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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료는 다시 재난상황…현장 목소리 귀 기울여야
응급의료는 다시 재난상황…현장 목소리 귀 기울여야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08.2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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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학의사회, "여전히 대책 부재…비효율적 대응 개선 안 돼"
독립적 응급의료 컨트롤타워·응급의료 전문가협의체 구성 시급
필수의료 논의 "사람 살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부터"
■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8월 26일 대한의사협회 용산임시회관에서 '필수의료 문제해결과 응급의료 컨트롤타워 재구축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최석재 홍보이사, 김윤성 학술이사, 이형민 회장, 김태훈 정책이사.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8월 26일 대한의사협회 용산임시회관에서 '필수의료 문제해결과 응급의료 컨트롤타워 재구축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최석재 홍보이사, 김윤성 학술이사, 이형민 회장, 김태훈 정책이사.

"지금은 사람을 살려야 할 때입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8월 26일 오후 1시 대한의사협회 용산임시회관에서 '필수의료 문제해결과 응급의료 컨트롤타워 재구축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이태동안의 교훈에도 여전히 응급의료 대책 부재와 시의적절치 않고 비효율적인 대응들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응급의료 컨트롤타워 구축·전문가 협의체 구성 등을 촉구했다.

필수의료에 대해서는 명확한 정의가 우선이라고 지적하고, 최종 목표는 모든 중증 응급환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제대로 응급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전제 아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형민 응급의학회장은 "코로나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또다시 사망자가 늘고 있다. 사망자가 늘어나는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얘기해야 한다"라며 "응급의료체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재난상황을 맞고 있는데 관계당국은 대응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한다. 무엇이 대응여력인지 전혀 공감되지 않는다. 중증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환자를 살려할 때이다"라고 말했다., 

필수의료 논의에서 응급의학과가 배제된 데 대해서도 아쉬움을 전했다.

이형민 회장은 "필수의료에 대한 논의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당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부터 출발해야 한다"라며 "무엇이 문제인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명확한 최종 목표에 대한 공감대가 먼저"라고 규정했다.

이어 "가장 먼저 사람을 살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응급환자는 즉시 필요한 응급처치를 받지 않으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심신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환자로 결국 응급환자를 적절하게 치료하는 것이 필수의료 개념에 가장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의료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이어갔다. 

이형민 회장은 "지금도 응급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다. 이에 대한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 관계당국에 지속적으로 주장했지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라며 "방역전문가들에게 의료현장과 방역은 온도차가 있다. 의료 전문가들의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현재로서는 전문가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재유행 상황이지만 응급의료 현장은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 갈 수 있는 병원 찾기도 쉽지 않고, 구급차 안에서 몇 시간 씩 기다리는게 다반사다. 재난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김윤성 학술이사는 "얼마전 코로나19에 확진된 어르신이 숨이 차고 가슴이 아파서 119에 도움을 받아 방문할 병원을 수소문했지만 아무 데도 받아주지 않았다. 마침 하루만 지나면 격리가 해제되는 상황이라 타 지역 자녀집에서 모시다가 심정지가 오면서 병원 이송 중 돌아가셨다. 지금 의료현장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2년이 지났어도 의료 현장에서 느끼기에 효과적이었던 응급의료정책은 한 번도 없었다는 진단이다. 아직도 발열환자, 확진자에 대한 제대로 된 응급의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윤성 학술이사는 "이제 의미없는 확진자수 카운트를 중단하고 2급 법정감염병에 준하는 관리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119지역 상황실과 지역전원조정 상황실은 중증응급환자 이송과 배치업무로 전환해야 한다"라며 "코로나19 진료·입원 수가 인상, 원내감염 대비 진료비 감면, 응급의료진 보상책 마련 등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필수의료 논의를 의사정원 확대로 이어가려는 시도에는 우려를 전했다.

김태훈 정책이사는 "지난 코로나19 과정에서 의료진이 좌절과 탈진으로 이탈하는 상황을 경험했다. 단순히 의사 수를 늘려 필수의료의 빈자리를 채우겠다는 생각은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라며 "인력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한 장기적 인력계획과 함께 필수의료에 대한 지원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필수의료에 대한 명확한 개념정리와 목표 설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김태훈 정책이사는 "필수의료는 의대정원만 늘린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며, 전문가들의 의견과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최종적인 목표는 모든 중증 응급환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제대로 응급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고 되짚었다. 

응급의료 컨트롤타워에 대한 독립적 지위 부여 필요성도 제기됐다. 

응급의료기관을 지휘 감독하고 응급의료 관련 업무를 조정·지원해야 할 중앙응급의료센터는 국립중앙의료원 산하 공공보건의료본부 소속이다. 구조적으로 독립된 정책개발에 나설 수 없다는 비판이다. 또 응급의료에 관한 정책을 만들고 심의하는 중앙응급의료위원회는 비영리민간단체 관계자, 공무원 등으로 구성돼 의료 전문가의 의견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 구조다.

이형민 회장은 "응급의료기관들이 지난 코로나19 유행 동안 혼란과 붕괴위기를 겪은 것은 인력뿐이 아닌 시설·장비·시스템 등 전반적인 응급의료 인프라 부족 때문이었으며, 응급의료 현장과 감독기관의 소통 부재 탓이었다"라며 "응급의료 시스템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대응뿐 아니라 중증응급환자·외상환자의 적절한 응급처치를 위한 구조, 이송, 최종 치료에 이르는 다양한 프로세스를 적절하게 수행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명확히 했다.

이어 "응급의료의 특수성과 다양한 역할 수행의 적절성을 위해 응급의료 전반을 아우르는 독립적 컨트롤타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충분히 예측가능한 상황임에도 혼란을 되풀이하는 관계 당국에는 강력한 유감을 표했다.

이형민 회장은 "지금 응급실은 매일 발열, 확진자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열 흘 남짓 남은 명절을 아무 준비 없이 맞는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들이 전국에서 발생할 것"이라며 "응급실이 발열 환자와 코로나19 확진자로 채워지면 정작 비코로나 중증 환자들은 제대로 치료받을 기회를 잃고 만다"고 지적했다. 

필수의료 논의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이형민 회장은 "아직 끝낟지 않은 코로나19 상황으로부터 응급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응급의료시스템의 개선과 컨트롤타워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의료 현장과 소통을 통해 전문가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고 이를 바탕으로 효과적이고 의미 있는 대응책이 실시간으로 마련될 때 비로소 과학방역과 근거중심 대책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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