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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데이터, '활용' 보다 '정보보호' 더 중요하다

의료데이터, '활용' 보다 '정보보호' 더 중요하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11.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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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데이터 활용 촉진 법률안' 발의…의협  "강력 반대"
디지털헬스케어산업 진흥 보다 객관적 안전성·유효성 검증 우선
"의료데이터 주체는 의사"…수집·처리 의료인단체 중앙회가 맡아야

ⓒ의협신문
[사진 = pixabay] ⓒ의협신문

보건의료데이터 활용에 대해 사회 전반에서 다각적인 논의를 진행하는 가운데, 의료데이터 생산 주체인 의료계의 의견 수렴없이 관련 제정법이 발의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경남 창원시성산구)은 10월 7일 '디지털 헬스케어 진흥 및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제정안은 주요 내용으로 개인정보 보호 강화와 보건의료 분야 빅데이터 연구 활성화, 개인의료데이터 전송요구권 도입, 개인의료데이터 보호 관리체계 마련 등을 내세웠지만, 디지털헬스케어 산업 진흥에 방점이 찍힌다. 

대한의사협회는 국민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보건의료 분야에서 안전성이나 유효성에 대한 객관적 검증 없이 단순히 산업 진흥 목적의 입법이나 정책 추진은 신중해야 하며, 사회 전반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강력 반대' 입장을 밝혔다.

먼저 제정법의 내용은 이미 의료법, 개인정보보호법,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등에 상세하게 규정돼 있어 별도의 제정법 보다는 기존 법률 개정을 통해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의료데이터 주체'와 의료데이터 활용기관에 대한 모호한 규정도 문제다. 

제정안은 '의료데이터주체란 개인의료데이터의 주체가 되는 사람을 말한다'로 정의하고, 의료데이터 활용기관 요건 역시 '전송대상데이터 수집·활용 계획이 타당하고 건전할 것'으로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데이터주체'에는 환자 개인뿐 아니라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의 역할을 포함해야 하며, 의료데이터 활용기관 역시 실체·범위를 명확히 규정해 공익적 목적으로만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정해야 한다는 중론이다.  

의협은 "의료데이터의 주인은 생성자인 의사이므로, 해당 의료데이터는 의료인단체 중앙회에서 수집 처리해야 한다"라며 "활용기관 선정에 있어서도 의협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게 민감개인정보에 대한 최선의 활용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짚었다. 

보건의료데이터의 산업적 활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제정안이 공공적 가치보다 산업적 활용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판단이다. 

의협은 "보건의료데이터의 적절한 가치를 평가하고, 안전한 보관 및 처리, 활용 과정에서 국민 건강권 침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라며 "데이터 활용을 통해 산업적 효과, 사회적 효용 등을 얻기 위해서는 사전 검증이 필수적이며, 의료계를 포함한 사회적 협의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개인정보의 가명처리 업무를 지원없이 의료기관에 떠넘기는 것도 문제다.

제정안은 의료기관 소속 의료인, 의료기관 장 및 종사자가 가명정보를 처리하거나, 위임 또는 '관계 전문기관' 위탁을 규정하고 있다. 가명처리 지원방안에 대한 조항도 없고, 민감개인정보를 다룰 '관계 전문기관'의 기준이나 자격요건에 대한 규정도 없다.

이와 관련 의협은 "개인의료데이터는 의료인이 생성한 정보인 점, 과도한 행정부담 전가는 진료 질 저하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을 고려해 모든 개인 의료데이터에 대한 가명처리는 '관계 전문기관'이 아닌 해당 의료인이 속한 중앙회에 위탁·처리토록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익명정보 활용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했다. 

의협은 "가명정보는 다른 정보들과 조합하면 개인이 특정될 가능성 있다"라며 "가명정보 보다는 익명정보를 활용하거나, 가명정보와 익명정보를 구분해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데이터 활용을 위해서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먼저라는 인식이다. 

미국·유럽·호주·영국 등에서는 보건의료데이터 활용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며, 의료기술 개발, 공공정책·의료전달체계 개선, 치료방법 간 효과 비교 등 철저하게 공익적 목적 연구 중심으로 데이터 활용이 허용되고 있다. 특히 EU는 데이터 활용보다는 개인정보보호에 주안점을 둔 포괄적 입법을 제정했다. 
 
의협은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촉진을 논의하기 전에 개인건강정보의 무분별한 사용을 막고, 이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법·제도적 기반 확립이 선행돼야 한다"라며 "정부나 국회 주도의 일방적 입법보다는 의료계, 시민사회단체, 법조계, 정보보호전문가 등의 논의를 통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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