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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공보의에 원격판독 맡긴 원장 '벌금형' 확정
공보의에 원격판독 맡긴 원장 '벌금형' 확정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2.10.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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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원장 아이디로 원격 판독…전자서명 안해 의료법 위반" 기소
대법원 "판독소견서도 진료기록부 해당…반드시 서명해야" 판단
전자 서명 갖추기 전 적법한 서명 어려워...'거짓 작성' 혐의 '무죄'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자신이 아닌 병원장 아이디로 전산프로그램에 접속해 원격으로 판독소견서를 작성하고, 소견서에 전자서명을 하지 않은 행위는 의료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의료법 제22조 제1항은 진료기록부 등에 대한 의료인의 서명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서명의무는 의료인이 직접 대면진료를 하고 작성하는 문서뿐만 아니라 원격으로 방사선 사진을 판독한 결과를 기재하는 판독소견서도 포함하고 있다.

대법원은 최근 진료기록부 작성 시 서명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영상의학과의원장과 공중보건의사에게 각각 벌금 4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서울에서 영상의학과의원을 운영하는 A의사는 자신의 병원에서 특수영상(방사선) 판독업무를 담당하던 B의사가 경상북도 OO시에서 공중보건의사로 근무(2013년 4월 15일∼2016년 4월 14일까지)하게 되자 병원 판독업무를 계속하되,  자신의 명의로 판독소견서를 작성하면 건당 일정액을 지급하겠다고 제의했다. B의사도 동의했다. 

B의사는 공중보건의사로 근무하면서 자신의 주거지에서 A의사가 운영하는 병원의 특수영상을 판독했다. 판독결과를 입력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A의사의 아이디로 접속한 후 판독소견서를 작성했다.

검찰은 B의사가 2014년 2월 6일∼2015년 9월 10일까지 총 1062건의 판독소견서를 작성하면서 전자서명을 하지 않았다며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A의사와 B의사는 "A의사의 아이디를 이용해 작성한 판독소견은 의료법 제22조 제3항에서 정한 진료기록부에 포함되는 판독소견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는 "B의사가 A의사의 아이디를 사용해 판독소견서를 작성한 것은 의료법 제22조 제3항에서 정한 진료기록부 등의 거짓 작성에 해당한다"며 피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의료법이 의료인에 대해 사실에 부합하는 진료기록부 등을 작성할 의무를 지우고 있는 취지를 고려하면, 최책이 가볍지 않고, A의사와 B의사는 사건 범행을 부인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태로를 보이지도 않는다"며 A의사에게 벌금 1200만원을, B의사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A, B의사는 "판독소견서는 전자서명법에 따른 전자서명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의료법 제23조 제1항의 전자의무기록에 해당하지 않고, 의료법 제22조 제1항에서 정한 진료기록부라고 볼 수 없다"면서 "1심 재판부는 판독소견서가 진료기록부등에 해당함을 전제로 피고인들이 공모해 거짓으로 이를 작성했다고 보아 유죄로 판단한 잘못이 있다"고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전자서명법이 개정(2020년 6월 9일)되기 이전에는 기술적 안전성과 신뢰성이 담보된 공인전자서명(공인인증기관이 발급한 공인인증서에 기초한 전자서명)에 대해서만 법적 효력을 부여해 왔던 점을 고려하면, A의사가 운영하는 병원은 2016년 이후부터 공인전자서명 기능이 갖춰진 영상의학자료 판독프로그램이 도입됐고, 판독소견서가 작성된 2014년 2월 6일∼2015년 9월 10일까지 사용되던 영상의학자료 판독프로그램에는 그런 기능이 구비되지 않아 공인전자서명이 이뤄진 바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비록 의료인이 진료기록부등을 거짓으로 작성한 행위에는 환자에 대한 병명이나 의학적 소견 외에도 진단자인 의사의 성명, 면허자격과 같은 '작성 명의'를 허위로 기재하는 경우도 포함된다"며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판독소견서와 같이 관련 법령이 정한 적법한 서명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에는 의료법 제23조 제1항의 전자의무기록이나, 같은 법 제22조 제1항의 진료기록부 등이 작성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판독소견서가 의료법 제23조 제1항의 전자의무기록으로서 같은 법 제22조 제1항에서 정한 진료기록부 등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고, 이를 달리 인정한 증거가 없다"면서 "판독소견서가 진료기록부등임을 전제로 한 공소사실(거짓 작성 여부)은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진료기록부 거짓 작성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원격진료로 작성한 판독소견서도 진료기록부에 해당하기 때문에 반드시 서명이 있어야 한다며 의료법상 진료기록부 서명의무 위반은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의료인은 진료기록부등을 갖춰 두고 환자의 주된 증상, 진단 및 치료 내용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의견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해야 한다"면서 "B의사는 판독소견서를 작성하면서 전자서명법에 따른 전자서명을 하지 않았고, A의사와 B의사는 이를 공모해 진료에 관한 기록인 판독소견서에 서명을 하지 않아 의료법을 위반했다"며 A의사와 B의사에게 각각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피고인들은 벌금형이 부당하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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