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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논설위원 칼럼 의사·치과의사·변호사·건축사 연대에 거는 기대
논설위원 칼럼 의사·치과의사·변호사·건축사 연대에 거는 기대
  • 김영숙 기자 kimys@doctorsnews.co.kr
  • 승인 2022.10.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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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4개 전문가단체가 플랫폼 산업에 의한 사업자, 노동자, 소비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올바른 플랫폼 정책 실현 방안을 연구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10월 17일 연대했다. (사진 왼쪽부터) 박태근 치협회장, 이필수 의협회장 이종엽 변협회장, 석정훈 건축사협회장. [사진=김선경기자]ⓒ의협신문

최근 발생한 카카오 서비스 장애로 사회·경제적 혼란이라고 부를 만한 사태가 벌어지자 독점적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와 관리의 필요성이 연일 거론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독점이나 과점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돼 있을 때 국민의 이익을 위해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정부는 대대적인 법개정 및 제도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마침 카카오 사태 3일째인 10월 17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변호사협회, 대한건축사협회가 플랫폼 기업들에 공동대응하는 '올바른 플랫폼 정책 연대'를 출범시켰다.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일반 사업자나 노동자가 아닌 전문직군이 연대한 것은 상품 구매, 택시 호출, 은행 거래 등 우리의 일상생활 뿐 아니라 의료, 법률, 건축 등 전문적인 영역에서도 플랫폼 서비스가 도입돼 그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로 인한 폐해가 발생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올바른 플랫폼 정책 연대'의 기치는 무분별한 비전문적 사설 플랫폼 기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국민의 피해를 예방하고 정당한 노동의 가치와 권리를 스스로 지켜내겠다는 것이다.

플랫폼 산업에 의한 사업자, 노동자, 소비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올바른 플랫폼 정책이 실현되는 방안을 연구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법률 제정 등 합리적인 대응방안 마련 및 공동 대응할 것을 공식화한 것인데, 그동안 플랫폼기업 대 사업자, 플랫폼기업 대 노동자의 문제로만 부각되면서 정작 이용자인 소비자가 소외된 측면이 있었으나 이번 연대는 전문직역으로서 해당 직군 뿐 아니라 소비자의 권익까지도 살피겠다는 의미여서 기대를 모은다.

해당 직군에서의 온라인 플랫폼과의 갈등은 이미 깊은 편이다. 변호사 중개서비스 '로톡'을 이용하는 변호사들이 변호사협회의 광고규정에 대해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하는가 하면 변협은 협약식 당일 로톡 이용 변호사들을 징계처분했다. 건축사협회 역시 건축법을 위반해 온라인 건축설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들과 갈등을 빚으면서 자체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존 질서를 흔드는 플랫폼의 문제는 아무래도 비대면 진료 및 처방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진료 플랫폼에서 더 극명해 보인다.  

의료계도 비대면진료에 대한 입장이 과거와는 미세하게 달라졌다. 하지만 지금처럼 '한시적'이란 꼬리표에도 의료시장에 대한 장악력을 통해 의료계를 교란시키는 플랫폼기업 중심의 비대면진료가 '기본'이 돼서는 안될 것이다. 의협이 주도한 '올바른 플랫폼 정책 연대'를 혁신을 반대하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보는 사회적 시각도 물론 공존한다. 하지만 비대면진료와 같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분야에선 더 세심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동안 비대면진료의 허용은 환자의 안전한 진료나 개인정보 유출, 그리고 대형 병원이 이를 활용할 시 의료생태계가 교란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의료계가 이를 성공적으로 방어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그 방어 벽에 균열이 생겼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극성이던 2020년 2월 코로나19 감염 방지 목적을 위해 한시적으로 모든 의료기관에 전화상담과 처방이 허용됐고, 플랫폼 기업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년 6개월동안 비대면 진료 누적 건수는 3000만건이 넘었다. 올 국감에서 최혜영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를 실시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2020년 9464곳에서 올 5월기준 1만 8970곳으로 2배 증가하는등 상승세가 빨라지고 있다.

대면진료가 원칙이고 비대면 진료는 보조수단으로 제한적으로 시행돼야 하지만 비대면 진료 비율이 99%에 이르는 기형적 의원도 2곳이나 됐다. 플랫폼에 의한 비대면 의료시장이 커가는 과정에서 플랫폼업체의 불법 의료광고, 환자유인행위나 약 배달 무료 이벤트 등 의료법과 약사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추세다.

하지만 정부의 관리나 제재는 거북이 걸음이었다. 비대면 진료 허용 2년 6개월이 지난 올 7월에야 '한시적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가이드'를 만들었지만 벌써부터 위반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플랫폼업체들로서는 시장 경제에서 수익을 창출할 기회가 열렸으니 앞다퉈 경쟁에 나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역대  정부 역시 미래 먹거리 운운하며 IT와 연계된 산업을 키우는데 주력해왔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도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하면서 비대면 진료를 포함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성장가능성이 큰 고부가가치 신산업으로 규정한 바 있으며, 현 정부 역시 110대 국정과제 중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포함시켰다.

10월초 진행된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서는여야를 막론하고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부작용이 극심하다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비대면 진료 무용론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고, 정부는 오히려 "위법 사례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제도화에 속도를 내겠다"며 이를 기정사실화했다.

물론 의료계도 비대면 진료에 대한 입장이 과거와는 미세하게 달라졌다. 하지만 지금처럼 '한시적'이란 꼬리표에도 의료시장에 대한 장악력을 통해 의료계를 교란시키는 플랫폼기업 중심의 비대면 진료가 '기본'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의협이 주도한 '올바른 플랫폼 정책 연대'를 혁신을 반대하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보는 사회적 시각도 물론 공존한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와 같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분야에선 더 세심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더욱이 분명한 것은 아무리 소비자의 편익을 앞세우고 혁신이란 화려한 수식을 붙인다 해도 플랫폼 업체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국민건강'을 우선순위에 놓을리 없는 일이다.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겠다면 그 논의는 당연히 제로 베이스에서 의료계와 논의해야 의료의 공공성을 최대한 살리고 국민건강에 미치는 위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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