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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착용 방역지침 안내한 의료기관 '장애인 차별'?
마스크 착용 방역지침 안내한 의료기관 '장애인 차별'?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08.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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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계 "면역력 약한 환자·보호자·의료진 보호 위해 필수 조치" 항변했지만
국가인권위 "정신·신체적 상태 고려없이 일률적 마스크 착용 시정해야"
마스크 미착용자, 시설 출입·제한 지침 부재...보건복지부에 개정 권고
[사진=pixabay] ⓒ의협신문
[사진=pixabay] ⓒ의협신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의료기관 내부로 출입하도록 방역지침을 안내한 대학병원에 대해 장애인 차별이라며 시정을 권고하고 나서 의료 현장의 혼란이 예상된다. 

병원계는 인권위 권고에 따라 응급실이나 외래에서 마스크 미착용 장애인을 진료할 경우 면역이 취약한 다른 환자들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로 인해 다른 환자와 보호자들의 민원도 고스란히 의료기관이 떠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8월 17일 결정문을 통해 "마스크 착용 또는 유지가 어려운 장애인의 병원 출입을 허용해 진료가 가능하도록 조치하고, 향후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하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보건복지부 장관에게는 "코로나19 등 감염병 유행기 의료기관이 마스크 착용 또는 유지가 어려운 장애인에 대해 진료를 거부치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이번 진정 사건은 지난해 12월 중증 지적장애인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해당 대학병원 응급실을 방문하면서 촉발됐다. 해당 대학병원측은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안내하며 환자에게 마스크를 착용토록 해 달라고 보호자에게 요청하는 과정에서 진료 거부와 장애인 차별 논란으로 이어졌다.

해당 장애인과 보호자를 대신해 지역 장애인인권옹호기관은 인권위에 "해당 장애인은 의사소통이 전혀 불가능한 지적장애 2급 중증장애인으로 스스로 마스크 착용이 불가능하고, 마스크를 착용시키려고 하는 보호자의 손등을 무는 등 마스크 착용에 거부감이 심하다"면서 "마스크 미착용으로 응급진료를 거부당하는 등 전문의 대면진료를 받지 못해 치료받을 권리 및 건강권에서 차별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진정을 제기했다.

이 진정 사건에 대해 인권위는 "해당 의료기관이 장애를 고려치 않은 일률적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장애인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한 차별행위"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의료진이 강화된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다른 환자와 분리된 공간에서 해당 장애인을 진료하는 방안을 고려치 않았다"면서 "마스크 착용과 개인보호구 착용이 감염병 예방을 위한 필수 조치이지만, 개개인의 신체적·정신적 상태를 고려치 않을 경우 호흡 중단 등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중앙방역대책본부 지침에도 일률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다른 환자의 안전을 위해 마스크 착용을 안내하며 방역지침을 준수해 온 병원계는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지 않는다"는 인권위의 지적에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병원계는 "응급의료센터나 선별진료소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고, 발달장애인의 마스크 착용에 관해 명확한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환자 안전을 지키라는 것이냐"면서 "외래나 응급의료센터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해당공간을 폐쇄하고, 소독 조치를 해야 하므로 진료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병원계는 "의료기관에 드나드는 사람은 코로나19 증상 유무나 확진 여부를 사전에 알기 어렵기 때문에 예방적 차원에서 모두 마스크를 착용토록 하고 있다"면서 "면역력이 취약한 암 또는 중증질환자, 영유아, 소아 및 보호자, 임신부는 물론 의료인과 의료기관 종사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 착용은 필수"라고 항변했다.

아울러 "방역당국이 뇌병변·발달장애인 등 주변의 도움없이 스스로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벗기 어려운 사람에 한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더라도 과태료 부과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현행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 예방법) 제49조 제1항 제2호의2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따른 방역수칙 의무화 대상 시설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관리자·운영자는 이용자의 마스크 착용 의무 등 방역지침 게시 및 준수 안내를 해야 한다. 

아울러 이용자(관리자·운영자·참석자 등 포함한 해당시설·장소 또는 운송수단에 출입하는 모든 사람을 의미)에게도 마스크 착용 의무를 명시했다. 마스크 미착용 시 당사자는 위반 횟수에 관계없이 10만원이다. 시설의 관리자·운영자가 방역수칙 준수 명령을 위반하면 300만원(1차 위반 150만원, 2차 이상 위반 시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토록 규정하고 있다. 감염병 전파의 위험성이 있는 장소 또는 시설의 관리자·운영자 및 이용자 등에 대하여 출입자 명단 작성, 마스크 착용 등 방역지침의 준수를 명했으나 조치를 따르지 않으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감염병 예방법에는 방역지침 미 준수 시 벌금과 과태료 처분만 규정했을뿐 마스크 미착용자의 의료기관을 출입을 제한하거나 사전에 바이러스 검사를 받도록 하는 등의 보완 대책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일선 의료기관에 혼란을 주고 있다.

인권위도 정부의 지침이나 안내서에 마스크 미착용자에 대한 시설 출입이나 제한 조치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관련 규정이 미비하다는 점은 인정했다. 보건복지부에 관련 지침을 개정토록 주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인권위는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안내서에 마스크 미착용자에 대한 시설 출입·이용 제한조치를 규정하지 않고 있어, 일선 의료기관이 코로나19 등 감염병 유행기에 장애인의 의료기관 이용과 관련하여 적용할 수 있는 공식적인 업무처리 지침 등이 부재한 실정"이라면서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의료기관 감염병 예방 지침'이나 '마스크 착용 준수 지침'을 개정하는 등 건강취약계층인 장애인이 건강권 및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당하거나 차별받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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