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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핵의학 '퍼스트 무버'…'테라노스틱스' 선도
세계핵의학 '퍼스트 무버'…'테라노스틱스' 선도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11.04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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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핵의학회, 4∼5일 추계학회...아시아핵의학협력기구 학술대회 개최 
진단·치료 융합기술 유망…방사성의약품 치료 목적 사용 확대
수련교과과정 개편·수련환경 개선…전공의 역량 교육 강화
민정준 대한핵의학회장이 11월 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민정준 대한핵의학회장이 11월 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이영재 기자] ⓒ의협신문

"우리는 세계 핵의학계에서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습니다."

대한핵의학회는 11월 4∼5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제61차 추계학술대회 및 제21차 아시아핵의학협력기구 학술대회 기간 중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핵의학 분야의 세계적인 연구역량을 소개하고, 전공의 지원 감소 대책, 방사성의약품 임상적용 제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민정준 회장(전남의대 교수·화순전남대병원 핵의학과), 강건욱 차기 회장(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핵의학과), 최준영 총무이사(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핵의학과), 김유경 학술이사(서울의대 교수·서울시보라매병원 핵의학과), 박정미 수련교육이사(순천향의대 교수·순천향대부천병원 핵의학과), 팽진철 보험이사(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핵의학과), 이윤상 핵과학이사(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핵의학과), 홍일기 홍보이사(경희의대 교수·경희대병원 핵의학과) 등이 참석했다. 

핵의학회는 지난해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핵의학분자영상 분야에서 각종 종양 진단과 치료, 심장, 감염·염증 질환,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등 다양한 질환의 영상진단에 유용한 방사성의약품과 영상기술의 발전을 이끌어 왔다. 

최근 핵의학회가 주력하는 분야는 '테라노스틱스'(진단·치료 융합기술)다. 한 번의 의약품 투여로 종양의 영상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환자 맞춤형 기술이다. 전망도 밝다. 현재 60여개의 방사성의약품이 개발 중에 있다. 상품화되면 실제 임상 적용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민정준 회장은 "핵의학회는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강소학회다. 방사성의약품 허가 관련 제도적 부분만 보완되면 세계 최고 수준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문제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전공의 지원율이다. 지난해에는 16명 정원에 3명이 지원(18.8%)해 10%대로 떨어졌다. 2010년 80명에 이르던 전공의 수는 이제 10명을 간신히 넘기고 있다. 

지난 2014년 PET 요양급여기준 축소 이후 직업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비롯됐다는 진단이다. 

그러나 이젠 달라졌다. 새로운 핵의학 영상검사와 치료를 위한 방사성의약품 도입으로 진료분야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핵의학분자영상학회(SNMMI)는 핵의학 분야 진료비를 현재 13조원 규모에서 2030년 30조원 규모로 커질 것 예상하고 있다. 해마다 13%씩 성장하는 추세다. 새로운 핵의학 치료법 개발되고 지속적으로 알파 입자를 이용한 치료법으로 변화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 현실을 보면 앞으로 10년내에 정년퇴임하는 핵의학 전문의 수가 62명에 이른다. 15년으로 확대하면 100명을 넘는다. 핵의학 전문의가 일 할 자리가 많이 확보돼 있다는 의미다. 

핵의학회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수련병원 자격기준을 지도전문의 2인에서 3인 이상으로 높였으며, 대한병원협회 주관 '전문과목 전공의 연차별 수련교과과정 개발 공모사업'에 선정돼 역량 중심 수련교과과정으로 전면 개편했다.

민정준 회장은 "수련교과과정의 미흡한 점을 돌아보며, 내실을 기하고 있다. 핵의학 분야는 그동안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직업 안정성이 뛰어나지 않았는데, 정년퇴임하는 전문의 수를 감안하면 현재는 오히려 인적자원 부족에 대한 위기감이 있다"라며 "핵의학 진료 영역에 외국에서 시행되는 치료·검사 등을 국내에서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진료 영역을 넓히고 역량을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핵의학회는 알파핵종 방사성의약품 치료의 국내 도입을 제안했다. 

