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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보험사 백내장 보험금 지급 거절 횡포에 '제동'
법원, 보험사 백내장 보험금 지급 거절 횡포에 '제동'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2.08.2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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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보험사, 보험약관 상 '질병'치료 아니라고 판단 보험금 지급 거절
법원 "의사가 직접 육안으로 백내장 확인 후 수술…질병에 해당" 판단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의사가 세극등 현미경으로 백내장을 확인한 뒤 수술을 했는데 실손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백내장 수술과 관련 실손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은 가운데 나온 이번 판결은 무차별적으로 백내장 수술을 한 것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보험사 행태에 제동을 걸어 의미가 크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은 8월 18일 H보험사가 가입자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2009년 5월 H보험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2020년 11월 5일 B의사로부터 '기타 노년백내장' 등의 상병으로 양안에 수정체 초음파 유화술 및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받았다.

이후 11월 7일 H보험사에 수술 치료와 관련해 환자부담총액 합계인 899만 5450원(진료비 450만 4480원+진료비 449만 970원)의 보험금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H보험사는 보험급지급을 거절하고, 법원에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보험계약상 보험금 지급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약관 제20조 제1항에 따라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질병'으로 인해 병원 등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A씨의 경우 세극등 현미경 검사상 수정체의 혼탁이 확인되지 않아 백내장 질환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게 이유였다.

재판 과정에서 H보험사는 "A씨가 '백내장'이라는 질병으로 인해 입원치료를 받았다고 할 수 없어 질병치료를 전제로 한 보험금 지급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설령 A씨가 '백내장'이라는 질병으로 입원치료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통상 백내장 수술의 경우 단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다초점렌즈 삽입술을 선택해 시력교정을 통한 삶의 질 개선의 효과를 꾀했다"고 밝혔다.

H보험사는 "보험약관 제16조 제6항 제4호는 '안경, 콘텍트렌즈' 등의 대체비용의 경우 이를 면책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A씨가 백내장 수술 전부터 착용하던 다초점안경을 대체하기 위해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을 받는 의료비용의 경우 면책되어 H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반면, A씨는 "백내장 질환으로 인해 병원의 진단에 따라 백내장 수술을 한 것이므로, A씨는 보험약관 제20조에 따라 백내장 수술비 등 8995만 5450원 상당의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맞섰다.

나아가 "백내장 수술인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이 보험약관 제16조 제6항 제4호가 정한 '안경, 콘텍트렌즈'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면책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면책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설명하지 않았으므로 면책사유를 자신에게 주장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원고의 피고의 상반된 주장에 대해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재판부는 환자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백내장은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질환으로 세극등 현미경 검사를 통해 백내장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인 진단방법인데, A씨에 대한 세극등 현미경 검사 사진상으로는 백내장 소견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보인다"고 봤다.

그러나 "세극등 현미경을 통한 촬영결과는 조명의 각도, 촬영각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가장 정확한 검사는 담당의사가 세극등 현미경을 통해 육안상 백내장을 확인(gold standard)하는 것을 고려할 때 검사 사진(촬영결과)만으로 백내장 질환의 존부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원고와 피고의 감정사항 모두에서 진료기록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A씨에게 백내장 소견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는 감정의견을 피력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A씨에게는 보험약관 제20조 제1항이 정한 '질병'으로서 백내장 질환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고, H보험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뒤집기 부족하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면책사유와 관련해서는 "보험약관의 내용이 명백하지 않거나 의심스러운 때는 고객에게 유리하고, 약관작성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보험약관 제16조 제4호의 문언만으로는 백내장 수술과정에서 사용되는 다초점 인공수정체 내지 그 사입술이 '안경, 콘텍트렌즈'의 대체비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A씨의 시술이 백내장 질병의 치료를 목적으로 한 것이 인정되므로 보험금 지급의 대상이 되는 이 사건에서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이 '안경, 콘텍트렌즈' 등 대체비용에 해당해 면책의 대상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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