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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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종 원장 (경기도 의정부·김연종내과의원) admin@doctorsnews.com
  • 승인 2022.11.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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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종 원장(경기도 의정부시·김연종내과의원)의 연작시 [푸른 요양일지]
김연종 원장(경기도 의정부시·김연종내과의원)의 연작시 [푸른 요양일지]

식구와 가족은 엄연히 다르다 둘 다 패밀리라 부르지만 가족과 달리 식구는 한 끼 식사에 집중한다 운명공동체인 가족보다 밥상 공동체인 식구가 내겐 더 소중하다 우리 식구는 나를 포함하여 네 명, 모두 닉네임을 사용한다 옆 침대의 스피커가 쩡쩡 울린다 그는 밥을 먹을 때도 물을 삼킬 때도 쩝쩝거린다 매미처럼 펑펑 울기도 한다 귀가 어두워지면서 볼륨이 커진 것이다 건너편 침대에는 우두커니가 있다 그는 종일 장승처럼 꿈적하지 않는다 비가 올 때나 가족이 다녀갈 때도 우두커니 바라볼 뿐이다 전두엽 상당부분이 길을 잃은 게 분명하다 바로 그 곁에 트랜지스터가 아침 조회처럼 웅웅거린다 속삭일 때도 손 마이크를 사용한다 그가 입 근처에 손을 올리면 스피커도 우두커니도 가만히 자리를 뜬다 요즘 부쩍 가족 자랑이 많아졌지만 아직까지 면회 온 가족은 없다 전직 교장인 그가 우리를 가족처럼 대할지 식구처럼 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는 여전히 주변을 살피고 있다 우리 식구들은 나를 감시 카메라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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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 2022-11-26 07:02:26
식구(食口)란 같은 집에서 살며 끼니를 함께 하는 사람을 말한다. 요양원 식구들은 같은 병실에서 함께 식사하고 함께 잠을 자고 온종일 함께 생활한다. 서로 싸우다가도 알뜰살뜰 서로를 챙긴다. 가족처럼 지내대가 진짜 가족이 면회 오면 본체만체 서로를 등한시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누군가가 눈앞에서 사라지면 우두커니 창밖을 바라본다. 죽음이 찾아오기 전까지 그들은 분명 한 식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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