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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토론회 "법안 제정 필요" vs "직역과 이해 충돌" 이견

간호법 토론회 "법안 제정 필요" vs "직역과 이해 충돌" 이견

  • 박승민 기자 smpark0602@gmail.com
  • 승인 2022.03.2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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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현 교수 "지역사회 재택중심 질병관리 위해 간호법 제정해야"
소비자연맹 "소비자 부담 전가, 사회적 비용 늘려...충분히 논의해야"
보건의료단체 "간호사만 위한 법률...국민 건강 저해하는 법안 반대"

ⓒ의협신문
국회 도서관에서 3월 23일 간호법 제정을 통한 국민건강증진 방안 모식 대국민 토론회가 개최됐다.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대부분 보건의료단체가 간호법안 제정에 반대하고 나선 가운데 일부 소비자단체와 보건산업 노조가 간호 특성을 고려한 법률이 필요하다는 대한간호협회의 주장에 동조 입장을 밝혀 마찰을 예고했다.

(사)소비자시민모임(백대용 회장)·(사)소비자권익포럼(양세정 이사장)· 미래소비자행동(조윤미 상임대표/허영숙·김향자 공동대표)·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나순자 위원장) 등 4개 단체는 23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간호법 제정을 통한 국민건강증진 방안 모색 대국민 토론회'를 공동으로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양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더불어민주당)·강기윤 의원(국민의힘)과 서정숙 의원(국민의힘)·최연숙 의원(국민의당)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보건복지위원장)과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지난해 3월 '간호법안'을,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간호·조산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간호법안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간호사 등 모든 의료인을 규율하고 있는 의료법에서 간호 분야만 별도로 분리한 단독 법안 제정안으로 발의 당시부터 보건의료직역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김민석·서정숙·최연숙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간호법안을 병합 심사했지만, 각계의 반발이 불거지면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채 보류된 상태다. 

간호법안의 주요 골자는 ▲간호사 업무 범위 명확화 ▲간호종합계획 5년마다 수립, 3년마다 실태조사 ▲적정 간호사 확보와 배치 처우 개선 ▲기본지침 제정 및 재원 확보 방안 마련 ▲간호사 인권침해 방지 조사 ▲교육의무 부과 등이다. 

특히 의료법에 따라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간호사의 업무로 규정했다. 아울러 간호사가 간호조무사와 요양보호사가 수행하는 업무보조에 대한 지도 등의 업무를 수행토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보건의료 패러다임 변화와 간호의 역할'을 발표한 김진현 교수(서울대 간호대학)는 "시대 변화에 따라 증가하고 있는 간호 수요 대응 및 간호의 특성을 고려한 특화된 법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간호사는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다양화·전문화되고 있는 간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라면서 "지역사회 재택 중심의 질병 예방·관리, 방역 시스템 마련 방안으로 숙련된 간호인력 양성 및 배치, 교육 등을 체계화하기 위해 독립된 법 체계의 수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행 의료법은 총 131개 조문 중 63%인 83개의 조문이 의료기관 개설, 신의료기술평가, 의료광고 등 의료기관과 관련된 사항"이라고 밝힌 김 교수는 "의료법은 지역사회 등에서 다양화·전문화되고 있는 간호업무를 체계화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간호법안 분리 독립에 무게를 실었다. 

발제자로 나선 조윤미 미래소비자행동 상임대표는 보건의료 소비자 1500명과 보건의료인 3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간호법 제정에 관한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에 참여한 직역은 간호사 22.6%로 가장 많았으며, 간호조무사 20.6%, 요양보호사 12.0%, 보건교육 전문가 8.0%, 영양사 6.6%, 약사 3.7% 등으로 집계됐다. 의사는 5.3%에 불과했다.

조사 결과, 일반 소비자의 83%가, 보건의료인의 76.1%가 간호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간호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로 일반 소비자들은 "간호사의 역할과 업무내용을 명확하게 규정지을 필요가 있어서"라고, 보건의료인들은 "현 의료법은 간호사의 역할과 업무내용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못하고 있어서"라고 지적했다. 

