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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개화산에 가는 이유
개화산에 가는 이유
  • 김연종 원장(경기 의정부·김연종내과의원)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06.28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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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사시인회 제10집 출판기념회에 붙여
한국의사시인회 제10집 '개화산에 가는 이유' 출판기념회 겸 문학 강연이 6월 25일 인사동에서 열렸다. 
한국의사시인회 제10집 '개화산에 가는 이유' 출판기념회 겸 문학 강연이 6월 25일 인사동에서 열렸다. 

나무 향을 간직한 시인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인사동 길로 들어선다. 부산에서 광주에서 대구에서 강릉에서 경향 각지에서 모인 회원들의 모습을 보니 시보다 시인의 근황이 더 궁금하다.

3년 만의 재회다. 올해는 모두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참석 인원은 그리 많지 않다.

코로나가 여전히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은 데다가 만남 없는 모임에 익숙해진 탓이리라. 왠지 씁쓸한 기분이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야 할 운명일지도 모른다.

한국의사시인회 제10집 <개화산에 가는 이유> 출판기념회 겸 문학 강연이 6월 25일 인사동에서 열렸다. 

김연종 원장
김연종 원장

이번 작품집엔 18명의 회원이 참여했다. 시집의 원고는 도착순으로 게재했다. 의사로서 권위도 시인의 명망도 아무런 구애를 받지 않는다. 등단 연도, 의사 면허, 학번도 무시하고 오로지 시를 쓰는 의사들이 함께 모여 의학과 문학의 만남을 도모한다. 벌써 10년이 지났다.

그들은 대부분 동네 의사의 명함을 간직한 채 시를 쓴다.

동네의원은 근린 생활 시설에 해당한다. 근린 시설이란 국민이 생활하면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필수적인 시설을 말한다.

소규모의 슈퍼마켓, 이·미용원, 목욕탕, 의원, 파출소, 소방서, 우체국, 공공도서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동네의사도 소규모 슈퍼마켓 사장이나 우편배달부처럼 친근한 이웃이다.

그들이 함께 모여 사화집을 발간하고 문학기행을 하고 시 낭독을 하며 우의를 다진다.

"한국의사시인회가 창립된 지 10 10 주년을 맞아 제 집을 내게 되니 처음을 돌아보게 합니다 황금알 출판사에서 한국의사시인회 공동시집 창간호 <닥터 K>를 펴낸 이래로 회장님이 바뀔 때마다 인연을 새로 맺은 출판사에서 공동시집을 내며 저변을 확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꾸준히 함께해 주시는 회원들께 감사드리며 다음 회장님께 송구한 마음과 부끄러운 손으로 배턴을 넘깁니다." 

홍지헌 회장이 그 소회를 밝힌다 그는 코로나가 한창인 시절에 회장의 직책을 맡아 조용하고 차분하게 그러면서도 치밀하게 모임을 이끌어 왔다. 평소 그의 성품처럼.

시인이자 수필가, 여행작가로 잘 알려진 이병률 시인을 초청해 문학 강연을 청해 듣는다.

직업인으로서 글을 쓰는 자세와 작가로서의 마음가짐 등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시(詩)는 덩어리 감정으로 이루어진다는 메시지가 인상적이다. 삶과 여행에 대한 신념이 뚜렷하고 문학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새날'이라는 시를 직접 낭독한다. 그의 언어는 그의 삶을 닮았고 그의 삶은 그의 시와 유사하다.

<시와 사상> 발행인인 김경수 회원이 의사 시인의 자세와 자긍심을 강조하며 한껏 분위기를 띄운다.

신입회원으로 참석한 송명숙 시인이 고조된 분위기를 한결 부드럽게 해준다. 

퇴임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전임 회장인 김완 시인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드리지 못했다. 오늘 그 행사도 겸하기로 한다. 감사패를 전달하고 고마움을 표하고 나자 묵은 체증이 내려간 기분인데 그는 한사코 손사래를 친다. 모두에게 미안하고, 감사하고, 기쁜 자리다.

시인들의 거리에는 시인 뿐이다. 한국의사시인회 출판기념식을 마친 후 골목길에서 우연히 만난 시인들. 왼쪽부터 박권수 시인, 홍지헌 시인, 송명숙 시인, 이재무 시인, 김연종 시인, 임동확 시인.
시인들의 거리에는 시인뿐이다. 한국의사시인회 출판기념회를 마친 후 골목길에서 우연히 만난 시인들. 왼쪽부터 박권수 시인, 홍지헌 시인, 송명숙 시인, 이재무 시인, 김연종 시인, 임동확 시인.

2012년 발족한 한국의사시인회는 첫 사화집 <닥터 K>를 시작으로 <환자가 경전이다> <카우치에서 길을 묻다>…<진료실에 갇힌 말들>까지 그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사화집을 상재했다. 

이번 시집의 간행을 위해 수고하신 홍지헌 회장과 김기준 시인께 무량한 감사를 드린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이번 작품집에 참여하지 못한 회원들께도 고마움을 전한다.

얼마 전 '내과 박원장'이라는 드라마가 이목을 끌었다. 의료계를 희화화해서 불편한 점도 없지 않았지만 현직 의사의 솔직한 개원 후일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처절한 필살기로 병원 경영에 성공한 박원장이 마침내 웹툰의 길로 들어섰듯 나도 문학의 길로 빠져들어 여기까지 오지 않았던가.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누운 김에 돗자리를 깔고 무언가 끄적이다가 문학이라는 깊은 수렁에 빠져 지금까지 헤매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생업을 유지하면서 혹은 생업을 유지하기 위해 열정을 불사르는 의사들을 본다. 본래의 직업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선 경우는 드물지만 진료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의사들은 주변에도 많다. 시를 쓰는 의사들 역시 또 다른 의미의 '내과 박원장'일지도 모른다. 

'내과 박원장' 처럼 현장감과 생동감이 넘치는 시집 <개화산에 가는 이유>가 독자들의 기대에도 부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뜨거운 바람이 부는 날 문득, 개화산에 올라 고독한 내 뒷모습을 관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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