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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중증 필수의료분야 국가책임제 시행" 주장
의협 "중증 필수의료분야 국가책임제 시행" 주장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2.08.0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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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핵심은 필수과 전문의 부족"
의협 "전체 의사 부족한 것 아냐…의사수 증원 오답"
특정과 기피현상 해결 위해 의료전문가 참여 협의체 제안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가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관련 8월 8일 입장문을 내고,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국가책임제를 시행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일부에서 전체 의사가 부족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핵심은 전체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필수분야, 필수과의 전문의가 부족한 것이고, 왜 특정 진료과 및 특정분야를 기피하고 전문의가 부족한 것인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되물었다.

의협은 입장문을 통해 "국내 굴지의 대형병원조차 의료진의 뇌출혈 응급상황을 막을 수 없었던 현 대한민국 의료의 현 주소에 대해 우리 참담함과 비통함을 금치 못하며,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고인을 향해 머리 숙여 애도한다"고 슬퍼했다.

의협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본질을 외면하고 왜곡해 불행한 사건을 이용하고 있음을 본다"라며 "의협은 이런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관련 논란에 맞대응하지 않기로 당초 입장을 정한 바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고인과 유가족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존중하고 애도해야 하는 이 시기에, 어지럽게 확산하는 논란들을 심화시키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공의대 등 의과대학을 신설해야 한다거나 의사정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등 사건의 본질보다는 고인을 정치적 이해관계나 특정 단체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행태를 배제하기 위했던 것.

그러나 의협의 우려에도 갈수록 이번 사건을 건전하지 못한 의도로 왜곡하며 변질된 주장을 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재발방지를 위한 정책개선 방향을 제안하게 됐다.

전체 의사 부족이 아니라 필수분야·필수과 전문의 부족
의협은 의사수 증원은 오답이라고 분명히 했다.

의협은 "무작정 의사수를 증원한다고 해서 필수의료 과목의 전문의 부족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 왜곡된 환경에서는 오히려 늘린 그만큼 미용분야 등 비급여·저위험 분야의 의사와 해당 의료기관만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고 짚었다.

이어 "외과계 특히 흉부외과, 뇌혈관외과, 산부인과 중 분만분야 등 의사들이 선호하지 않는 소위 기피과 현상에 대해 단지 어렵고 험한 것을 꺼려하는 세대와 가치관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명감과 사회적 책무를 근간으로 의학에 몰두하고 전념하고자 하는 의사들에게 합당한 설자리와 여건이 현실적으로 마련돼 있는지 근본에 접근해야 풀릴 문제"라고 밝혔다.

왜 특정 진료과·특정분야를 기피하고, 전문의가 부족한 것인가?
의협은 ▲중대 사망 질환 및 힐수분야 전문과 현황 ▲중증 진료과의 열악한 현실 ▲열악한 여건에서도 뇌졸중·위암 등 급성기 질환 사망률은 OECD 평균보다 크게 밑돌아 낮은 의료비에도 세계 최고 수준 의료 지표 유지 등을 언급하면서 특정 진료과 전문의 숫자가 부족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의협은 "우리나라 주요 사망률 질환은 암, 심장, 뇌혈관 등으로 현행 기피과가 이에 해당되지만, 매년 필수 진료과목 전공의 정원 미달 사태는 반복되고 있다"며 "전문의 취득 후 타과로의 진료과 변경 현상마저도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의협에 따르면 외과,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진료과목의 전문의를 취득 후 다른 진료과목을 진료하고 있다는 의사의 비율(2016 전국의사조사)을 보면 흉부외과 40.7%, 외과 12.8%, 산부인과 10.6%, 응급의학과 4.3%로 나타났다.

의협은 "뇌혈관질환 등 긴급수술을 요하는 경우 대부분 응급한 위독사항으로 발생하기에 해당 과목 전문의는 1년 365일 온콜(on-call, 긴급대기)로 당직을 서야하며, 전문의 1인이 해결할 수 없기에 펠로우 및 관련 의료인력도 같이 온콜대기를 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와 같은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전문의를 비롯해 지원 의료인력이 전반이 부족해 규모가 큰 병원이라 할지라도 극소수의 인원이 돌아가며 365일 전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온콜당직을 했음에도 환자가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직비 등을 지급하지 않거나 실제 야간에 수술을 하는 경우라도 이에 대한 보상과 피드백이 없는 불합리한 상황"이라며 "이런 이유로 의사들은 필수의료 분과의 지원과 진료를 기피하게 되고, 점점 해당 전문의가 고갈되다보니 소수의 전문의가 그 부담을 떠안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어 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의협은 "우리나라 출혈성 뇌졸중 환자 100명 중 사망자는 15.4명으로 OECD 평균 22.6명보다 낮은 편이고, 허혈성 뇌졸중 환자 100명 중 사망자도 3.5명으로 OECD 평균(7.7명)보다 낮아, 뇌졸중 사망률이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7개암(유방암, 자궁경부암, 대장암, 직장암, 소아 급성림프구성 백혈병, 폐암, 위암)에 대한 5년 생존율(2010년-2014년)은 대부분 OECD 평균보다 높은 수준으로, 특히, 위암 생존율의 경우 OECD 평균 29.6%에 비해 우리나라는 68.9%로 매우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이처럼 중증 질환 분야의 전문의가 부족한 현실에서도 세계 최고수준의 의료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그간 노력해온 우리나라 의료진의 실력과 헌신을 반증하는 것이지 당연한 결과가 아니라는 것.