민정준 회장은 "연구자주도 임상시험, 치료목적 사용승인의 경우 비임상 유효성, 안전성 자료는 해외 SCI논문의 임상연구결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며, GMP인증병원에 대해서는 규제샌드박스를 적용해 일정한 기준 시설을 갖춘 병원 내에서 생산·조제하는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에 대해 치료목적 사용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현재 진행성 신경내분비종양,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들은 국내 기술 수준으로 충분히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을 이용한 일명 '방사능미사일치료'가 가능함에도, 제도적 차이로 인해 국내에서 치료기회를 놓치거나 해외로 원정치료를 떠나고 있다.

독일·호주 등은 'Named Patient Program'(특정 환자에게만 승인)제도로 말기 암환자에 대한 동적적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일례로 'Lu-177 DOTA-TATE'(국내 허가 방사성의약품)의 베타선 방출 방사성동위원소를 더 강력한 알파입자 방출 방사성동위원소로 치환한 'Ac-225 DOTA-TATE'를 기존 'Lu-177 DOTA-TATE' 치료에 실패한 환자를 대상으로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시급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면 현재 개발단계라도 '치료목적 사용승인제도'를 거쳐 인정하면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의약품으로 사용승인을 제한, 외국에서 개발해 사용하고 있더라도 쓸 수 없다.  

강건욱 차기 회장(왼쪽)과 민정준 회장.
대한핵의학회 강건욱 차기 회장(왼쪽)과 민정준 회장.  [사진=이영재 기자] ⓒ의협신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방사성의약품 허가제도에 대한 아쉬움도 전했다. 

강건욱 차기 회장은 "20여년 전부터 테라노스틱스 발전을 주도해 온 독일은 다른 치료방법이 없다면 병원에서 만든 약이라도 병원윤리위원회(IRB)를 통과하면 환자에게 쓸 수 있다. 병원에서 만든 약을 사용하고 임상 논문을 발표하면 약값도 받을 수 있다. 이미 네덜란드·스위스·호주 등이 도입했다"라며 "희귀병은 신약 개발이 어렵다. 치료목적 사용승인제도 등에 도전하고 있지만 제도와 규제로 어려움이 많다. 식약처 허가 제도로는 새로운 치료법을 찾아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60여개 핵의학 관련 치료제를 개발, 진료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핵의학 분야는 융합연구를 통해 산업화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고 밝힌 강건욱 차기회장은 "핵의학 분야에 많은 전문의가 필요치는 않지만 1년에 2∼3명으로는 안 된다. 적어도 10명은 돼야 한다. 관심을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핵의학과 전문의들의 창업도 활발하다. 퓨처캠, 셀비온, 카이바이오텍, 브라이트닉스, 씨엔큐어 등이 자체 연구개발한 의약품으로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국산 제품을 내놓고 있다.  

전공의 수련교과과정 개편과 수련환경 개선 의지도 내비쳤다. 지난해 핵의학과 전공의는 16명 정원에 3명이 지원, 18.8%에 불과했다. 2018년 이후 30%대 지원율이 10%대로 떨어졌다.

박정미 교육수련이사는 "2014년 PET-CT 관련 보험기준이 바뀌면서 일자리가 불안해 졌다. 수련과정에서 중도 이탈도 적지 않다. 게다가 핵의학 전문의는 방사선 안전관리자격까지 따야 하는데 합격률이 10% 미만이다. 전공의들의 부담이 크다"라며 "진료 영역을 넓히려 노력하고 있다. 수련과정에도 이전에는 신경쓰지 못한 부분까지 세심히 살피고 있다. 수련교과과정을 개편하고, 수련환경 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핵의학 수련과정이 좋아졌다고 느끼면 자연스레 지원율은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학술대회는 아시아핵의학협력기구 학술대회를 겸한 국제학술대회로 열렸다. 핵의학회는 세계 핵의학계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핵의학분자영상 분야 최대 학회인 SNMMI에서 해마다 논문 발표 건수 4위권을 고수하고 있다. 2021년에는 핵의학 분야 '올해의 국가'에 선정됐다.

김유경 학술이사는 "국제학술대회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테라노스틱스, 인공지능, 머신러닝 진단방법에 관한 최신지견도 공유할 것"이라면서 "방사능 노출을 둘러싼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방사능 방어, 생활 속 방사능에 관한 주제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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