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말들
세상은 달아날 수 없는 곳이네
자신을 달래며 견딜 수 없을 때까지
존재할 수밖에 없는 곳이네
지상에 낡은 무용한 것들과
늙어가는 자신을 지켜보는 것
태어나지 않은 말들을 기다리며
견딜 수 없는 세계에 기대
제 스스로 답답한 뫔이 들 때
누에보 다리로 간 헤밍웨이같이,
밤을 새워도 보편화되지 않는
감정의 잔여물을 만나 흔들릴 때
불안정한 다른 사람의 고백을 듣거나
자신을 위태롭게 할 시를 읽을 것
세상은 잡히지 않는 신기루 같은 것
말이 살아 있는 한 혼도 살아 있다네
궁리한 그대가 파도칠 때
지상의 말들이 가루로 부서져 내리네

▶김완 혈심내과 원장 / 2009년 <시와시학> 등단 / 시집 <그리운 풍경에는 원근법이 없다> <너덜겅 편지><바닷속에는 별들이 산다>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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