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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의료사건에서 '형사'와 '민사'의 차이

법률칼럼 의료사건에서 '형사'와 '민사'의 차이

  • 고한경 변호사(유앤아이파트너스 법률사무소)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04.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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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건서 과실 인정됐다면 민사사건 과실 인정 가능성 높아 
민사사건서 과실 인정됐어도 형사사건 반드시 유죄되는 것 아냐

고한경 변호사(유앤아이파트너스 법률사무소)
고한경 변호사(유앤아이파트너스 법률사무소)

우리나라는 분쟁을 수사기관을 통해 빠르게 해결하려는 경향이 크다. 의료 과오 사건에서도 먼저 형사 고소를 하는 경우가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보인다. 

민사사건에서 배상책임이 인정되면 형사사건에서도 유죄가 인정될까. 반대로, 형사 유죄판결이 나오면 민사도 의료과실이 인정될까.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은 '형사는 결론이 다를 수도 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은 '그럴 가능성이 높다'이다.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우측 시상부 자발성 뇌출혈 및 뇌실질 내출혈로 응급 후송된 환자에 대해 우측 뇌실체외배액술을 실시했고, 약 3주 정도 뒤에 환자가 전신 강직 증상을 보여 혈압강하제 투여 및 동맥혈 가스분석 검사를 지시했으나 환자는 여전히 강직증상을 보였다. 

이에 항경련 및 진정제 주사와 산소 흡입을 지시했고, 이틀 뒤 환자의 혈압은 정상으로 돌아왔으나 기면상태였으며, 제피질자세가 보이고 전신경련이 3분 정도 강하게 지속됐다.

항경련제를 투여하고 관찰했으나, 환자에게 최종적으로 뇌손상 악화가 확인된 사례에서 검사는 신경외과 교수 및 전공의를 재출혈 가능성을 의심하고 뇌전산화단층촬영과 응급수술을 해야 했음에도 지체했다는 업무상과실치상으로 기소한 사건이 있었다. 형사사건 전에 민사사건에서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확정된 상태였다.

형사사건 재판부에서는 민사사건과 달리 무죄를 선고했고, 2심, 대법원 모두 1심 무죄선고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의료사고 민사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됐다고 형사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민사 재판과 형사재판의 판단이 다를 수 있으며, 이는 형사재판은 엄격한 죄형법정주의가 적용돼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언급했다.

민사에서 과실이 인정됐으나, 그와 달리 형사에서는 무죄가 선고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민사사건과 형사사건은 지도이념이 다른 절차이고, 특히 요구하는 입증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민사는 사인 사이의 '배상'의 문제이고, 형사는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는 '처벌'의 문제이다. 

민사사건에서는 원칙적으로 원고(환자)가 의료과실, 위법성, 손해(악결과)의 발생, 그 사이의 인과관계라는 요건을 주장하고 입증해야 한다.

이때 입증은 추호의 의혹이 있어서는 아니 되는 자연과학적 증명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춰 모든 증거를 종합 검토해 어떠한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의료사건이 극히 전문적인 분야이고, 증거가 의료기관에 편재돼 있을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해 민사에는 환자의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법리가 일반적으로 적용된다.

환자가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으로 과실행위를 증명하고, 그 행위와 악결과와의 사이에 다른 원인이 게재될 수 없다는 점(예를 들어, 악결과의 원인이 될 만한 기왕증은 없음)을 증명한 경우에는 의료과실과 악결과 사이에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것이 확립된 대법원 판례이다(대법원 1995. 2. 10. 선고 93다52402 판결 등). 

물론 이때에도 단지 악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의사에게 막연하게 무과실의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7. 5. 31.선고 2005다5867 판결). 즉, 적어도 환자가 과실 있는 행위 존재를 먼저 입증해야 한다.

반면, 형사사건에서의 유죄의 증거는 검사가 제시해야 하고, 그 증명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갖게해야 한다.

이러한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유죄의 의심이 가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다. 즉, 민사사건보다 엄격한 증명이 요구된다.

형사사건이 민사사건보다 엄격한 증명을 요구한다는 점에 착안하면, 형사사건에서 의료과실이 인정됐다면 민사사건에서도 의료과실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실제로 동일한 사실관계에서 확정된 형사판결은 민사사건에서 유력한 증거가 되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민사 재판부가 형사판결과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이다.

반면, 위 사례와 같이 민사사건에서 과실이 인정됐더라도 형사사건에서 반드시 유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편으로는 형사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이나 무죄가 나왔더라도 민사사건에서 배상책임이 전혀 없게 된다고 볼 수 없다. 

그렇지만 이는 법리적인 측면이고, 현실적으로는 동일 사건에서 판단이나 감정결과를 수사기관이나 다른 재판부가 상당히 참작함이 일반적일 것이다. 

민사사건의 결과에도 형사사건에서 무죄가 나온 위 사례에서 숨겨진 다른 중요한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검사는 기소를 했고, 1심 무죄에도 2심, 대법원까지 사건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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