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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칼럼 호시탐탐 성분명 처방
논설위원 칼럼 호시탐탐 성분명 처방
  • 김영숙 기자 kimys@doctorsnews.co.kr
  • 승인 2022.03.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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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신문
2000년 의약분업 이래 약계는 대체조제 활성화, 성분명 처방을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사진은 일선 약국 전경. ⓒ의협신문

코로나 19 백신접종이 본격화되면서 지난해 타이레놀 품귀 현상이 벌어지자 대체조제 활성화를 노리던 약계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최근엔 오미크론으로 코로나 재택치료 환자가 폭증하자 재빨리 성분명 처방을 꺼내 드는 기민함을 보였다.

2000년 의약분업 시행 이래 주야장천 주장해온 약계의 대체조제 활성화와 성분명 처방이 새로울 것은 없지만 국가적 아니, 전지구적 재난 상황인 코로나19 시국을 틈타 이런 주장을 내놓은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코로나19 백신접종이 급증하면서 방역당국이 백신 이상 반응 치료제로 타이레놀 상품명을 언급하면서 타이레놀 구매 수요 쏠림 현상이 일어나 공급 부족이 심화되자 대한약사회를 비롯한 약계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인 대체조제 활성화 약사법 개정 필요성을 강력하게 제기하면서 이슈화에 나섰다. 타이레놀 품귀 현상을 성분명 처방과 대체조제 활성화 법제화의 동력으로 삼은 것인데, 약사 출신 국회의원들까지 가세해 식약처 등 관계 기관을 압박해 의료계의 빈축을 샀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번에 코로나19 재택치료 환자 폭증으로 약국의 재택환자 처방조제가 급속히 늘어나자 이를 기회 삼고 있다. 재택환자 처방의 경우 이전에는 지정약국으로 한정됐지만, 최근 전체 약국으로 확대되면서 지역 약국들로 처방전이 접수되고 있고, 이렇다 보니 사전에 약이 갖춰지지 않은 약국에서 대체조제가 증가하고 있다며  재택환자에 대해 한시적으로 성분명 처방을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몰이에 나선 것이다. 

대체조제 활성화·성분명 처방을 주장하는 약계의 논리는 요약하면 '국민의 의료접근성 강화와 건강보험 재정 절감,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으로 시행된다'는 것이 요지다. 

하지만 호시탐탐 성분명 처방을 관철하려 애를 쓰면서 그동안 촌극도 있었다.  2017년 대한약사회가 공을 들인 세계약사연맹 서울대회(FIP)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약사회는 FIP을 이용해 성분명 처방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여론몰이에 나섰지만 오히려 신뢰성에 생채기만 났다. 약사회는 세계 여러나라가 성분명 처방을 의무화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우리나라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 해왔다.

하지만 '의약품 성분명 처방과 대체조제 현황'을 발표한 핀토 박사는 본인이 조사한 72개 국가 중 27개국만이 성분명 처방을 하고 있다고 밝혀 약사회의 주장과 달랐다.

2014년 약사회는 유럽약사연합(PGEU)  존 체이브 사무총장을 초청했다.  체이브 사무총장의 입을 빌려 유럽에선 성분명 처방이 보편화돼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했지만 정작 체이브 사무총장은 "대다수 유럽국가의 성분명 처방률은 10% 미만으로, 한국처럼 의사의 자율에 의한 상품명 처방이 대세"라고 밝히는 촌극도 있었다. 

성분명 처방과 관련 약계의 움직임에 최근 대한의사협회가 한시적 원내조제 허용과 선택분업 제도 시행을 촉구하자 서울시약사회가 총대를 메고 의협을 주장을 '리베이트에 대한 탐욕'이란 거친 표현을 쓴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의 일부 내용 중에 "성분명 처방은 불필요한 처방 약 수를 감소시켜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고 전 세계의 모범인 국민건강보험이 지속 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는 우수한 대안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했다. 

변함없이 국민의 의료접근성 강화와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성분명 처방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속내는 의약품 주권을 약사가 갖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정절감 차원에서 성분명을 권장하는 나라는 있을 지라도 많은 국가가 환자에 미치는 위해를 고려해 의사의 처방권을 존중하고, 대체조제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 대세라는 점은 거스를 수 없는 일이다. 

팬데믹의 혼란을 틈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하기보다는 의약품에 대한 믿음, 그리고 약사의 전문적인 서비스에 대한 확신이 먼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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