조 상임대표는 "간호법 제정에 대해 소비자와 보건의료인 모두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라면서 "간호법 제정을 시작으로 보건의료인력 확충과 체계적 양성,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제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간호법 제정에 앞서 각 의료 직역 간 협의와 논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며 의료 직역 간 협의와 논의를 배제한 것은 문제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소비자 관점에서 간호법 제정의 필요성에 동의한다"면서도 "간호법 제정 과정에서 직역 간 이해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간호법 제정이 특정 이해집단의 이익을 늘리는 방향이어서는 안된다. 국민의 건강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의료법상의 우려 사항이 없도록 정비돼야 한다"고 밝혔다. 

간호법 제정으로 다른 직역을 차별하는 문제도 짚었다. 

정 사무총장은 "간호법의 제정이 다른 직역의 차별이 생기는 부분은 없는지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직역간 이해관계에 의해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방식이나, 사회적 비용을 늘리는 방식이 되지 않도록 충분한 논의와 점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동환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기획실장은 "초고령 사회에서 간호의 역할이 커지고 중요하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그 대안이 반드시 간호법 제정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면서 "간호사 단체를 제외한 대다수의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간호법 제정 자체의 문제와 법안 내용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충분한 협의와 조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 기획실장은 ▲간호조무사 전문대(2년제) 양성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법정단체 인정 ▲간호정책심의위원회 등 간호법상 위원회에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당연 참여 등을 제안했다. 

대한의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응급구조사협회·대한간호조무사협회를 비롯해 한국노인복지중앙회·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 등 10대 보건의료단체는 2월 8일 '간호단독법 저지 10개 단체 공동 비상대책위원회' 발대식을 열고 간호단독법안 저지를 위해 연대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응급구조사협회·대한간호조무사협회를 비롯해 한국노인복지중앙회·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 등 10대 보건의료단체는 2월 8일 '간호단독법 저지 10개 단체 공동 비상대책위원회' 발대식을 열고 간호단독법안 저지를 위해 연대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의협신문

한편, 간협을 제외한 10개 보건의료단체는 간호법 제정에 적극 반대하고 있다.

10개 보건의료단체는 대한의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응급구조사협회·대한간호조무사협회를 비롯해 한국노인복지중앙회·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 등이다.

이들 10개 보건의료단체 대표자들은 지난해 11월 국회의 간호법안 심사에 반대하는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보건의료 관련법은 국민건강 향상을 최우선에 둬야 하는데, 간호단독법은 간호사만을 위한 법률일 뿐, 국민 건강을 저해하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보건의료단체는 "보건의료인력지원법상 보건의료인들이 동등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음에도 간호사만을 위한 지원과 혜택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라면서 "심지어 간호법을 다른 법률에 우선하도록 함으로써 마치 특별법과 같은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간호사의 '진료의 보조'를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변경함으로써 간호사들이 진료업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앞으로 간호사의 단독개원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라고 밝혔다.

10대 보건의료단체는 2월 8일 '간호단독법 저지 10개 단체 공동 비상대책위원회' 발대식을 열고 간호단독법안 저지를 위해 연대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특정 직역의 이익 실현을 위한 단독법을 제정하게 되면 형평성에 크게 위배되고, 결과적으로 의료체계는 붕괴할 수밖에 없다"면서 간호 단독법안 제정으로 인한 직역간 마찰과 의료체계의 혼란 문제를 짚었다.

전국 각 시·도의사회와 직역 의사회에서도 간호법안 제정에 반대하는 성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의료계는 간호법안 논의 중단과 철회를 요구하며 강력한 저항을 예고했다. 

대전광역시의사회와 광주광역시의사회를 비롯한 시도의사회는 최근 정기대의원총회를 연 자리에서 간호 단독법안 제정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들 지역의사회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유행으로 국가적 위기 상황이 직면한 이때 직종을 막론하고 의료에 종사하는 직역 모두는 하나가 되어 환자를 살리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면서 "간협과 국회가 간호 단독법 제정 절차를 진행한다면 전례 없는 강력한 저항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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