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이후 세 번째로 시행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환자경험평가의 '의사 예의 평가'라는 항목 때문에 많은 의사들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설문 문항 중 '담당 의사는 귀하를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어 대하였습니까?'라는 문구 때문이다.
국민과 환자들이 보기에는 큰 이상이 없어 보일 수 있는 문구지만 의사들에게는 상당히 어색한 문항이다. 의사의 전문직업성 덕목인 '환자에 대한 존중'이 단지 예절 바른 사람 정도로 평가절하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의사가 환자를 존중한다는 것은 '신뢰'를 주는 행위다. 취약한 상황에 처한 환자의 존엄성을 지켜주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여 자율성을 높여 주는 것이다.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의사가 어느 정도의 희생까지 감수하겠다는 암묵적인 약속이 담긴 것이다.
환자에 대한 존중을 '예의 평가'라고 오해하게 하는 문항은 수정하는 것이 옳다.
환자를 만나는 의사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가도 아니고, 심평원이 설문지로 평가하는 공기업의 고용인도 아니다. 의사를 자칫 예의 바르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 정도로 평가할 때 환자 존중의 소중한 덕목을 잃고, 의사-환자의 신뢰도 잃어버릴 위험이 있다.
환자 중심의 의료문화를 만들기 위한 환자경험평가는 중요하다.
하지만 의사의 전문직업성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는 문항을 계속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심평원이 평가를 의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라면 국민뿐 아니라 의사들이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해야 좋은 의료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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