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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수가협상 결국 '조장된' 결렬…최종 제시안 '2.1%'
의협 수가협상 결국 '조장된' 결렬…최종 제시안 '2.1%'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2.06.0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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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1.6%·치협 2.5%·약사회 3.6%·한의협 '3% 제시→결렬'
역대급 장기 협상 이어갔지만 "이해할 수 없는 수치"
의협·대개협 성명 "의도적 결렬 조장한 재정운영위 규탄"
(왼쪽부터)이정근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 김동석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 강창원 대한내과의사회 보험부회장, 조정호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 [사진=홍완기 기자] ⓒ의협신문
(왼쪽부터)대한의사협회 이정근 상근부회장, 이필수 회장, 김동석 수가협상단장(대개협회장), 강창원 대한내과의사회 보험부회장, 조정호 의협 보험이사 [사진=홍완기 기자] ⓒ의협신문

2023년도 의원유형 요양급여비용계약 협상이 결국 '예견된' 파행을 맞이하며 막을 내렸다. 의협에 제시된 수가인상률은 고작 '2.1%'에 그쳤다. 대한의사협회는 '결렬'선언 직후 "의도적 결렬을 조장했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에 대한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협상 결렬을 선언한 수가협상단은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 두 곳이었다. 병원급의 경우 1.6% 수가인상률을 받아, 공급자단체 중 가장 먼저 협상을 타결했고, 대한치과의사협회 2.5%, 대한약사회 3.6%, 조산협회는 4.0% 수가인상률을 각각 계약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최종 인상률 3.0%를 제안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도 협상은 법정 기한을 넘긴 6월 1일 오전 9시경까지 계속됐다. 재정운영위원회 위원들이 새벽 4시경 회의를 마치며 역대급 '장기간 협상'이 이어졌다. 수가협상단은 밤샘에 이어 새벽, 아침까지 총 7차례의 협상을 이어갔지만 받아들일 수 없는 수치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예상보다도 낮았던 의원급 수가인상률은 '쪼그라든 파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2023년도 평균인상률은 1.98%(추가 소요재정 1조 848억원)로 전년도 인상률 대비 0.11%p 낮은 수준으로 결정됐다.

낮은 인상률은 다시 협상 초기부터 쟁점이 됐던 '코로나19 보상' 및 신속항원검사 관련 비용 등을 수가협상을 연동한 결과로 풀이된다. 가입자단체 측은 코로나19 타격으로 인한 의료기관의 각 보상분을 '소득'으로 잡아, 밴딩 폭을 좁혀야 한다는 의견을 견지해 왔다.

이번 결론에 따라, 코로나19 재난 상황 속 의료인들의 위험·희생이 결국엔 '수익 불이익'의 근거로 돌아오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 환자 입·내원일수나 실수진자수가 모두 감소했다는 데이터를 제시, 경영난을 호소한 의료계의 목소리 역시 메아리에 그치고 말았다.

김동석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은 재차 이어진 협상에서 "작년에 비해 굉장히 낮은 수치에서부터 시작했다. 험난이 예고되고 있다"며 "협상이 정말 실망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협상이 진행된다면 결단을 내려야할 정도"라면서 결렬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좌훈정 대한일반과의사회장(의협 수가협상단)은 오전 8시경 진행한 6차 협상 직후 큰 소리로 "이럴거면 협상을 왜하는 것이냐", "수가협상단을 허수아비처럼 세워놓고 뭐하는 거냐"고 외치며 강하게 항의했다.

좌훈정 회장은 "이런 방식으로 협상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 차라리 이전 방식처럼 통보를 하라"며 "회원들을 위해 수가협상단은 아직 남아있지만, 저는 이런 수가협상을 할 수 없다고 판단, 집으로 돌아가겠다"며 건보공단 건물을 빠져 나갔다.

김동석 수가협상단장은 밤샘 협상에 끝까지 함께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과 함께 '결렬' 선언 직후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사진=홍완기 기자] ⓒ의협신문
김동석 수가협상단장은 밤샘 협상에 끝까지 함께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과 함께 '결렬' 선언 직후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사진=홍완기 기자] ⓒ의협신문

김동석 수가협상단장은 밤샘 협상에 끝까지 함께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과 함께 '결렬' 선언 직후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의협과 대개협은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일차의료의 붕괴를 막는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협상에 최선을 다해 임했음에도 2023년도 의원유형 수가협상은 결국 결렬되고 말았다"며 "결렬을 의도적으로 조장한 공단 재정운영위원회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간 의협은 진료비 인상률 원인이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 기인한 것임을 분명히 하는 한편, 높은 임금 및 물가인상률을 반영해 수가 인상률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해 왔다.

의협과 대개협은 "의협의 정당한 요청은 철저히 묵살됐다. 객관적 근거나 명분도 없는 2.1%를 수가인상률이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보건의료노조 등 가입자단체에서 금년도 임금인상 요구안이 5∼7% 수준임에도 코로나19로 인해 한없이 가라앉고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영에 또다시 찬물을 끼얹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건보공단 재정운영위가 이번에 제시한 인상률이 유형별 계약이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임을 짚으며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의 행태에 강한 분노를 넘어 모멸감마저 들 지경"이라고 일갈했다.

최종 2023년도 의원급 환산지수 결정권을 쥐게 된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재난 사태에서도 오직 국민건강 보호라는 일념하나로 헌신적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의원급 의료기관 종사자들이 더 이상 실망하지 않도록 합리적인 수준에서 수가를 결정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매년 건보공단 재정운영위가 일방적으로 정한 밴딩 내에서 공급자간의 서열을 매겨 나눠주기 방식의 수가협상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면서 "건정심에서 건보공단의 일방적인 수가 제시안만을 기준으로 공급자단체의 수가인상률이 결정되는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수가계약 결정구조는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정부는 조속히 수가결정구조의 합리적인 개선에 나서주기를 요청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과 대개협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가인상률이 결정되고, 수가 결정구조가 합리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의사들은 건강보험과 필수의료 진료를 더욱 외면하게 될 것"이라면서 "일차의료의 붕괴와 피해는 국민들의 몫이며, 그 책임은 온전히 정부와 건보공단에 있다"고 경고했다.

끝으로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렵게 버텨온 회원들에게 만족하지 못한 협상결과를 전할 수 밖에 없는 점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과 집행부가 역대급 밤샘 협상을 진행하면서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과 집행부가 역대급 밤샘 협상을 진행하면서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이번 협상은 최종 협상 직전까지도 추가소요재정(밴딩)을 전혀 공개하지 않으며 일찌감치 '파행'을 예고했다. 공급자단체는 이례적으로 최종 협상 전날 공동성명을 발표, 밴딩 제시조차 없는 '깜깜이 협상'에 대한 불만을 표했다. 

김동석 수가협상단장은 보건의료 공급자단체 대표로 협상 마지막날 열린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 회의장에 직접 들어가 밴딩 폭 인상의 당위성을 설명했지만, 가입자들의 마음을 돌리진 못했다.

한편, 의원 유형 수가 인상률은 2019년 결렬(2.7%), 2020년 결렬(2.9%), 그리고 2021년 역시 결렬 후 2.4%로 결정됐다. 2022년도에는 3.0% 인상률로 4년만에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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