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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실손보험사 의사 상대 채권자대위 자격 없다"
대법원 "실손보험사 의사 상대 채권자대위 자격 없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2.08.2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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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손 들어준 1, 2심 판결 파기…대법원, 소 '각하' 직접 판단
대법원 "잘못 지급된 실손보험금…보험사가 의사에게 청구 못해"
맘모톰·페인스크램블러 등 실손보험사 무차별 채권자 대위소송 매듭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실손보험사들이 의료기관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채권자대위소송)이 대법원의 "보험사는 보험가입자를 대신할 자격이 없고, 잘못 지급된 실손보험금을 의사에게 청구할 수 없다"는 판결로 결론이 났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8월 25일 오후 2시 S보험사가 A의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원고일부승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각하(파기자판 破棄自判)했다. 파기자판은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파기하면서 하급심 법원에 환송하거나 이송하지 않고 사건을 직접 재판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소송 기록과 일심 및 원심 법원에서 조사한 증거를 바탕으로 판결하는 것이 충분하다고 판단하면 직접 판결할 수 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보험사는 피보험자를 대신해 채권자대위 자격이 있다'는 1, 2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번 사건은 병원에서 비염치료를 위한 '트리암시놀른 주사'가 문제가 됐다.

피보험자들은 S보험사와 의료실비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병원으로부터 비염치료를 위한 '트리암시놀른 주사' 치료를 받았다(병원은 피보험자들로부터 합계 3845만 7020원을 받음). 이후 병원에 진료비용을 지불한 후 S보험사에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S보험사는 피보험자들에게 진료비 상당의 2845만 7020원을 보험금으로 지급).

그런데 S보험사는 "병원이 피보험자들에게 신의료기술로 평가 받지 못한 '트리암시놀른 주사' 진료행위를 하고, 이들로부터 비급여금액을 지급받은 행위는 국민건강보험을 규율하는 법령에서 정한 기준에 위배되는 행위로 진료비를 환자들에게 부담시킬 수 없고, 보험금 지급이 잘못됐다"며 법원에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과정에서 S보험사는 "보험사는 피보험자들의 병원에 대한 부당이득금반환채권을 대위할 수 있다"면서 "병원은 진료비 상당의 금액을 부당이득금으로 보험사에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대전지방법원)는 2018년 5월 17일 원고일부승 판결했다.

1심 재판에서 S보험사는 피보험자들의 부당이득금반환채권을 대위해 A의사(병원)에게 진료비 상당의 보험금 지급금액이 부당이득금이라며 반환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A의사는 "비염치료를 위한 '트리암시놀른 주사'는 의료법상 허용되는 진료행위이고, 신의료기술로 평가를 받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을 의료행위가 아니라거나, 위법한 의료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맞섰다.

또 "의사가 받은 진료비가 국민건강보험 관련 법령에서 정한 요양급여의 기준을 벗어났다고 하더라도 이는 보험계약과는 무관하고, 더구나 진료비는 의사와 환자 사이에 합의에 의해 정해진 것으로 의사가 환자로부터 받은 진료비가 부당이득이 될 수 없으므로 S보험사의 청구는 이유없다"고 강조했다.

1심 재판부는 "관련 법령에 규정되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진료행위 등은 신의료기술 등의 급여대상 여부의 결정 절차 등을 통해 급여대상으로 포함하게 되는데, A의사는 비염치료를 위한 '트리암시놀른 주사' 진료행위를 요양급여의 대상에 포섭시키기 위한 어떠한 신청절차를 진행한 바가 없음이 인정된다"고 봤다.

또 "의학적 필요성을 갖추었는지에 대한 A의사의 입증이 없는 이상, A의사가 임의로 비급여 진료행위를 하고 가입자와 사이에 요양 비급여로 하기로 상호 합의해 진료비용을 가입자로부터 지급받은 것은 국민건강보험법에서 규정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가입자 등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받거나 가입자 등에게 이를 부담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A의사는 피보험자들로부터 진료비를 비급여금액으로 지급받았고, 피보험자들 역시 S보험사로부터 비급여금액 상당액을 보험금으로 지급받았으므로, A의사는 법률상 원인 없이 피보험자들에게 대해 부당이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며 "A의사는 피보험자들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대위 행사하는 S보험사에게 부당이득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대전지방법원) 역시 S보험사의 채권자대위를 행사하는 주장을 받아들였다.

2심 재판부는 "A의사가 피보험자들에 대해 행한 '트리암시놀른 주사'가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에 해당한다"며 "A의사가 피보험자들로부터 진료비를 지급받은 것은 원칙적으로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등에서 정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가입자 등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S보험사의 채권 행사가 피보험자들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관한 부당한 간섭으로도 보이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채무자인 피보험자들이 무자력이어야 한다는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할 수는 없고, S보험사는 피보험자들의 A의사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대위해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S보험사의 피보험자들에 대한 채권자대위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피보험자들을 대신한 S보험사의 채권자대위 자격을 인정해 A의사에게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의무가 있다고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직접 각하 판결했다.(다수의견 8명, 반대의견 5명)

대법원은 "피보험자들이 무자력이라는 주장 및 증명이 없고, S보험사가 피보험자들의 A의사에 대한 권리를 대위해 행사하지 않으면 자기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어 "피보전권리의 실현 또는 만족을 위해 대위권리의 행사가 긴밀하게 필요하다는 등의 밀접한 관련성을 인정할 수도 없다. 나아가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피보험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수 있으므로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은 채권자대위권 행사가 채권자의 권리실현 구제 방법으로 그 유용성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채권자대위권을 행사를 과대하게 확대됨으로써, 보험금을 잘못 지급한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일반채권자보다 우선해 보험금을 반환받게 되어 보험자에게 사실상의 담보권을 부여하게 되는 결과에 이르게 되는 부당함과, 채권자평등주의 원칙에 기반을 둔 현행 민사집행법 체계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게 됨을 방지하고, 피보험자인 수진자들과 의료기관과의 진료계약의 특수성을 고려해 수진자의 진료비 반환 여부를 수진자가 결정할 권리임을 확인해 보험자의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수진자의 재산관리행위에 부당한 간섭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해 채권자대위권의 존재 의의와 그 행사 범위를 분명히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해 전성훈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전성훈 법제이사는 "실손보험사들이 손실이 크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너무 무리하게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실손보험사의 재정 건정성도 중요하지만,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의해 국민이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대법원이 고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몇년간 실손보험사의 대대적인 소송으로 인해 너무 많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다. 실손보험사들이 앞으로 의료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때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대법원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놓고 원칙에 맞는 판결을 내려줘서 다행"이라면서 "의협은 관련된 여러 소송에서 각종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지원했고, 앞으로도 회원의 권익이 침해될 우려가 있는 사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의료계는 맘모톰 시술 및 페인스크램블러 시술 등과 관련 실손보험사들이 의료기관을 상대로 대대적으로 벌인 채권자대위 소송도 이번 대법원 판결과 비슷하게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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