특정과 기피현상과 여건이 문제라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의협은 특정과 기피현상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획기적 처우개선책을 통한 기피과 인식개선 및 동기부여 ▲의료분쟁특례법, 분쟁비용 국고지원 및 필수의료지원 특별법 제정 ▲뇌혈관 수술 등 해당 진료수가 현실화 ▲필수의료 인력 수련비용의 국가 보장 ▲신경외과 전공의 우선 배정 등 중증진료 분야 인력 확보 ▲권역, 지역별 민간병원과 연계한 필수의료 민관 협력(야간 온콜 시스템 도입) ▲중증 필수 의료 분야 지원을 위한 다양한 재원 마련 ▲중증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국가책임제 시행 ▲지역 필수의료 육성(의료전달체계 확립 중요) ▲필수의료 우선순위, 수가정상화 등 독립된 협의체 운영 필요 등을 제안했다.

의협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제도개선을 통해 필수의료 분야에 적정한 수가 개선과 진료 여건을 제공함으로써 향후 전공의들이 지원할 수 있는 유인 요소와 기전을 마련하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필수의료 분야 의사로서의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와 보상체계 형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의료분쟁특례법 제정도 요구했다.

의협은 "고난이도 수술에 따른 빈번한 의료분쟁으로 인한 의료인 신분이 불안하다"며 "현행 보건의료관계법령 뿐 아니라 많은 법령이 의료기관과 의사를 규제하고 있는 현실에서 통제하고 제재하는 법이 아닌 필수의료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법 제정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실제로 이번 사건에 대해 최근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서 의료기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의료행위에 근본적으로 내포돼 있는 사고 발생의 가능성과, 불가항력적으로 일어나는 의료사고에 대한 일정부분의 면책과 지원을 함으로써 환자진료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소위 '의료분쟁특례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필수의료 국가책임제' 시행과 함께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고, 국민의 건강권이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는 법안이 제정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뇌혈관 수술 등 해당 진료수가 현실화도 요구했다.

의협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료 수가는 외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뇌질환 관련 수술비용을 보더라도 일본에 비해 대부분 20%내외의 수준에 불과하다.

또 대동맥 박리수술의 경우에도 미국 6335만 9385원에 비해 우리나라는 896만 8140원으로 14.1%에 불과한 수준이다.

의협은 "현재 우리나라 의료수가 체계와 상대가치 점수제도 하에서 뇌혈관 수술에 대한 비용책정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 아니라고는 해도 응급, 난이도, 위험도를 고려하면 의료수가가 낮게 책정되어 우선적으로 이 분야에 대한 수가조정이 일차적으로 시급하다"고 밝혔다.

필수의료 인력 수련비용도 단기적으로는 정부와 수련병원이 각각 50%씩 부담하는 것에서 장기적으로는 정부가 100% 부담하도록 해야 하고, 정원에 미달된 과목의 전공의 정원이 발생할 경우 신경외과 등 필수 진료과 분야에 미달된 정원만큼의 전공의를 우선 배정함으로써 중증 진료 분야 인력 풀 확보도 요구했다.

또 국공립, 민간병원을 권역별로 네트워킹해 관련 전문의와 종사자를 그룹별로 분류하고, 권역, 지역별 야간 응급진료와 온콜제도를 체계적 운영함으로써 온콜의 빈도와 대기의 부담을 감경하는 것은 물론 권역, 지역별로 필수의료(특히 생명과 직결되는 응급 질환)에 대한 처치와 진료를 담당하는 전담의료기관(국공립 및 민간병원)을 지정하고, 필수의료전달체계 민관 합동 구축과 환자이송체계 개편에 재정지원도 해줄 것을 제안했다.

의협은 중증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국가책임제 시행과 관련 "필수의료 분야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분야로서, 응급·외상·심뇌혈관·중환자·신생아·고위험 등으로 적절한 처치가 지연됐을 경우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영향이 크고, 균형적인 공급이 어려워 국가가 직접 개입해야 할 필요성이 큰 의료영역"이라면서 "권역, 지역별 응급의료시스템과 같이 중증 필수의료기관을 지정, 국공립 의료기관의 기능을 이에 맞도록 개편 운영하고, '치매국가책임제'와 같이 '중증필수의료 국가책임제'를 시행하고 국고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의료 전문가 50% 이상이 참여하는 독립된 협의체를 신설해 운영할 것도 제안했다.

의협은 "이번과 같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와 국회는 다급하게 유관기관과 관계자를 대상으로 각종 회의 및 정책간담회 및 토론회 등을 통해 진위파악과 대책을 마련한다고 분주한 모습만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일시적인 미봉책을 발표하는 정도에서 지나갔고, 향후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면 또다시 일련의 형식적인 절차와 과정이 재연되는 장면을 우리 의료계는 처절한 심정으로 목격해왔다"면서 "의협이 제안하는 여러 의제들이 즉시 시행되고, 중장기 과제로 별도 추진해야 할 부분은 중간 동력을 잃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 그리고 의료계 모두가 굳은 의지를 발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의협은 이번 사태와 관련 필수의료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공적 책임을 재차 강구하며 고인 및 유족, 국민에게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게 얼마 남지 않은 기회의 불씨를 살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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