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짧은 근무시간도 정신건강에 악영향
지나치게 짧은 근무시간도 정신건강에 악영향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09.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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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의료정책연구소, '국민정신건강 관리 모형 개발' 연구보고서 발간
국가건강검진 통해 직장 내 정신건강 고위험 근로자 조기선별 필요 
정신건강전문가 즉각 개입 여건·환경 조성…사회경제적 손실 줄여야

긴 근무시간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짧은 근무시간도 직장인의 정신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완전 고용 형태인 비정규, 시간제 노동 여건이 고용 불안정과 저임금 문제를 드러내고, 활동량 감소로 인해 신체·정신 건강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이다.   

과도한 음주도 정신건강 상 위험요인으로 작용했다. 음주에 긍정적인 사회·문화적 특성은 알코올 남용과 의존 가능성을 높이고, 음주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충동성·인지적 오류 등에 따른 자살 가능성이 10배나 높았다. 

의사직군은 일반 직장인에 비해 우울 고위험군 비율이 다소 높았다. 특히, 전공의·임상강사 등으로 구성된 20대, 개원의·봉직의 비중이 높은 30대에서 우울증 의심군 비율이 두드러졌다.

직장인 정신건강관리모델로는 ▲정신건강문제 조기선별 강화 모델 ▲정신건강문제 조기 개입 강화 모델 ▲근로자 중심 개입 모델 등이 제시됐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국민정신건강 관리 모형 개발-직장인을 중심으로->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연구는 근로시간에 따른 우울, 근로시간에 따른 자살사고의 성별 차이, 직장인 알코올 사용과 자살 및 자살시도, 근로자 평균과 의사군의 임상증상 비교 등을 살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제일 높으며, 근무시간 역시 세계 3위권으로 길다. 19세 이상 성인 음주율도 76.6%에 이른다. 2014년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근로자들의 자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6조 5000억원이 넘고, 사망으로 이어지지 않은 자살시도로 인한 외상·후유증 치료비, 가족의 신체·정신질환 치료비를 고려하면 자살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훨씬 커진다. 직장인들에 대한 체계적인 정신건강 관리가 절실한 이유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사망통계>에 따르면, 자살은 암, 심장질환, 폐렴, 뇌혈관질환 등의 뒤를 이어 다섯 번째 사망원인이다. 게다가 연령별 구성비 한정해 직장인들이 주로 포함돼 있는 20∼50대에서는 1위나  2위를 차지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 연령별 5대 사망원인 사망률 및 구성비(2020년)
■ 연령별 5대 사망원인 사망률 및 구성비(2020년, 단위: 인구 10만명당 명, %) 

연구결과, 과도하게 장시간 근무하는 경우 우울증상 발생과 관련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지나치게 짧은 근무시간도 우울증상 발생에 유의하게 영향을 미쳤다. 불완전 고용 형태인 비정규, 시간제 노동 여건이 고용 불안정과 저임금 문제를 드러내고, 이로 인해 우울증상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지나치게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적정 수준의 근무시간이 근로자 정신건강 유지와 근로 효율 및 질 개선에 중요하다는 의미다.  

사회인구학적 지표에서는 근무시간이 길거나 짧은 군 모두에서 연령이 낮을수록, 여성일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우울증상이 더 잦았다.

긴 근로시간은 자살과 연관성이 있었다. 자살사고가 있는 군이 없는 군보다 근무시간이 길었다. 40시간 이상 근무자 9326명(남성 5652·여성 3674) 대상 조사결과 전체적으로 장시간 근로와 자살사고 사이에는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남성은 장시간 근로가 자살 생각을 유발하는 데 관련이 있었고, 여성은 유의미한 관련성을 보이지 않았다.

음주 역시 우울과 자살 생각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 알코올의 문제적 사용은 우울증상을 일으키고 이는 다시 알코올의 문제적 사용을 촉발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된다. 

연구보고서는 알코올에 대한 문제적 사용을 미리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근로자들의 정신건강, 특히 자살 생각을 미연에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의사직군의 우울 고위험군 비율은 직장인보다 다소 높았다. 특히 전공의와 임상의사로 구성된 20대, 개원의·봉직의 비율이 높은 30대에서 우울증 의심군 비율이 두드러지게 높게 나타났다.

■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
■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

그렇다면 직장인의 정신건강관리를 위해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연구보고서는 조기진단과 신속치료를 통해 질병사례 수를 줄임으로써 정신질환 유병률을 감소시키는 2차 예방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정신건강증진사업은 3차 예방(재활을 통한 정신 장애 정도 감소 활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녹지 확대, 환경 공해 경감 등을 통해 국민이 정신적 웰빙에 도달하도록 돕는 1차 예방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정신 질환이 발병해 이미 기능이 떨어진 정신질환자들은 직장 환경에 적합치 않게 된다. 직장인에 대한 정신건강관리 대책 수립 때 3차 예방보다는 질환이 발생하지 않고 발생하더라도 조기 발견 및 개입해 기능저하가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1, 2차 예방에 중점을 두는 게 현실적으로 효율적 방안이라는 판단이다. 

현재 정신건강 관련해서는 2년 간격으로 시행하는 일반건강검진과 달리 10년에 한 번씩 'PHQ-9' 검사로 우울증상에 대한 선별검사만 진행하고 있다. PHQ-9은 주요 우울장애 진단을 위해 9가지 문항으로 이뤄진 검사로 DSM-Ⅳ 우울삽화의 진단기준과 일치하게 고안됐다. 

그러나 문제는 직장인의 정신건강 및 생산성 보존을 위해 관심을 가져할 영역이 우울장애뿐만 아니라 불안장애·알코올 사용 장애 등도 포함된다는 데 있다. PHQ-9 검사 문항을 불안장애 및 음주 문제까지 확대하고 우울 선별의 경우에도 심각도 및 증상에 대해 조금 더 폭넓은 검사가 가능한 자가보고식 선별검사를 추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줄이는 데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높은 편견과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에 대한 낙인과 부정적 인식은 정신건강관리에 큰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질병 분류상 F코드 보다는 정신건강 삼담과 진행이 가능한 Z코드 진단 사용 방안이 제시됐다. 또 정신건강 검진기관에 연계율에 따른 차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동기유발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정신건강 고위험군에 대한 조기개입이 가능초록 유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근로자의 정신건강 관리 모형
■ 근로자의 정신건강 관리 모형

근로자 중심 개입 모델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직장인들이 일상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정신건강에 관심을 갖고 정신건강 고위험군 근로자들을 초기에 선별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정신건강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문제를 발굴하고 교정해가면 근로자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이를 위해 가장 적절한 방안은 정책적으로 사업체 규모별로 정신건강 전문가를 배치하는 것이다. 직접 배치가 어려운 중소 규모 사업체에서는 사업장 일정 반경 내 정신건강의학과를 이용하거나, 의사 단체를 통한 연계 서비스도 고려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정신건강 전문가의 직접적 연계를 통해 직장인들의 조직문제,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평소에도 즉각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높은 업무강도와 무한 경쟁 등으로 항시 정신건강위험에 노출돼 있다"라며 "이는 근로자 개인과 기업은 물론 가족과 사회적 차원에서도 큰 손실이라며, 정신건강 고위험 근로자를 조기선별하고 즉각적 개입이 가능한 체제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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