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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의외로 흔한 봉직의 임금체불 문제
법률칼럼 의외로 흔한 봉직의 임금체불 문제
  • 이은빈 변호사(하모니 법률사무소)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11.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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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전자신고 이용…퇴직금·세금처리 꼼꼼히 살펴야
정기적·근로 대가로 받은 기타 수당도 통상임금 포함
이은빈 변호사(하모니 법률사무소)
이은빈 변호사(하모니 법률사무소)

흔히 의사라고 하면 많은 돈을 벌면서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일선 병·의원 소속 의사로서 월급이 몇 달째 밀리거나, 이직하면서 퇴직금을 제대로 정산받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경우가 의외로 적지 않다. 

최근에 상담한 A원장도 그런 케이스이다. 

일단 임금체불 사실이 있다면 대응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요즘은 전자신고 제도가 활성화돼 있어서,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의 '민원신청' 메뉴를 찾아 입사일과 퇴사일, 체불임금 총액 등을 직접 입력하면 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로 상시적인 임금체불에 시달리고 있던 A원장은 그 문제로 변호사의 조력을 받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그가 재직 중인 당시 해당 의료기관 이사장의 딸 B씨가 상담실장을 하면서 담당의인 그에게 보고하지 않고 주사 시술을 했는데, 불만족한 환자가 무면허 의료행위로 관할 보건소에 이를 고발하면서 책임 소재가 불거졌다. B씨는 간호조무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었다. 

A원장은 그 자리에서 "내가 지시한 게 아니다"라고 할 수 없었다. 이미 몇 달째 급여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그렇게 답했다간 이사장에게 영영 돈을 받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결국 억울한 형사처벌 및 행정처분까지 받을 위기에 놓인 그는 부랴부랴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따라 정해진 기일에 근로자에게 지급될 급여, 퇴직금, 기타 각종 수당 등이 지급되지 않은 상태를 임금체불이라고 한다. 

퇴직금을 깎여서 받는 등의 문제로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가장 빈번한데, A원장의 사례처럼 일단 임금체불을 당하게 되면 경제적으로는 물론 심리적으로도 위축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불꽃이 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는 재직기간 밀린 임금과 퇴직금, 연차수당 등 각종 수당을 합해 고용주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다. 

외과의사인 C원장은 모 의료법인에서 운영하는 병원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던 중 의사 인력 감축에 따라 일이 늘어나면서 기존 급여와 별도로 500만원을 더 받았다. 그런데 의료법인은 그로부터 1년 4개월여가 지난 뒤부터 아무런 설명 없이 그 수당을 주지 않았다. 

이에 C원장은 월 500만원을 급여에 더해 밀린 임금과 퇴직금 등을 달라며 의료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해당 법인은 기타 수당은 임금이 아니므로 퇴직금 계산의 기초로 삼을 수 없다고 맞섰다. 

법원은 C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500만원은 근로의 제공에 대한 대가로 지급된 것으로 통상임금에 해당된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2019. 3.분부터 2020. 7.분까지 매월 500만원을 정기적으로 지급해온 사실, 기타수당은 의사의 감축으로 인한 업무량 및 노동강도의 증가에 대한 대가로 지급돼온 사실이 인정된다"며 C원장이 퇴사할 때까지 밀린 급여에 500만원을 합산한 금액을 의료법인이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이른바 '네트제'로 근로계약을 체결해 고용주로부터 매월 세후로 딱 떨어지는 급여를 받는 봉직의는 이직 등의 사유로 병원을 떠날 때 퇴직금 산정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 

네트제 특성에 따라 고용주가 매달 근로자의 실수령액에 대한 근로소득세 등을 대신 내주기로 했다면, 그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고용주가 대납한 세금 등 상당액까지 임금 총액에 포함됨으로써 퇴직금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커지게 된다.

이를 무시하고 평소 지급하던 세후 금액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산정한 모 병원장은 봉직의 D씨와의 5년에 걸친 법정 공방 끝에 대법원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재판부는 "퇴직금을 산정할 때 그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D씨의 퇴직 전 3개월 동안 병원장이 부담하기로 한 근로소득세 등의 금액도 합산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D씨가 받게 된 퇴직금은 이전 정산법과는 1000만원 정도 차이가 났다.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근로자성 여부가 쟁점이 되기도 한다. 

모 의료법인에서 진료의사로 근무한 D과장은 1년 반 가까이 법인의 대표이사와 이사직에 이름을 올렸다가 훗날 퇴직금 산정과정에서 이 부분이 발목을 잡았다.

재판부는 "(D과장이) 경영권 인수자 중의 한 사람으로서 법인의 대표이사나 이사로 근무한 이상 사용자의 지휘, 감독을 받아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로 볼 수는 없다"며 이 부분 퇴직금 지급청구를 배척했다. 

과거 지역 응급의료센터에서 과장으로 일한 지인은 근무하면서 연차를 쓴 적이 없는데, 연차수당을 받아본 적이 없다며 필자에게 소송이 가능한지를 문의한 적이 있다. 다행히 그는 병원장과 얘기가 잘 되어 소송까지 가지 않고 원하던 수당을 받을 수 있었다. 

이렇듯 지난한 소송전을 벌이지 않고 당사자 간 원만히 분쟁을 해결하는 게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러한 방법을 모색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간 경우라면 적절한 조력을 받아 늦지 않게 권리를 행사하기를 권한다. 임금 채권의 소멸시효는 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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