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9 21:36 (금)
원격의료의 본질은 의료비 절감이다
원격의료의 본질은 의료비 절감이다
  • 이명진 초대 의료윤리연구회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10.26 06:00
  • 댓글 2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료의 본질을 훼손하는 진료 형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원격의료에 대한 의료법과 약사법 개정이 있을 예정이다. 일부 원격의료 찬성측은 미래에는 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인해 의료와 진료의 개념이 바뀔 것이라고 주장한다.

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진단과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진료에 도움이 되는 첨단 기술과 기계가 개발되더라도 의료의 본질을 훼손하는 진료 형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의료(Medical Practice)는 의학지식(Medical Knowledge)과 의학기술(Medical Technique) 그리고 의학 전문직업성(Medical Professionalism)이 어우러진 Art의 영역이다.

자칫 의과학에 편승한 상업주의의 유혹에 틈을 내어 주는 순간 의료의 본질이 변질되기 시작한다. 비대면 진료로 다시 재점화되고 있는 원격진료의 본질과 위험성에 대해 명확하게 짚어 보아야 한다. 

■ 비대면 진료는 부실 진료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의사는 진료하면서 배워 간다.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봉직의나 개원의로 진료행위를 하게 된다. 병원에서 진료를 하든 개원가에서 진료를 하든 모든 의사들은 오랜 대면 진료경험을 통해 스스로 배워간다.

10년 전 진료수준과 많은 경험과 의학지식이 합쳐진 현재의 진료 수준은 다를 수밖에 없다. 환자에게 집중하는 의사들은 환자가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진단을 하기 시작한다. 환자의 얼굴 표정과 말투, 억양을 놓치지 않는다.

이메일과 채팅, 전화 혹은 영상 통화로 환자의 감정상태와 전신상태, 느낌을 알아내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결국 비대면 진료는 부실 진료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일차적 피해는 편리함만 따르던 환자에게 돌아가고 2차적으로 의료가 왜곡되는 현상을 낳게 된다.

■ 비대면 진료는 의학교육 기회를 박탈한다.

의학교육은 도제교육을 기반으로 한다. 의학 지식 교육(정규 교육)과 함께 현장에서 이뤄지는 현장교육(비정규 교육)을 통한 롤모델링을 통해 이뤄진다. 롤모델링은 교수와 선배의사의 지식, 태도 그리고 그들의 술기를 배워 가는 과정이다.

지식과 술기, 환자와 직원과의 소통 그리고 올바른 임상추론과 의사결정을 포함하는 임상역량을 갖춰 간다. 롤모델은 의학의 기예(the art of medicine)라 불리는 무형의 것을 전달하는 매우 강력한 수단이다. 롤모델을 통한 배움은 관찰과 성찰을 통해 이뤄진다. 학생들은 스승의 진료 행위를 자신의 의식과 무의식적인 영역에서 서로 융합해 가며 체화해 간다. 이메일과 채팅 등으로 이뤄지는 비대면 진료는 의학교육의 롤모델링 기회를 박탈한다. 

■ 원격의료의 본질은 의료비 절감이다.

원격의료는 미국과 같이 일부 면적이 넓고 진료 프로세스가 복잡해서 의료 접근성이 낮고 의료비용이 비싼 나라에서 의료비용 절감을 위해 도입한 제도일 뿐이다. 의료비를 지원하는 회사에서 의료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원격의료를 이용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는 주치의제도가 도입돼 있기에 자신이 돌보는 환자 중에서 긴급한 경우 전화를 통해 진료처방을 하기도 한다. 전문의를 만나기 힘든 상황에서 이뤄지는 차선책일 뿐이다.

일부 교도소나 도서 벽지의 진료를 위한다는 명분은 이미 없어진 개념이다. 현재 모든 교화시설에는 의료진이 상주하고 있으며, 외진을 통해 환자를 관리하고 있다. 대한민국 영토에 있는 많은 섬들이 연륙교를 통해 육지화 돼 있다.

수십 년 전 교화시설과 보건지소가 없는 섬이 있을 때 상황은 현재의 원격진료의 목적에 걸맞지 않다. 겉으로는 국민 편익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의료비 지출을 줄이려는 의료비 절감 정책의 하나일 뿐이다. 진료의 편익이 의학의 가치보다 우선되면 안 된다.

결국 진료의 질적 저하와 오진 등으로 환자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고 의료의 본질이 훼손돼 버릴 개연성이 매우 높다. 편의 위주와 상업주의로 유인하는 원격의료는 대한민국 의료상황에서 맞지 않다. 결국 의료비 절감 정책의 덫에 걸릴 뿐이다.

앞으로도 비대면 진료는 팬데믹 같은 특수한 상황에만 적용해야 한다. 지난 3년간의 코비드19로 인해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도입되었다. 감염인의 활동으로 2차 감염과 의료진의 감염을 방지하기 위한 비상 정책이었다.

비대면 진료와 함께 원격진료를 도입하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 총회에서 원격진료의 조건으로 1차 의료기관 중심으로 의협이 주체가 되고 대면진료 대비 1.5배 이상의 수가적용 등을 내용으로 한 원격의료 안건을 통과시켰다.

대의원 총회의 위험한 결정에 우려를 떨쳐 버릴 수 없다. 의사들은 원칙과 기준을 벗어난 수가 인상은 독이라는 교훈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비대면 진료는 팬데믹 같은 특수한 상황에만 적용해야 한다. 원격의료의 본질은 의료비 절감이다. 

■ 칼럼이나 기고 내용은 <의협신문>의 편집 방침과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