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부르면
문득 옹알이처럼 중얼거리는 이름이 있다
비 오는 날이 아니더라도
때로 가슴에 젖어 드는 이름이 있다
가문비나무처럼 굳건하다가도
은사시나무처럼 바르르 떨며
아무도 몰래 부르면
눈시울에 걸리는 이름,
어느새 통유리 너머에서 슬며시 나타났다
그림자처럼 사라지는 사람이 있다
아니다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외쪽으로 사라지면 오른쪽에서 나타나고
다시 배후에서 따라온다.
세월이 긋고 간 주름 깊은 얼굴일지라도
허름한 지갑 한쪽에 숨겨진 사진처럼
가끔은 꺼내 볼 수 있는
거울 같은 이름들,
문득 부르면
긴 갈기를 세우고 안겨 오는 이가 있다
▶ 대구·박언휘종합내과의원/<한국문학> 시·수필 등단(2010)/한국문학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2012)/<문학청춘> 등단(2017)/저서 <박언휘원장의 건강 이야기><숙명><선한 리더쉽>/현 계간지<시인시대>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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