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길도 누군가 살리는 장기기증
마지막 길도 누군가 살리는 장기기증
  • 송성철 기자 medicalnews@hanmail.net
  • 승인 2022.09.1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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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시각장애 판정 농업인 서영모 씨…마지막 순간도 다른 생명 살려
"평소 소외된 사람 지나치지 못해…기증희망한 아버지 뜻 따르고 싶어"
가장 고귀한 나눔인 장기를 기증하고 하늘나라로 떠난 고 서헌모 씨의 생전 모습.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유가족 제공] ⓒ의협신문
가장 고귀한 나눔인 장기를 기증하고 하늘나라로 떠난 고 서헌모 씨의 생전 모습.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유가족 제공] ⓒ의협신문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74살 서헌모 씨가 간장을 기증, 다른 생명을 살리고 하늘나라로 떠났다고 16일 밝혔다.

서 씨는 지난 8월 20일 논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쓰러졌다. 119로 원광대학교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뇌사 판정을 받았다.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사고에 힘들어 했지만 수년 전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한 고인의 의사를 존중키로 했다.

충남 보령시에서 1남 2녀 중 둘째로 태어난 서 씨는 어릴 적부터 농업인의 길을 걸었다. 

서 씨 가족은 "가족에게는 엄하면서도 따뜻한 아버지로, 늘 자녀와 아내를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았다"고 고인을 회고했다.

서 씨는 평소 소외된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거동이 어려운 장애인 이동을 도왔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묵묵히 손길을 건넸다. 10여년 전부터 시력이 나빠져 장애판정을 받았지만 남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원광대병원 의료진에게 "뇌사 상태이기에 기증이라는 숭고한 나눔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은 서 씨의 가족은 "평소 어려운 이를 돕고, 베푸는 것을 좋아하셨던 아버지였고 기증희망등록을 하셨기에 그 뜻을 따르고 싶다. 아버지의 마지막 가는 길이 누군가를 살리는 좋은 일이기에 힘들지만 기증을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아들 서용관 씨는 "평생 어렵고 힘든 이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헌신하신 것을 알기에 하늘 위에서는 고통 없이 편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저희들은 잘 살테니 걱정 말고 편히 쉬시길 바랄게요"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기증 과정을 담당한 황영환 원광대병원 장기구득 코디네이터는 "삶의 끝에서 누군가를 위한 선택을 결심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고, 감사한 일이다"라면서 "생명나눔을 실천하고 떠나신 기증자분과 가족분들의 숭고한 결정이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도록 기억하고 노력하겠다"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장기를 대가없이 기증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나눔으로 손꼽힌다. 

뇌사자는 신장·간장·췌장·심장·폐·췌도·소장·각막·손과 팔·발과 다리 등의 장기기증이 가능하다. 장기 이외에도 피부·뼈·연골·근막·양막·심장판막·혈관 등 인체조직도 기증할 수 있다. 

장기·인체조직·안구 등 기증희망등록은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홈페이지(https://www.konos.go.kr/)나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사단법인 생명잇기 등을 통해 등록할 수 있다. 전국 장기이식등록기관·우편(우 04637 서울특별시 중구 후암로 110, 남대문로 5가 서울시티타워 21층)·팩스(02-2628-3629)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2000년부터 2021년까지 6506명이 뇌사자 장기기증을  했으며, 2만 6725건의 이식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나눴다.

하지만 장기·인체조직 기증에 관한 잘못된 인식으로 2021년 한 해 동안에만 2480명(하루 6.8명)이 이식대기 중 사망했다. 

인구 100만명당 뇌사자 기증률(2020년 기준)은 미국 38.03%·스페인 37.40%에 달하지만 한국은 9.22%에 불과하다. 

2021년 기준 장기이식 대기자는 약 4만 명에 달하지만 기증자는 442명에 불과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원장 문인성)은 장기·조직 기증자와 가족을 예우하기 위한 앨범·근조 화환과 하늘나라편지(www.koda1458.kr)를 비롯해 장례준비와 행정 절차를 위한 사회복지사 동행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심리적·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건강가정지원센터·정신건강복지센터·종합사회복지관 등을 연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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