반을 두고 추천을 받는 게 아니라, 이용자 스스로 마치 백화점에서 물건 고르듯 검진항목을 선택함으로써, 과잉진단, 과잉치료가 이뤄지고, 의료 서비스 분절화로 이어지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보건의료 당국이 관련 정책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검진제도 개선 방안으로는 ▲건강검진 시행 전 주치의 지정 ▲건강검진 대상자 홍보 ▲주치의에게 건강검진 활용 권한 부여 ▲근거가 불확실한 건강검진 항목 제외 ▲해로운 건강검진 항목 홍보 ▲건강검진 결과 진료의뢰서 대체 금지 ▲건강검진 결과 주치의에게 회송 제도화 등 7가지를 제안했다. 

이재호 교수는 "건강검진제도의 문제점은 공공성이 취약하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 검진의 맹점이다. 미국이나 영국은 일차의료 영역에서 건강검진이 이뤄지는데 우리는 일차의료 의사 대신 검진센터에서 획일적으로 이뤄진다"라며 "이런 상황을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된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3차병원 쏠림 현상은 잘못된 건강검진제도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과잉 건강검진 이대로 좋은가?'(2차)를 주제로 제22차 보건의료포럼을 11월 21일 오후 2시 서울대병원 암연구소 이건희홀에서 연다. 이날 포럼에서는 ▲비타민 D 결핍 선별검사 ▲무증상 성인의 치매와 뇌 건강검진 ▲무증상 성인의 심장혈관 건강검진 ▲매년 시행하는 일상적인 건강검진 등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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