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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 어지럼 급증…인지기능 저하·낙상·불안장애 위험까지

고령층 어지럼 급증…인지기능 저하·낙상·불안장애 위험까지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10.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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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기능 신경세포 노화로 소실…70대 이후 70% 전정기능 이상으로 발병
각종 어지럼·평형 장애 질환 다양…"치료법 달라 전문의 진단·치료 필요"
고령층 낙상, 고관절 골절 등 치명적 이차장해 초래 세심한 주의 절실

■ 어지럼 원인의 빈도
■ 어지럼 원인의 빈도

인구고령화에 따른 어지럼 질환 유병률이 급증하고 있다. 

고령층에서 호소하는 어지럼 질환은 대부분 노화에 따라 균형기능이 떨어지면서 발생한다. 균형을 유지하는 전정기능의 신경세포들이 노화에 따라 점차 소실되기 때문이다. 70대 이후에 나타나는 어지럼 질환은 70% 정도(68.7%)가 전정기능 저하에서 비롯되고, 60대 이상 2명 중 1명이 전정기능 저하로 인한 어지럼에 시달린다. 고령층에서 어지럼은 다른 어떤 만성질환보다 흔한 증상이다. 

문제는 고령층의 어지럼은 그 자체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인지기능 악화와 낙상으로 인한 골절 위험을 높이고, 반복적인 재발성 급성 어지럼은 심각한 불안장애 증상까지 동반한다. 결국 삶의 질이 떨어지고 생명까지 위협받게 된다.

대한이과학회는 일상 중 균형 장애나 보행에 어려움을 경험하면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 전정기능 장애가 어느 정도이고 어떤 치료가 필요한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노화에 따른 전정기관의 신경학적 변성은 막기 어렵지만,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이 균형기능에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생활 습관 교정과 함께 적절한 어지럼 치료를 통해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어지럼의 원인은 말초 전정기관 이상(40%)이 가장 많고, 균형장애·실신성어지럼증(25%), 정신과적 문제(15%), 중추신경계 질환(10%), 기타 어지럼증(10%) 등이 있다. 

중요한 것은 전정기능 저하가 인지기능을 떨어뜨린다는 데 있다. 관련 연구 보고도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치매 질환을 앓게 되면 기억력 외에도 공간인지능력이 심각하게 떨어진다.

정상적인 전정기관으로부터의 신호는 뇌로 전달돼 공간을 인식하게 되는데, 전정기능이 떨어지면 공간인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대뇌의 특정 구조를 감소시킨다는 것이 증명됐다. 

또 경도인지장애에서 알츠하이머병으로 이행되는 시기에 단기기억력 보다 공간인지능력 감소가 더 뚜렷하게 관찰되면서, 전정기능 저하가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치매 질환을 가속화 할 수 있다는 근거가 되고 있다.   

낙상 위험도 높인다. 

전정기능 저하 있는 경우 낙상 위험률을 2.6배 증가시킨다고 보고됐으며, 낙상으로 응급실을 내원한 고령층 환자 대부분에서 전정기능 저하가 동반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령층의 낙상은 고관절 골절 등 치명적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심각한 불안장애까지 겪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복적인 재발성 급성 어지럼은 발생시기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환자들은 심각한 불안장애 증상까지 겪게 된다. 이런 경우 환자의 주관적 심각도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이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보다 더 높았다.

■ 질환별로 환자가 느끼는 질병의 심각도(Harris J et al, 2001)
■ 질환별로 환자가 느끼는 질병의 심각도(Harris J et al, 2001)

그렇다면 어지럼 질환은 어떻게 치료할까. 

어지럼 질환에는 대표적으로 양성돌발성두위현훈(이석증), 메니에르병, 전정신경염 등이 있다. 

어지럼 질환 중 가장 많은 빈도를 차지하는 이석증은 이석기관에서 일부 이석이 원래 위치에서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으로 흘러 들어간 경우 발생하며, 눕거나 돌아누울 때 이석이 반고리관 감각세포를 자극하게 돼 회전성 현훈(眩暈)이 나타난다. 이석증은 떨어진 이석을 원래 위치로 정복시켜주는 물리치료(이석정복술)로 대부분 치료된다. 

메니에르병은 달팽이관과 전정기관을 채우고 있는 내림프액이 과다해지는 내림프수종현상에 의해 발생하며, 청력 저하, 급성 현훈, 이명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메니에르병 치료를 위해서는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피하고, 염분 섭취를 줄이고 수분을 많이 음용하며, 술·담배·카페인도 줄여야 한다.

이와 함께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메니에르병 환자 10∼20%는 추가로 고막을 통해 중이에 약물을 투여하거나, 수술적인 방법으로 현훈발작을 줄일 수 있다.  

전정신경염은 한쪽의 전정기관이나 신경의 기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질환으로 바이러스 등에 의한 염증반응, 미세혈관의 폐쇄, 자가면역 등 다양한 기전에 의해 발생한다. 급성현훈이 수 일간 지속되며, 급성기가 지나면 만성적인 균형감의 이상이나, 움직일 때 주로 발생하는 불균형감 등이 나타난다.

급성기 때에는 항어지럼약물을 통해 증상을 완화시키며, 약물의 사용은 가급적 단기간만 사용하고, 환자의 증상이 다소 호전이 되면 전정재활치료를 시행해 만성적으로 발생하는 증상을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김성헌 대한이과학회 어지럼연구회 학술위원장(연세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은 "고령화사회에 들어서면서 어지럼 질환의 유병률이 급증하고 있다. 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21%가 최근 1년 내 어지럼과 균형이상을 경험했다고 보고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지럼 질환의 대표적인 전정기능 이상 외에도 각종 어지럼 및 평형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은 다양하며, 각 질환별로 치료가 다르기 때문에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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