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잔재 '국가, 의료 통제'…시대 흐름 역행
일제강점기 잔재 '국가, 의료 통제'…시대 흐름 역행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08.2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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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책연구소 '국가주도 의료의 기원에 관한 역사적 고찰' 보고서 발간
"양질의 의료 제공하려면 의료 전문직 윤리 강화·자율성 보장해야"

의료에 대한 국가통제는 더 이상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최근 펴낸 <국가주도 의료의 기원에 관한 역사적 고찰> 연구보고서를 통해 일제강점기 위생경찰을 통해 국민을 감시하고 억압한 이후 아직까지 남아 있는 의료에 대한 국가 통제적 시각에 대해 비판하고, 의료 전문직 윤리와 자율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가가 감염병 등을 명분으로 의료인과 의료시스템, 국민을 통제한 것은 역사적으로 오래된 연원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세기 의학이 국가권력에 의해 주목받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건강을 책임지는 '경찰'의 업무가 국가 경제발전의 중요한 기반이 되는 인구관리에 중요한 요소라는 근대적 발상 때문이며, 동시에 가난한 사람의 질병 문제를 대중의 건강관리로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 맥락이 연동됐다는 판단이다. 

특히 오스트리아와 독일을 중심으로 발전한 '의사경찰(醫事警察; Medizinal polizei)'의 개념은 메이지유신 이후 근대화를 시도하던 일본에 의해 '위생경찰'이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졌고, 이는 식민지 조선에서 경찰업무의 하나로 취급됐으며,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근대적 의료체계 형성과정에서 개인의 이해와 권리가 경찰 권력에 종속돼 억압되는 특징을 지니게 됐다는 분석이다. 

연구보고서는 위생경찰의 강압적 유산은 의료행정시스템에 뿌리 깊게 파고들어 해방 이후에도 우리 사회에 잔존하게 됐다고 짚었다. 

이번 연구 책임자인 권복규 이화의대 교수는 "의학상의 전문적 판단에 의한 요구보다는 법치국가를 표방하면서 법령 집행상의 필요 요소로 취급하는 특징을 보였다"라며 "그런 이유에서 위생법규 제정과 집행이 의학적 차원이 아니라 정부를 위한 행정적 선택으로 강제되고 있는 현상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20세기 초반 유럽 대부분에서 급속한 산업화 이후 보건문제를 더 이상 의사경찰이라는 개념에 맡겨 운영하지 않게 됐지만, 우리나라는 현재까지도 과거 일제강점기에 행해졌던 강압적 통제방식, 행정편의주의 잔재가 의료법 및 국민건강보험제도에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진료거부금지 조항, 건강보험 강제지정제 등이 대표적이다.

관 주도, 관치 의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근대적 의료행정시스템 형성 단계부터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이식된 위생경찰시스템에서 출발한다는 사실과 그 강압적 성격의 뿌리가 역사적으로 깊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국가 주도 의료정책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에 대해 정당한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동시에 의료전문가에 의한 자발적 참여를 제고하고 나아가 법제도 개선 및 정부 정책 개선을 위한 이론적 근거를 개발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이번 연구는 일제강점기 위생경찰을 통해 국민을 감시하고 억압한 시각을 조명하고 아직까지 남아있는 의료에 대한 국가통제적 시각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연구로서 가치가 있다"라며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의료 통제를 강화하는 전체주의적 접근방식은 더 이상 시대적 흐름에 부합치 않으며 이제는 전문직의 윤리와 자율성이 강화되는 게 국민건강에 도움이 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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