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뇌졸중 회복률 70→80% 및 장애율 개선 관건"
인터뷰 "뇌졸중 회복률 70→80% 및 장애율 개선 관건"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03.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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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사망률 절반으로 떨어져…예후 수준 긍정적
전문인력 태부족·실시간 자원관리 체계·질평가 개선 필요
환자 5% 예후 개선 땐 1조원 경제적 효과…투자·지원 절실
인터뷰 - 배희준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서울의대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지난 10년간 뇌졸중 사망률은 절반으로 떨어졌다. 치료 술기의 발전으로 환자 70%는 발병 전 상태로 돌아가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국내 뇌졸중 환자의 예후는 좋다. 의료진의 숨은 땀과 열정은 뇌졸중 환자들의 일상 회복을 한 걸음 더 가깝게 옮겼다. 

지난 1998년 창립한 대한뇌졸중학회는 진료지침 개발, 뇌졸중센터·집중치료실 인증, 진료 질 향상 등을 주도하며 뇌졸중 치료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학술적으로도 결실을 맺고 있다. 학회 공식 학술지인 <Journal of Stroke>는 피인용지수에서 미국뇌졸중학회의 <Stroke>와 견줄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환자들의 치료 결과를 바꾸기 위한 노력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학술적인 성과에 배어 있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뇌졸중 환자를 치료할 전문인력이 너무 적다. 전문인력의 절대 수가 적다보니 의료진의 부담이 가중되고, 이런 상황은 전공의 지원에도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질환 특성상 실시간으로 이뤄져야 할 자원관리 체계도 갖춰지지 않았다. 4.7시간 대에 머물고 있는 발병 후 병원 도착시간을 줄이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접근도 시급하다.

새로운 치료법이나 최신 술기를 도입하기 위한 전문가 의견 전달 통로 부재도 아쉽다. 규제당국의 줄세우기식 질 평가도 개선이 필요하다.

지난 3월 1일 취임한 배희준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서울의대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은 현재 70%선인 병원전 회복률을 80%까지 올리는 길을 찾고 있다. 환자 삶의 질의 최대 관건인 장애율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다. 

60∼70곳 안팎에 머물고 있는 뇌졸중센터도 100곳으로 늘리고, 도심 지역에 편중되지 않은 체계를 갖추는 데도 마음을 쏟고 있다.  환자 실태와 치료 과정에서의 문제점에 다가서며 질의 격차, 결과의 차이가 어디서 비롯되는지 뇌졸중 진료 체계 전반을 살피고 있다.

뇌졸중 환자를 위해, 의료진을 위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배희준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

대한뇌졸중학회를 2년 동안 이끌게 됐다. 어떤 시간이 될까.

"코로나19로 이태동안 미진했던 학술 활동을 정상화하고자 합니다. 저희들의 연구 목적은 환자들의 치료 결과를 바꾸는 데 있습니다. 또 하나는 의료진의 진료 여건 개선에 있습니다. 근무 시간과 강도의 문제가 아니라 365일 24시간 대기하는 현실은 바꿔야 합니다. 어느 정도 환자 집중화가 필요합니다. 5개 병원에서 각각 한 명의 의사가 환자를 보는 것보다는 1개의 병원에 5명의 의사가 모여서 진료하게 되면 당연히 진료의 질이나 결과도 좋아지고, 의료진의 여건도 개선될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뇌졸중 진료 체계 개편을 고민할 때입니다."

지난 10년간 뇌졸중 사망률은 절반으로 떨어졌다. 이젠 장애율을 낮추는 데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망률이 낮아진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저희도 분명히 일조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고혈압·당뇨·고지혈증 치료에 기울인 노력도 한 몫 했습니다. 그런데 사망률 저하가 반드시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건강한 회복이 아니라 병상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삶의 질이나 경제적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장애율을 낮추는 게 관건입니다."

시간 싸움에서는 실시간 가용 자원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환자에게 신속하게 병원으로 오라고 하지만, 실제로 빨리 어디로 가느냐가 문제입니다. 현재 학회에서 인증한 뇌졸중센터는 60∼70개 안팎입니다. 전국적으로 100개는 돼야 합니다. 병원 간 이동 시스템도 갖춰져야 합니다. IT 기술을 활용하면 가능합니다. 그러나 현재 뇌졸중 자원관리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얼마전 토요일 당직근무 중에 의뢰된 환자를 저희 병원에서 받을 여건이 안되서 이송 가능한 병원을 알아보는 데 17분이 걸렸습니다. 그 사이 환자는 심정지가 왔습니다. 자원관리시스템이 갖춰져 있면 1∼2분이면 가능한 일입니다. 최적의 정보 체계를 갖추고 실시간 자원관리가 가능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뇌졸중학회는 진료지침 개발, 뇌졸중센터 인증, 질 향상 등을 선도하고 있다. 환자 예후 개선에 방점이 찍힌다.

"저희는 환자의 실태를 파악하고 드러난 문제점을 톺아보며, 질의 격차, 결과의 차이 등을 개선할 수 있도록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최신지견에 근거해 진료지침을 지속적으로 개정하고 있습니다. 한국뇌졸중등록사업(KSR)을 통해 급성 뇌졸중 및 일과성허혈발작 환자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진료 질을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모두 환자 예후 개선을 위한 노력입니다. 이와 관련된 연구 결과는 미국 진료지침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국민에게는 '빨리'와 '꼭'을 당부했다. 

