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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영리병원 설립 따른 폐해 막으려면 건보법 개정 필수

법률칼럼 영리병원 설립 따른 폐해 막으려면 건보법 개정 필수

  •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04.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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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법, 외국인이 설립한 의료기관서 '내국인 진료금지' 조항 없어
내국인 진료 막으려면 국민건강보험법·제주특별법 개정작업 뒤따라야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

국내 1호 영리병원이라고 불리던 제주 녹지국제병원 측이 제주특별자치도를 상대로 제기한 사건에서 최근 1심 승소 판결을 받았다. 

제주특별자치도가 2018년 12월 녹지국제병원에 병원 개설 허가를 하며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붙인 것이 위법하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이 판결로 인해 내국인 진료가 가능한 영리병원이 드디어 도입되는 것이 아닌지 염려하는 여론이 많다. 

그러나 영리병원의 폐해로 지적되는 의료의 지나친 상업화를 막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의 설립 주체가 누구인지보다는 해당 의료기관이 국내 건강보험 체계 내에 있는지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 

일단, '영리'의 의미부터 살펴보자. 흔히 '영리'는 이익을 추구하고 '비영리'는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개념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영리든 비영리든 모두 사업을 영위함에 있어 이익을 추구할 수 있고, 또한 이익을 추구해야만 한다. 그래야 본래의 업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영리'의 경우 얻은 수익을 당사자 혹은 구성원이 나눠 가질 수 있는 반면 '비영리'의 경우 수익이 생겨도 법인 또는 단체 내에 유보시켜 고유의 '업'을 수행하는데 사용해야 하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예컨대 '주식회사'들이 바로 영리사단법인으로서 남는 이익을 구성원(주주)들에게 배당을 하게 되고, 비영리법인인 사회복지법인, 장학재단 등은 법인의 고유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수익활동을 하지만, 그 이익은 고스란히 사업수행에만 활용하게 된다. 

우리나라 의료법에서는 의료기관 개설의 주체를 의사 또는 비영리법인으로 한정해 놓고 있기에 '영리법인'인 국내 주식회사들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고, 비영리법인은 의료업 수행으로 얻은 이익을 구성원이나 관련자들에게 나눠줄 수 없다. 

그러나 '개인'인 의사는 의료업에 종사하며 얻은 수익을 온전히 가져갈 수 있다. 즉, 의사 개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은 성격상 '영리' 개인사업이 되는 것이다. 

또한, 일부 대기업의 경우 스스로 설립한 비영리법인을 통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고 있기도 해서 영리법인인 주식회사가 병원 운영에 사실상 영향을 미치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의 상당 수 의료기관은 이미 사전적 의미의 '영리성'을 띠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의료기관은 모두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요양기관으로 강제지정되며, 반드시 국민건강보험법령과 요양급여기준에 따른 진료를 해야만 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의료기관의 설립 및 운영 주체가 누구이건 지나치게 상업화된 진료가 이루어지는 것이 1차적으로 봉쇄될 수 있는 것이다. 

녹지병원은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에 근거해 개설됐다.

이 제주특별법 제307조는 외국인이 설립한 영리법인에 한해 제주도 내에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했고, 이렇게 설립된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강제지정되는 요양기관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제1항도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만을 요양기관으로 강제지정하고 있어 위 제주특별법에 따라 설치된 의료기관은 요양기관으로 분류될 수 없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제주특별법은 2006년에 제정돼 지금도 시행 중이고, 중국자본이 설립한 녹지국제병원은 이미 제주특별자치도로부터 의료기관 개설 허가도 받았다. 

그 과정에서 '내국인 진료 제한'이라는 조건을 붙였지만 제주특별법에는 외국인이 설립하는 의료기관에서 내국인 진료가 금지된다는 내용이 없기 때문에 제주특별자치도가 항소한다 해도 역시 내국인 진료는 허용될 가능성이 크다. 

녹지국제병원이 병원 개설 및 운영을 강행할지는 미지수지만 앞으로 영리병원 도입 논란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제주특별법 및 국민건강보험법을 개정해 외국인이 설립할 의료기관 역시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으로 분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외국인에게는 별도의 진료비 지급 체계를 운영하더라도 최소한 내국인을 진료할 때만이라도 국민건강보험법령 및 요양급여기준의 체계 내에서 이뤄지도록 한다면 비록 설립의 주체가 '영리법인'이더라도 해당 의료기관이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체계를 무너뜨리고 의료의 상업화를 이끄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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