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시론1> 정글의 법칙만도 못한 의료전달체계
특집 <시론1> 정글의 법칙만도 못한 의료전달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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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7.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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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특집] 현행 의료전달체계, 의료기관 기능의 현황 및 문제점(1)

올해는 새정부의 출범과 미래 신종감염병 대응체계 논의 등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보건의료 분야의 거버넌스 개선과 더불어, 해묵은 난제의 해결방안 모색이 활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계간 의료정책포럼> 2022년 연중 특집 세션의 주제로 '의료전달체계'를 선정했다. [의협신문]은 의료계를 중심으로 각계각층의 다양한 입장과 의견을 살펴봄으로써, 종합적인 시각에서 국민건강을 위한 최선의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계간 의료정책포험>에 실린 특집 원고를 게재한다.

<글싣는 순서>
<시론1> 정글의 법칙만도 못한 의료전달체계
  -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시론2> 올바른 의료전달체계의 정립
  - 여한솔 대한전공의협의회장
1. 의료전달체계에서 대학병원의 현황과 개선책
  - 염호기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인제대 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2. 중소병원 관점에서의 현행 의료전달체계
  - 박진규 대한의사협회 의무 부회장
3. 개원의 관점에서의 현행 의료전달체계
  - 박준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 겸 의무이사
4.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안 되는 이유
  - 이세라 서울특별시의사회 부회장

ⓒ의협신문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의협신문

일전에 아프리카 오지 등에서 출연진들이 일주일 간의 생존에 도전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시리즈물 '정글의 법칙'이 인기리에 방영된 적이 있다. 

거칠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사냥과 채취로 매일 먹을거리를 구해가며 생존게임을 펼치는 드라마 속에서 팀원들의 우정과 갈등을 재미있게 펼쳐나가는 것이 무척 인상 깊었던 프로그램이다.

흔히 '정글의 법칙'이라고 하면 마치 승자독식의 무자비한 약육강식처럼 생각하지만 거칠고 험난해 보이는 정글에도 나름의 절제가 있다. 

배가 부른 포식자는 더 이상 사냥을 하지 않는다. 포식자가 살이 찌면 움직임이 둔해져서 사냥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꼭 필요한 만큼만 사냥을 한다. 배부른 사자가 사냥을 하는 것을 본적이 없지 않은가. 강자의 위엄이 존중받지만 강자라고 해서 불필요한 사냥으로 생명을 빼앗는 포악함은 없는 것이 '정글의 법칙'이다.

그런데 인간은 정글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 인간은 필요 이상의 칼로리를 섭취해 피하 지방에 에너지를 축적하기도 하고, 저축이란 수단을 통해 개인과 기업이 잉여 이익을 축적하기도 한다. 

의료에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있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설립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의료전달체계가 1989년 전국민 의료보험이 실시되면서 전국의 행정구역과 생활권에 따라 의료기관 간의 기능분담을 시도한 바가 있으나, 1998년 지역 간 공급 불균형에 따른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규제개혁 차원에서 진료권의 개념이 없어지면서 사실상 폐지됐다.

현재 국민건강보험법에 근간을 둔 요양급여 이용절차로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한 1단계 요양급여와 2단계 상급종합병원 요양급여로 구분되어 시행되고 있지만, 환자의 요구와 소송을 꺼리는 의료진의 방어진료로 인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의료전달체계의 붕괴와 함께 정부의 병상 자원 총량 운영에 관한 계획 부재로 인해 우리나라 의료는 지난 수 십 년간 대학병원을 비롯한 대형병원 중심의 자유방임주의형 고비용 의료체계가 고착돼왔다. 

이러한 흐름에 편승해 최근 수도권에서는 대학병원 분원 신설이 급증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과 달리 대학병원 분원 설립은 지자체장 권한으로 적절한 병상 수 조절 기전이 없는 허점을 틈타 분원 신설로 수익 극대화를 노리는 대학병원과 지역 표심을 의식한 정치인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은 지난 수 십 년간은 매우 성공적인 것으로 비쳐진다. 짧은 시간에 OECD국가 중 보편적 의료서비스 수준이 최고인 나라가 됐고, 보건의료비도 아직까지는 OECD 국가 평균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통의 시간은 이제부터이다. 우리 앞에는 초고령사회라는 거대한 쓰나미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이 가장 많은 의료비를 유발하고 있는 가분수 형태의 공급구조로 인해 의료기관 종별 의료비 총액 점유율이 해마다 1%씩 상승되고 있는 가운데 더욱 더 덩치를 키우는 대형병원들의 모습은 마치 거대 공룡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상황에 초고령사회가 도래하면 의료비 급증으로 인한 건강보험재정 위기는 눈앞의 현실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위기를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다. 지금처럼 정글의 법칙만도 못한 의료전달체계로는 한국의료의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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