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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행위 과도한 형벌화 경향 확인…연평균 752명 '기소'
의료행위 과도한 형벌화 경향 확인…연평균 752명 '기소'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11.1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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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다른 직종보다 높아…해외 의사 사례는 비교 안 될 수준
필요적 조정전치주의·반의사불벌 특례 개정 통한 기소자제 필요
전공의 기피과 소송·조정 신청 건수 많아…"전문과 선택에도 영향"

의료행위에 대한 과도한 형벌화 경향이 지표로 확인됐다. 2010∼2019년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된 의사가 연평균 752.4명으로 나타나 국내 다른 직종보다 높게 나타났다. 2019년 기준 하루 평균 3명이 기소됐다. 

해외 사례 역시 다르지 않았다. 국내 의사들에 대한 기소율이 외국의사 보다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았다. 국내 기소 건수는 일본의 입건송치 건수 대비 14.7배, 영국의 과실치사 기소 건수 대비 580.6배, 독일의 의료과실 인정 건수 대비 26.6배 높았다.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을 통한 기소 자제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게다가 전공의 기피 전문과의 소송·조정 신청 건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 전문과 선택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최근 <의료행위 형벌화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의사의 의료과실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대해 국내외적으로 비교분석한 연구가 없어 국내외 의료과실로 인한 의사의 형벌화 현황을 경찰의 수사단계 부터 형사재판, 의료과오소송과 의료분쟁조정·중재단계까지 국내외 통계자료를 활용해 실증적으로 비교·분석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의사가 의료과실로 인해 경찰 조사, 검사 기소 및 형사재판을 받은 건수 및 유죄율이 영미법계 및 대륙법계 국가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높다는 것을 검증했다. 

또 의료과실의 유형과 발생 빈도가 높은 진료과목, 의료과오 소송물 가액 및 의료분쟁조정 신청금액과 성립금액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의료과오로 인한 소송은 다른 인명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보다 고가의 소송이었으며, 소송 및 조정 신청 건수가 많은 진료과목은 전공의들의 기피 진료과목과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의료분쟁조정법은 의료분쟁조정·중재 제도라는 입법 취지와 다르게 형사 고소 증가의 한 요인으로 작용한 반면, 민사상 의료과오소송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 과실범죄 및 의료법 위반 기소 의사 수 현황(2010-2019) (단위: 명·%)
■ 과실범죄 및 의료법 위반 기소 의사 수 현황(2010-2019) (단위: 명·%)

의료행위에 대한 과도한 형벌화 경향은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보고서는 각국의 의료행위 형벌화 현황과 과실체계 분석을 근거로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먼저 사법경찰관의 의료과오 수사에 대한 전문 역량 강화 및 고소 남용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사법절차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을 통한 필요적 조정전치주의 도입 및 의료분쟁조정법 제51조의 반의사불벌죄 특례 조항 개정도 시급하다.

보고서는 3단계 절차를 제시했다. 

1단계는 당사자간 사적 합의 또는 조정이 성립된 경우 원칙적으로 불기소 처분을 해야 한다. 

2단계는 당사자간 사적 합의가 불성립한 경우 의료분쟁조정중재위원회에 전심적(前審的) 기능을 부여해 의료분쟁조정 결과,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판명됐다면 행정청 보고 및 심사 후 형사고소와 행정제재로 규율한다. 

마지막 3단계는 조정이 불성립한 경우 민사재판에 따르며, 조정신청전 고소가 진행된 경우 조정신청을 전제로 기소를 유예하고, 조정신청 결과 고의 또는 중과실로 상해 또는 사망한 경우 기소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이번 보고서는 의료인의 의료과실에 대한 영미법계, 대륙법계와 우리나라의 사법절차(경찰 조사부터 재판 및 재판 외 분쟁 해결)와 과실체계 등을 실증적이고 학술적으로 비교·분석한 최초의 연구보고서"라며 "최근 필수의료 분야 전공 기피 심화 현상도 의사에 대한 과도한 형별화 경향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의료인의 의료과실에 대해 과도한 형벌화 경향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해 정부, 언론, 학계 등에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최근의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의료인이 국민의 생명 보호와 건강 증진에 전념할 수 있는 안정적 진료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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