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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18 15:31 (목)
머나먼 원격의료(6)-공공의료와 원격의료

머나먼 원격의료(6)-공공의료와 원격의료

  • 윤인모 가톨릭의대 외래교수(예방의학교실·의협 기획이사)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04.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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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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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되면 막대한 총알(자금)을 투입할 준비가 되어 있는 정부에서는 의사들의 원격의료 반대가 매우 곤혹스럽다. 이제는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의료의 이해도가 높던지 낮던지를 떠나서 큰 흐름 차원에서) 원격의료에 대한 찬성이 대부분이다. 의사들의 반대는 환영받지 못함을 넘어 이제는 비난의 조짐도 보인다. 비난으로 시작해 싸움에 들어가면 발전없이 상처만 남는다. 원격의료는 민감한 문제이지만, 이해관계자의 이해를 돕고자 글을 씀을 밝힌다. 이를 통해 한국의료의 진단과 해법의 의견도 일부 제안하고자 한다. 

800cc 소형차와 4억원대가 넘는 고급차는 산업분류코드가 동일한 관리대상이다. 그러나 재료도 다르고, 생산방법도 다르며, 관리도 다르고, 용도가 다르며, 마케팅 방법도 다르다. 차의 기본 구조는 비슷하다. 그러나 생산하는 목적부터 전혀 다르다. 

공공의료와 민간의료도 건강을 다룬다는 공통점으로 묶어서 출발했다. 그러나 목적·제공 서비스 구성 방법·대상·성과지표가 다 다르다. 그럼에도 하나로 묶여있다. 서로 전혀 다른 의료를 하나로 묶어서 관리한 것이 현재 한국의료의 가장 큰 패착이다.
우선 공공의료와 민간의료의 차이를 간단히 살펴보자. 공공의료의 대상은 국민건강이다. 전체 국민의 건강(유병률·평균수명 등) 유지가 목적이다. 

반면 민간의료는 대체로 개인의 건강증진에 무게중심을 둔다. 만약 가용자원이 100원인 경우 공공의료는 가능한 여러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개념이고, 민간의료는 한 명이든 여러 명이든 전체의 수익가치 창출을 중요시한다. 성과지표가 다르다 

우선 공공의료를 살펴보자. 공공의료의 목표는 유병률과 사망률을 낮추고 노동력 유지하며, 경상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질병으로 말미암은 파산 방지 관리 등이 목적이다. 이에 동일자원을 투입하여 일정수준의 혜택을 다수에게 주는 것을 선호한다. 이를 위해 기본적으로 불필요한 수요를 줄이기 위해 다음과 같이 운영한다.

하나는 필수 급여항목 억제 관리, 둘째 의료전달체계, 셋째 진료비 총액 억제다.

필수 급여항목 관리를 통한 진료비 관리사례는 스웨덴을 들 수 있다. 감기는 아예 차를 마시고 쉬라고 한다. 필수의료가 아닌 경우 병원 이용을 억제하는 것이다. 의료전달체계는 수요를 억제하고, 자원을 적정하게 배분하는 주요 제도이다. 한국이라면 Big5 병원에서의 당뇨약 리필을 원천적으로 금지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진료비를 억제하기 위해 총액계약제(총액예산제)를 시행하고 있다. 진료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천장(상한)을 설정한 것이다. 또한, 진료비를 억제하기 위해 포괄수가제·인두제 등의 정액제를 시행하고 있다.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을 추구한다. 사회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응급환자가 없어도 의료진이 대기하고 기다린다. 이러한 적자는 세금·사회보험료 등으로 충당한다. 수익보다는 국민복지를 위한 안정적 인프라 유지가 상위가치이다. 관점이 다르다. 비용절감을 위해 1차의료를 담당하는 의사에게 3차진료 교육을 시키지 않는다. 의사교육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이를 낭비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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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xhere]

그러나 이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한다. 공공의료는 동일성과라면 의료서비스의 양을 줄여야 의료기관이 이익이다. 공공의료 국가에서는 의사의 수는 적지 않지만 늘 부족을 호소한다. 이는 질병의 증가도 원인이지만 공공기관의 특성상 월급이 같으면 일을 덜 하는 것이 이익이기 때문이다. 이는 주요국이 고민하는 공조직의 생산성 저하 문제와 맥락을 같이 한다. 이는 의료의 질이 저하되고, 대기환자가 발생하는 이유다. 

결국 의료의 질 저하를 막기 위해 강력한 모니터링(감시)을 한다. 유럽연합의 의료평가는 한국보다 더 세밀하며, 엄격하다. 공공의료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동시에 다양한 인센티브(유인책)를 실시한다. 포괄수가제는 수가의 천장(상한)을 두어 증가를 막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원가를 줄여서 '남은 것은 너의 이익'이라는 인센티브제도를 독려한다. 가치 기반 지불제도도 이러한 맥락이다. '동일 자원으로 더 나은 의료성과를 내면 보너스를 줄게'라는 개념이다. 

또 다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대기환자 누적은 공공의료 국가의 가장 커다란 골칫거리다. 심지어 영국은 대기환자를 외국으로 보내 치료하고 오면 국가가 부담하는 방식도 동원하고 있을 정도이다.

캐나다의 상황은 더욱 어렵다. 선거 때마다 이를 해결하겠다고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지만, 실제 대기환자는 30년 전보다 거의 3배 더 늘었다. 30년의 노력이 무색하다. 의사 숫자가 많아도 일을 덜 하는 공공의료 구조에서는 거의 공통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다.

이들 국가는 이러한 고질적인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해 원격의료를 도입하고 있다. 적은 의료진이 많은 환자를 돌보는 것이 주요 방향이다. 또는 의료진이 없는 의료 사각지대와 사막지대에 의료서비스를 전달하는 것이 원격의료를 도입하는 이유다. 해상 선박이나 오지에 의료진을 배치하지 못하거나 보건소와 환자의 집까지 거리가 멀 때 등등에서 시행한다.

원격의료는 1회 진료를 위해 교통까지 3∼4시간 소요되는 사회적 간접비용을 줄여준다. 환자는 차비와 시간이 절약되며, 공공의료기관의 입장에서는 업무를 줄일 수 있어 유리하다. 

아울러 동일시간에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할 수 있어 유리하다. 공공원격의료 하에서는 사고가 발생하면 국가가 책임을 진다. 의료공급자의 의료사고 부담이 덜하다. 자원 효율의 극대화는 공공의료 운영 목적과 일치한다. 이들 국가에서는 원격의료를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가 명확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국은 원격의료를 도입한 주요국의 외형만 보고 마음만 급해져 있다. 본질을 직시하지 못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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