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학교 청력검사로는 '난청' 놓칠 수 있다
현행 학교 청력검사로는 '난청' 놓칠 수 있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09.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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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2000·4000Hz 주파수별 순음청력검사 시행 바람직
청소년 난청 조기발견·치료, 생애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청력저하로 수업권 훼손…말·언어 발달·교육에도 악영향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국가는 학령기 아동이나 청소년들에게 자신들의 삶을 일굴 기반을 마련하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그들은 기본적인 영양, 의료 등을 보장받아 정신적, 신체적으로 균형 있게 성장할 권리도 갖는다. 만약 정신적, 신체적 문제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면 국가는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청소년 난청에 대한 경감심이 높아지고 있다. 난청이 있을 경우 아동이나 청소년들의 수업권이 크게 훼손될 뿐 아니라 말과 언어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동이나 청소년 난청의 조기 진단과 치료는 언어, 교육, 인지기능, 사회성 발달 등 생애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국내 현실은 간단치 않다. 현행 청력검사 기준대로라면 아이들의 청력에 이상이 생겨도 아이들 자신이나, 부모, 교사 누구도 청각 이상을 감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한이과학회가 아동·청소년 난청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함께 학교 청력검사 전반에 대한 개선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현재 '학교 건강 검사 규칙, 학교 건강검사 실시 방법·결과 판정 및 기재 방법 등에 관한 기준'(교육부 고시)은 청력검사의 경우 순음청력검사 또는 귓속말 검사 방법을 사용해 검사하고, 검사 결과 40dB 이상인 경우 '정밀검사 필요' 판정으로 해당 학생은 이비인후과에 추가로 방문해 주파수별 순음청력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학교 건강검진 청력검사 항목 및 방법
■ 학교 건강검진 청력검사 항목 및 방법

순음청력검사(pure tone hearing screening·PTS)는 하나의 주파수에 국한된 자극음을 순차적으로 제시해 얼마나 작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검사다. 측정값(단위: dB HL)이 작을수록 작은 소리까지 들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양쪽 귀에 각각 불러준 6개 숫자 중 3개 이상을 정확히 따라할 경우 정상으로 판정하는 귓속말 검사는 순음청력검사가 불가한 경우 시행할 수 있는 대안이지만, 정량적이지 않고 부정확하다.

세계보건기구(WHO) 청력 기준에 따르면 25 dB HL 보다 낮으면 정상, 25∼40 dB HL 경도 난청, 41∼55 dB HL 중등도 난청, 56∼70 dB HL 중고도 난청, 71∼90 dB HL 심도 난청, 90 dB HL 이상은 고도 난청 등으로 분류한다. 그런데 이 기준은 성인 대상 분류이며, 대부분의 청소년은 성인보다 청력이 좋고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보다 좋은 청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15 dB HL부터 경미한 난청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청력은 주파수(Hz)에 따라 '낮은음'(250 Hz 전후), '중간음'(1000Hz 전후), '높은음'(4000Hz 전후)을 모두 검사해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학교 건강검사는 1개 주파수(1000Hz)에서 20 dB HL 또는 40 dB HL을 들을 수 있는지, 없는지만을 구분한다. 이런 검사방법으로는 난청이 있는 학생도 정상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수업을 정확하게 듣고 배움에 어려움이 있어도 학생 자신이나 부모, 교사 누구도 인지하지 못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한이과학회는 "학교건강검사에서 서로 다른 3개 이상의 주파수를 검사하고, 20 dB HL 또는 25 dB HL 이상의 청력저하가 있을 경우 '정밀검사 필요'로 판정해야 한다"라며 "'정밀검사 필요' 판정시에는 해당 검사가 가능한 병원에 내원해 검사받도록 안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학교 건강검진 청력검사 판정기준 참고치
■ 학교 건강검진 청력검사 판정기준 참고치

학교가 갖추고 있는 청력검사 장비의 적절성도 문제다.

'학교보건법 시행규칙' 등에 보건실 내 건강진단 및 상담용 '청력계' 구비를 명시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학교에 보급된 청력계는 의료기기가 아닌 전기 제품으로 소리의 크기와 주파수에 대한 음향적 보정 상태를 신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향후 주파수별 검사가 가능한 장비로 바꿔야 한다는 판단이다. 

WHO도 취학전 아동과 청소년 대상 학교 청각검진이 제대로 시행돼야 하는 이유를 제시했다.

먼저 모든 출생아 대상 신생아청각선별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있으며, 신생아 시기 청력이 정상이더라도 성장하면서 지연성 또는 진행성 난청이 발생할 수 있고, 취학 전 아동과 초등학교 시기는 중이염 흔하게 발생하는 시기로 잦은 귀 질환이 청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며, 아동과 청소년의 청력 저하는 말과 언어발달, 교육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청력검사 시기와 방법도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청력검진은 초등학교 입학 전, 초등학교 저학년(1∼3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2학년 등 네 번 시행하고, 1000, 2000, 4000Hz 주파수를 모두 포함한 순음청력선별검사에서 정상기준을 20 dB HL을 표준으로, 주변 소음 영향에 따라 25 dB HL 또는 30 dB HL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한이과학회는 "교육부가 주도하는 '학교 건강검진 실시 방법·결과 판정 및 기재 방법 등에 관한 기준'에 따르면 주파수에 대한 언급 및 기준은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양호한 정상 청력 기준도 WHO에서 제시한 20 dB HL이 아닌 40 dB HL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경도 난청, 소음성 난청을 놓칠 수 있다"라며 "이제 한국도 세계 수준에 맞게 주파수별 청력검진을 취학 전 아동부터 시행하고 기준과 방법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잘 듣지 못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없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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