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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의료사고와 관련한 건보공단의 구상권 제한의 필요성
법률칼럼 의료사고와 관련한 건보공단의 구상권 제한의 필요성
  • 조진석 의료전문변호사/의사(법무법인 세승)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06.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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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구상권 청구 증가로 의료기관 고난이도 치료 기피 등 부작용 발생
고위험 및 필수의료행위로 인한 사고 면책사유 규정 등 입법정책 시행해야
정부와 입법부도 건보공단의 구상권 제한을 법제화 하는 노력 반드시 필요
조진석 의료전문변호사/의사(법무법인 세승)
조진석 의료전문변호사/의사(법무법인 세승)

수년 전, 종합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던 환자가 침상에서 낙상해 뇌 손상 등 장해가 발생한 사건과 정신병원에서 정신질환자가 병원을 탈출하려다가 다발성 장기 손상 등 장해가 발생한 사건에 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환자에 대한 진료비로 의료기관에 보험급여비용을 지급했다면 건보공단이 환자가 입원해 있던 병원 측에 보험급여비용에 관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판결이 있었다.

법원은 의료기관이 낙상관리 과정에서의 과실이나 환자감시 과정에서의 과실과 같은 의료상의 과실로 환자에게 손해를 가했다면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할 책임이 있고, 이와 더불어 의료기관 측의 과실로 인해 환자에게 보험급여가 시행되고 건보공단이 해당 환자에 대해 보험급여비용을 지출했다면 해당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지출한 건보공단에 구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 제1항에 따라 건보공단은 제3자의 행위로 보험급여 사유가 생겨 보험급여를 한 경우에는 그 급여에 들어간 비용 한도에서 그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건보공단이 의료과실로 인한 보험급여비용지출에 관해 의료기관에 구상권을 거의 행사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된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건보공단이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 제1항에 근거해 의료기관 측의 과실에 의해 환자에게 보험급여비용을 지출한 경우 의료기관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빈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건보공단이 환자의 진료내역을 분석해 의료과실이 의심될 경우 의료기관에 구상금 청구서를 보내거나, 소송을 통해 구상금을 청구하고 있는 것.

이처럼 건보공단이 관련 법령에 따른 구상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함에 따라 의료인 및 의료기관으로서는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환자 측에 대한 손해배상금 이외에도 추가 비용부담의 위험이 증가하게 됐다.

이로 인해 의료기관은 의료사고 발생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가능한 범위에서 고난이도 치료를 피하고, 고위험 환자를 진료하지 않고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원시키는 등 소극적인 방어진료의 경향이 강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민들이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의료행위는 환자의 질병 예방,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행위로서 선의의 목적을 가진다는 점에서 다른 제3자의 행위와 구별할 필요성이 있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 의료는 의료법 등에 따라 의료인에게 진료거부의무가 부여되며, 의료기관과 같은 요양기관은 국민건강보험체계에서 요양급여의 제공자로서의 지위를 가지므로 의료인 및 의료기관은 국가가 제공해야 하는 요양급여를 대신해 제공하는 일종의 공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의 고의 또는 중과실에 한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구상권행사가 가능하게 규정해 공무원의 소신있는 공무수행이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 비춰 볼 때, 의료행위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고 공공의 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해 의료인의 경과실로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건보공단이 구상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의료인이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소신과 의학적 지식에 따라 부담없이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민의 생명권을 보장하는 헌법과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건강보험법의 취지에 부합한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의료계로서는 의료인이 소신과 의학적 지식에 따라 진료할 수 있도록 건보공단이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의료기관에 행사할 수 있는 구상권 행사의 범위를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가해행위로 제한하거나, 적어도 응급진료·고위험진료·분만·중환자진료 등의 고위험·필수의료행위로 인한 의료사고와 관련해 경과실의 경우에는 면책사유로 규정하는 등의 입법정책을 시행하도록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할 것이다.

또 정부와 입법부도 이에 호응해 건보공단의 구상권 제한을 법제화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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