"드릴 수 있는 말씀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빨리 병원으로 오면 70%는 발병 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뇌졸중의 거의 절반은 약만 잘 먹으면 막을 수 있습니다. 어르신 환자가 많기 때문에 약 드시는 것을 잊을 수 있습니다. 가족들이 잘 살피고, 꼭 약을 드시도록 해야 합니다. 사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처방 내역을 들여다보는 것 보다 이런 데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급성기 뇌졸중 평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다.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질평가가 뇌졸중 사망률을 떨어뜨리는 데는 기여했지만, 이젠 효용성의 가치를 다했습니다. 등급별 평가방식보다는 패스(pass)·페일(fail) 방식이 더 적절합니다. 상위 평가 기관을 줄세우기보다 하위 기관의 문제점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또 고위험도 환자 진료에 대한 고려도 있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이 없다면 아무도 위험도가 높은 환자를 보지 않게 됩니다. 평가에서 통과된 병원의 진료 격차에 대한 고려도 필요합니다. 보상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합니다. 전체 진료비의 5∼10%는 돼야 합니다."

새로운 치료법이나 최신 술기 도입 시 전문가 의견을 전달할 통로가 없다. 공식적인 루트를 만들 수는 없을까. 

"새로운 치료법에 대해 필요성을 전달할 공식적이고 정례화된 통로가 필요합니다. 제약사 입장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지금은 공문 한 장 보내면 그뿐입니다. 1년에 한두 번 학회에서 관련 내용을 논의하고, 워크숍을 통해 합의된 의견으로 필요성을 인정하는 과정을 정례화시키면 됩니다.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 등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실례로 뇌졸중 치료에는 tPA(Actylase, 경정맥 혈전 용해제)가 가장 많이 쓰입니다. 최근 약제로는 테넥테플라제(tenecteplase)가 있습니다. tPA는 효과는 좋지만 신경독성이 조금 있습니다. 테넥테플라제는 신경독성이 없습니다. tPA는 한 번에 주사하고, 나머지는 30분, 1시간에 걸쳐서 나누어 맞는데, 테넥테플라제는 한 번만 주사하면 됩니다. 환자들을 위해 들어오길 바라는 데, 문제는 두 약제가 같은 제약사 제품이고, 해당 제약사는 테넥테플라제의 사용승인을 받은데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공식적이고 예측가능한 경로가 있어야 합니다."  

뇌졸중 치료 지표를 유지할 수 있는 관건은 인력확보에 달렸다. 

"퇴행성질환 환자들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진료를 담당할 신경과 의사 숫자는 너무 적습니다. 일차의료에서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뇌졸중·파긴슨·알츠하이머·치매 등의 질환에 대한 보편적 지식을 가진 일차의료 의사가 많아져야 합니다. 지금과 같은 노령화 속도라면 신경과 전문의를 두 배로 늘려도 모자랍니다. 대다수 수련병원에 신경과 전공의는 년차 당 1~2명이 있습니다. 그러나 당직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 2명 이상이 필요하고, 급성기 병원의 필요 숫자인 100개를 기준으로 당직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적어도 200명이 필요합니다. 지금으로서는 전공의 숫자를 늘리는 방안 밖에 없습니다. 우리 입장만을 내세울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학술적 성과 중 <Journal of Stroke>를 빼놓을 수 없다. 전 회원의 열정이 담겨 있다. 

"<Journal of Stroke>은 국내 학술지 중 피인용지수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절반 이상이 해외 투고 논문입니다. 미국뇌졸중학회의 <Stroke>에 버금갈 정도로 학술적 성과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학회에서도 학회지 1년 예산으로 1억원 이상을 편성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김종성 편집위원장(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신경과)께서 10년 가까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계십니다. 저희들의 자부심입니다." 

뇌졸중 치료의 성과는 곧바로 경제적 효과로 이어진다.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한 해에 10만명 정도의 환자가 발생하고, 그 중 30%는 회복하지 못하고 병상에서 누워서 지내시게 됩니다. 뇌졸중 환자들의 의료비를 조사해 보면, 건강을 회복한 환자들은 발병 후 5년 동안 5000만원인데, 누워서 생활해야 하는 환자는 2억 5000만원을 쓰게 됩니다. 2억원을 더 쓰는 상황입니다. 환자 가운데 5%만 예후를 개선시켜도 1조원의 의료비가 절감됩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뇌졸중 예후 개선을 위한 투자와 지원이 필요합니다."

정답은 한 쪽에만 있지 않다. 지엽적인 것에 매달리지 않는 전향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어젠다를 선점하고 설득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뇌졸중을 진료하는 의사로서 은퇴 전에 환자 회복률이 80%까지 이르기를 소망합니다. 누구도 혼자서는 할 수 없습니다. 결과를 바꾸기 위한 서로의 노력이 모아져야 합니다. 혹시 부딪치는 게 있으면 조금씩 양보하면 됩니다. 올바른 방향이면 함께 가게 되고, 더해진 이들의 발걸음이 모여 새 길을 만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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